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김경수 석방 등 "당력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에"…속만 '끙끙'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충청헤럴드DB)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충청헤럴드DB)

국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잇따른 '설화'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전·현직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에 대해서 사과했다. 전날 차명진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즉각 사과 입장문을 낸 데 이어 거듭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이다.

'주식 거래' 논란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해온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청와대가 18일까지 재송부를 요청한 점으로 미뤄 오는 19일 임명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안을 놓고 당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에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다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 77일만에 이날 보석으로 풀려난 것과 관련해서도 여타 야당들은 비난의 날을 세우며 성명전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의 모양새가 여간 곤혹스런 입장이 아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아직 유가족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고, 지난 정부에 대해 마음을 풀지 못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도) 당 일각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표현도 국민감정에 맞지 않았다”며 “일부 국민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당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한번 국민들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에 대해서) 당 윤리위 차원의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황 대표의 말대로, 한국당은 지난 4.3미니 총선을 통해 민심의 향배를 읽을 수 있었고, 국민적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30%대를 기록, 여당인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 두 전 현직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 등으로 발목이 잡힐 위기에 빠져 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5.18 망언 논란으로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등 3인에 의해 당이 집중포화를 받았다. 당연히, 올들어 여당의 각종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어가며 상승하던 지지율을 멈칫거리게 했다.

당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 3명의 망언 의원에 대해 윤리위 회부 등 신속한 후속조치로 겨우 진화하긴 했으나 언제고 분출할 수 있는 변수다.

‘세월호가 징글징글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를 페이스북에 올려 파장을 일으킨 정진석 의원도 사과글을 올렸으나 당 지도부를 격노케하기는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명에 숨진 단원고 학생, 선생님들, 유가족의 아픔이 이제는 아물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로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친구가 제게 보내 준 짧은 글을 무심코 올렸다. 제 생각이 짧았다”며 “세월호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정치권에 던지고 싶었을 뿐,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국민적 정서를 벗어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큰 아픔을 안긴 두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슴 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시는 피해자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 발언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라며 "한국당은 정진석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당 제명에 즉각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당내 문제로 인해 한국당은 김경수 지사의 석방에 대해 공세의 화살을 제대로 쏟아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대한 석방결정이자, 살아있는 권력은 구치소가 아니라 따뜻한 청사가 제격이라는 결정이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사법정의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며 성명을 내는 정도에 그쳤다.

중대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발목을 잡는 막말논란에 당이 휘청대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한국당은 정진석, 차명진 등 두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9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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