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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의 시사담론] 추락하는 방송 탐사보도
[강재규의 시사담론] 추락하는 방송 탐사보도
  • [충청헤럴드=강재규 본부장]
  • 승인 2019.04.10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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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본부장.

한때 잘나가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수난을 겪는 시대다. 한 공영방송이 재난방송을 안내보냈다가 몰매를 맞거나, 다른 방송사는 날이갈 수록 추락하는 시청률에 여간 고민이 아니다. 특히 지상파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던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은 더욱 죽을 쑤고 있는 모양새다.

초창기만해도 뉴스보도를 전담해오던 보도국 대신에 프로그램 제작국이 뉴스보도와 프로그램의 중간지점에서 심층적으로 추적해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그 포맷부터가 신선해보이면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가 아닌 프로듀서가 취재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작가들이 추상력을 담은 구성을 보태 대부분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인기가 여간 시들해진 것이 아닌듯하다. 여기에다 프로그램이 대부분 일방적이란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때 인기를 구가하던 것들이 어느새 식상한 메뉴처럼,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쪽에서 아무리 어려움을 호소하더라도 언론이라면 반드시 반대 의견을 병립시켜서 제시해야 객관성과 형평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인데, 프로그램들이 너무 일방적이거나 객관성과 형평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이 스스로 진실을 분별하고 판단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 더군다나 일부 사실전달에 그치지 않고 자기는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언론의 오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예는 심각하기 까지 하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중진의원 연석회의석상에서는 이 당 소속 정진석 의원이 작심한 듯 한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적 탐사프로그램을 힐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어제 MBC PD수첩이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 프로를 다 보고 나서야 타이틀에 등장하는 정치인이 바로 저라는 것을 알았다. PD수첩에 등장하는 정치인 정진석은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공주시의회를 주물러서 공주보 파괴 반대 결의안을 이끌어내고 민주당 소속인 공주시장도 사실상 보 철거에 반대하도록 만들고, 가짜 뉴스로 공주 지역의 농민과 이장님들을 마음대로 동원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가짜뉴스를 생산한 적도, 농민들을 뒤에서 조종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주장으로는 "가짜뉴스는 오히려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PD수첩의 의도적이고 편향된 보도가 바로 가짜뉴스다. PD수첩은 억지를 부리고 있다. PD수첩은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주장을 금과옥조, 성경구절처럼 받들고 있다. 환경전문기자인 조선일보 한삼희 수석논설위원은 ‘4대강 조사위원회의 보 해체 경제성 평가는 거의 조작수준"이라고 항변한다.

정 의원쪽만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주보를 건설하는데 1051억원이 들었다.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를 건설하는데 1100억원이 추가로 들었다. 2151억원이 들어간 시설을 부수는데 또 532억원이 든다. 도합 2700억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부수는 꼴이다. 어느 쪽이 정의고, 어느 쪽이 옳은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주민들의 요구만을 옳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PD수첩은 더 나아가 공주보, 부여보의 보 개방으로 인근지역에 물 부족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 개방으로 비닐하우스의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이 많다는 점은, 강물수위가 낮아지면서 지하수위가 더 밑으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농민들은 지금 당장 ‘보 수문을 내려서 담수를 해야 한다’라고 시위하는 장면이 대조적으로 뉴스에 비춰진 적도 있다.

돌이켜보건대, 4대강 보 설치 이후 '녹조라떼'가 해마다 보도되곤 했다. 여름철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현상은 대형 댐에 의해 전국 내수면에서는 심심찮게 보아온 바와 같다. PD수첩은 과학을 외면하고 ‘녹조라떼’라는 미신에 집착한 연유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괴담으로 광우병 파동을 일으킨 PD수첩이 웬 가짜뉴스 타령이냐’, ‘국민이 외면한 MBC 저녁 메인 뉴스 시청률 1% 애국가 시청률만도 못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달린 시청자의 댓글은 무얼 말하는가.

프로그램의 편향성,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탐사프로그램은 또 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나 같은 MBC사의 '실화탐사대' 등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못한다. 특히 '그알'이 사실의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실탐'은 최근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서 일방의 주장을 사실로 오인한 나머지 방송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정의라고 재단을 해버리는 오류도 범했다. 컨텐츠의 빈곤에 공정성 결핍으로 비난을 자초하기 일쑤다. 제작진들이 추락하는 시청률을 의식해 '한건주의' 식으로 시청률 만회를 노리다가 패착하는 꼴이다.

탐사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지못한 채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데는 다분히 무리한 시청률경쟁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많다. 공정성은 방송신뢰의 근간임에도 '내가 하는 방식은 언제나 옳다'는 오만에 도취된 나머지 방송신뢰성마저 크게 위협받기에 이른 셈이다. 방송사가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바로 채널은 돌아간다. 그래도 돌이키지 않으면, 언제고 그 채널은 건너뛰는 법이다.

프라임타임 시간대의 메인 뉴스 시청률이 고작 1%란 것은 무얼 말하는가. 당장, 근래 시청률조사기관의 데이터만 보더라도 각 지상파 탐사보도프로그램이 시청률 10위 이내는 고사하고 20위 이내에 드는 주간은 눈씻고도 찾기 어려운건 왜일까. 종편이 없고, 그나마 몇개 채널에 불과하던 시절, 대표 뉴스채널이라던 이들 방송사들의 메인뉴스가 고공 시청률을 자랑하던 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한 프로그램의 편향성 불공정성, 제작진의 고정관념이 부른 자업자득의 참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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