[기획 '대전천 기름누출'-5] 4일 이종호 복환위원장, 동구청 관계자 등 현장 방문
이 위원장 "시와 협력해서라도 굴착 진행해야"...동구청 "검토할 것"

4일 현장을 방문한 이종호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이 기름이 유출되는 배수로 앞에 놓인 흡착포를 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동구청 관계자는 "시와의 연계 등 굴착이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시 시내를 관통하는 대전천. 최근 악취를 동반한 기름띠가 형성되며 시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기름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전천의 현장과 원인, 그리고 관계 기관의 대응실태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주

본보가 연속 보도 중인 대전천 기름누출 사고(3월 7일자 <대전천 기름누출, 1년 넘도록 '방치'> 등)와 관련 현장을 방문한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동구청의 방관을 강하게 비판하며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종호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은 4일 오후 동구 천동 인근 대전천 기름누출 오염지역을 찾아 "이 지경이 되도록 동구청은 뭘했나.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동구청의 뒷짐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발생한 기름누출 사고가 적발된지 1년 2개월 가량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석유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현장을 구청 관계자와 직접 확인하고 개탄을 금치 못한 것.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이종호 위원장이 기름이 세어나오는 배수로 앞의 흡착포를 들춰내자, 물 위로 뜬 선명한 기름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이 위원장은 "제대로 된 조치도 안 해놓고 이렇게 시민들이 못 보게 흡착포를 깔아놓고 있는 건 '눈가리고 아웅'이다. 비가 많이 오면 다 쓸려나갈 수 밖에 없다"며 "배수로에서 나는 기름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상황이)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복지환경위원회) 위원들을 다 데리고 올 걸 그랬다"며 "이렇게 될 때까지 (동구청은) 방치할 수 있나. 공무원이 이렇게 일해도 되나. 앞으로 매일 와서 확인해 볼 것"이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러자 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누출 적발 및 방재조치 후) 그동안은 천변에 기름이 육안으로 안 나왔었다. 올해 초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물에 기름기가 뜨고 냄새가 나기 시작하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작업셋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긴급방재 작업 이후 수질을 분석해 오염정도를 파악한 것이 아니라 시각과 후각으로만 양호하다고 판단한 것을 시인한 셈이다. 사실상 그동안 오염진행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면 더 문제 아닌가"라며 "(기름이) 응고돼있다가 해빙기가 돼 (얼음이) 녹아서 조치를 취했다는 거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충청헤럴드가 지난주인 3월 25일 오염지역을 찾아 발견한 기름 추정 물질이 물 위에 떠있는 모습. 

동구청은 굴착이 가장 확실한 '최선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오염원인자의 경제적 이유로 이를 실현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구청 관계자는 "적발 당시 영세한 개인(오염원인자)이 3억 원(업체 측 견적비용)을 들여 오염토양을 굴착하도록 강제할 수 없었다"면서 "오염 정도를 조사했던 전문기관이 '차선책'인 산화(지중)정화방식 또한 적합한 대응이라 결론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30억도 아니고 3억 이다. 오염원인자가 돈이 없더라도 지역주민들이 계속 불편해 하면 (구청이) 구상권을 (오염원인자에) 청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그게 어려우면 시와 협력해서라도 완벽한 정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급으로라도 뭔가 방재작업을 해야지, 기름이 눈 앞에서 흘러내리는데 행정따지고 법따지고 있냐"며 "구민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 곳이 구청 아니냐"고 재차 반론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청 관계자는 "산화(지중)정화를 위해 옆건물 주인이 협의해주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2월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후 하천관리소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시설(정화) 설치를 위한 행정절차 등도 지연되며 아직까지 본격적인 정화를 시작할 수 없었다.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정화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반출정화(굴착)를 검토해 보겠다"며 "직원들과 나와서 오늘 내일 안으로 보이는 것(기름)이라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름누출은 지난해 2월 26일 검사를 통해 A석유판매업소의 주유기 연결배관 파손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지난해 6월 9500리터 등유 탱크 2기를 대전중부소방서가 철거했다.

기름누출 후 긴급방재 작업과 등유 탱크 철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땅속에 스며든 기름이 하천으로 끊임없이 유입돼 왔다. A업체는 20여 년간 영업해오다 지난해 4월 폐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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