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철거·존치 집회 동시 열려…"독재자" vs "국부" 대립 가열

19일 배재대 정문을 기준으로 안과 밖에서 이승만 동상 철거와 존치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배재대학교가 뜻하지 않게 역사전쟁으로 달아올랐다. 캠퍼스 내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놓고 '철거'와 '존치'를 주장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린 것. 

19일 오전 대전지역 53개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배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내 우남관 앞에 배치돼 있는 이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승만 동상을 세운 배재대와 일부 동문회 임원에게 조속히 동상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독재자 동상은 배재인과 대전시민의 수치"라고 주장했다.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오늘은 이승만이 황급히 하와이로 도망친 날"이라며 "그의 가장 큰 죄는 친일부역자들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삼아 독립운동가들과 양심적 정치 지도자들을 고문·탄압하고 암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전당인 배재대학교의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동상을 세워놓은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지난 1886년 아펜젤러가 배재학당을 설립하면서 역사를 부정하고 헌법을 무시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대민주화동문 소속 김상기(01학번·법학) 씨는 "학생들이 이승만 동상을 보고 침을 뱉고 다닌다. 배재대에 동상을 만들 인물이 그렇게 없나. 차리리 김상기(본인) 동상을 만들어 세워 달라"고 꼬집었다.

배재대 21세기관 앞에서 이승만 동상 철거를 외치고 있는 시민단체 참석자들의 모습.

같은 시각, 건너편 인도에서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보수성향 단체가 집회를 열고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재대 우남 동상을 지키기 위한 자유시민연대(이하 자유시민연대)'와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소속 50여 명은 맞불집회를 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동상 유지를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은 나라를 걱정하며 불의에 맞서 싸우다가 상처를 입은 젊은 학생들의 용기 앞에서 그들을 위로하며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왔다"며 "신생독립국 역사에서 그런 '독재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부 동상 철거 요구는 말도 안 된다. 선대가 세운 기념동상을 철 지난 이념의 노예들이 철거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대전의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이라는 단체가 민간 사립대 교정의 동상을 치우라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동상 존치를 외치고 있는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의 모습.

이날 집회현장에서는 한때 양측의 욕설과 고성이 오고가며 몸싸움이 벌어질듯 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또 이 자리에는 타지역에서 온 우파성향 유투브 언론과 개인 유투버들도 현장을 생중계 해 이번 논란은 대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대학 측은 "이 전 대통령 동상은 과거 동문들이 대학에 기증한 것"이라며 이렇다 할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전국 대학 중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있는 학교로는 배재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양측의 집회가 동시에 이뤄진 가운데, 한때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 속 자칫 몸싸움으로 까지 번질 뻔한 장면도 목격됐다.

한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지난 1987년 배재대 졸업 동문들이 기증해 세워졌지만 당 해 재학생들의 반발로 철거된 바 있다. 이후 3년 뒤인 1990년 학교 측은 동상을 다시 배치했지만 학생들의 철거운동 등으로 또다시 철거됐다. 그러다 지난 2008년 6월 다시 한 번 세워졌다.    

학교 측은 3년 뒤 다시 동상을 세웠지만 학생들이 동상을 훼손하는 등 강도 높은 철거운동을 함에 따라 1997년 자진 철거해 우남관 지하창고서 보관했었다. 동상이 다시 교정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8년 6월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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