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도 김성균 문화정책팀장…‘구술채록사업’에 담긴 의미 

“천안 호두과자나 병천순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처음에 어떻게 지역의 대표적인 특화상품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충남도 ‘근현대 구슬채록’ 사업을 담당하는 김성균 문화정책팀장은 <충청헤럴드>와 만난 자리에서 사업에 대한 질문에 설명 대신 대뜸 이같은 반문으로 응수한다. 그런데 김 팀장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천안뿐만 아니라 충남도 곳곳에는 다양한 소재가 담긴 이야기 거리가 많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문헌이 아닌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지역의 근·현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업이 ‘근현대 구술채록’ 사업이다. 부족한 문헌자료의 한계와 공백을 보완하고, 근·현대사 연구와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김 팀장은 단순히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전통과 민속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이 ‘구술자’가 돼서 ‘채록사’를 통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된다. 즉,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남기는 것이다.   

김 팀장은 채록 작업 이후에도 그 자료의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이 되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김 팀자 역시 도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구술참여를 당부하고 나섰다.

근·현대 구술채록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성균 충남도 문화정책팀장.

[다음은 김성균 팀장과 1문 1답]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지난 1992년 예산군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97년도 도로 전입 왔다. 2015년 문화산업팀장을 시작으로 문화정책과에 5년째 근무 중이다.”

-‘근·현대 구술채록’ 사업을 소개한다면.

“문헌에 기록되지 않고, 구술로 내려오는 지역의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을 채록해 지역사 연구자료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 

예를 들면 지명의 경우, 예전에는 시내를 건너야 한다고 해서 ‘내건너’, 돌이 많다고 ‘돌팍배미’ 등의 재미난 지명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도로화 주소로 획일화 돼다 보니 사라졌다. 이처럼 근·현대화 과정에서 잊혀진 이야기와 민속자료를 채록해서 보존하는 사업이다.”

-충남도에서만 하는 사업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역사문화를 담당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시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국사편찬위원회도 시행한다. 하지만 지역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진 못한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지역차원에서 더 깊숙이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를 채록하면 정말 가치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래서 시·군 문화원을 주축으로 시행한다.” 

-채록과정에서 어떤 사안에 중점을 두고 있나.

“이야기라는 것이 ‘재미’도 있어야 하고 ‘팩트(사실)’에도 충실해야 한다. 이 사업은 팩트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급성과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 구술이 가능한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시기를 놓치면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다. 또 사안이 중대하고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들이 있다. 이런 것에 방점을 두려 한다.” 

-구술자와 채록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역사적 사실이 담긴 이야기를 전해줄 구술자와 이를 인터뷰를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채록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록하는 주제도 지역별로 정해서 그 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려 한다. 자칫 내용이 광범위해지고 주제가 산만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하는 사람은 직접 구술자로 참여해주시고, 전문가를 안다면 추처내주시기 바란다. 채록자도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관련된 정보를 알아야 필요한 정보를 빼낼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성과가 있다면?

“우선 채록한 부분을 다시 편집해서 영상과 책으로 남기려 한다. ‘배포’보다는 ‘보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연구자료로 활용되도록 도서관 등 역사사료가 집중된 곳에 비치하려 한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굴하는 작업을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장기적으로 잠재력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이 마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만일 보령지역에 섬 여행을 한다면 그곳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활용한다면 그것이 경쟁력이다. 콘텐츠 발굴과 활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개인적으로 채록사업에 담길 원하는 이야기가 있는지.

“제가 어렸을 땐, 시골 마을에 병원이 많지 않았다. 환자가 생기면 병원 보다 마을별로 ‘선거리’가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배를 쓸고 굿을 하곤 했다. 그래도 안 나으면 수양어머니, 시영어머니를 삼아서 의지했다. 이런 것들이 지금 세대에는 다 잊혀졌다. 아마 채록돼 문헌으로 접한다면 별천지 같은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명도 땅이 너무 질어서 신을 털지 못하면 갈 수 없다고 해서 ‘신터널’이라는 마을도 있었다. 태안의 자염의 경우, 소금을 구워 결정체를 얻는 방식을 뜻하는데 관련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추후에 자염굽기 체험축제 등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구술채록이 관이나 연구기관, 학교, 연구소 등에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우리 지역,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직접 참여해서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지역민들이 동참해서 만들어내길 바라고, 충실한 결과물과 함께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가치 있는 사업이 될 것 같다. 남 일이 아니라 내 일, 내 이야기라고 생각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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