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충청헤럴드DB)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충청헤럴드DB)

국내 정가가 공수처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 격돌 양상을 보이는 사이 북핵 사태는 자칫 오리무중으로 빠져들 공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주말을 전후, 러시아 방문을 통해 '또 하나의' 응원군을 확보하면서 가뜩이나 궤도를 이탈한 비핵화 협상이 가물가물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흡사 북한의 김정일 체제 당시 4자, 6자 회담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온 북한이 적절히 국제정세를 이용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확실한 인정을 얻으려는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나온다.

29일 통일부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핵을 둘러싼 국제 외교전이 미국과 각각 대립중인 중국과 러시아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과거 6자회담 당시 '북중러 對 한미일 구도'의 재현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일정상회담과 중러정상회담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것도 미묘한 정세 변화의 단면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런 후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들고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가 이튿날 시 주석과 회담에서 북러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사실상 북중러 3각 연대를 복원했다.

3국간 밀착외교는 그간 북핵사태를 놓고 남북, 북미 중심의 회담체제를 넘어 복다 복잡한 국제 역학구도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같은날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대북제재 유지를 위한 공조를 재확인하며 견제를 시도했다.

사실상 북중러 연대 움직임을 의식한 행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 4.27남북 판문점 선언(정식 명칭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도 결국 북한의 참가 없이 썰렁한 반쪽짜리 행사로 끝났다. 남북관계 개선, 전쟁위험 해소,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한 이 판문점 선언이 무색하리 만큼 됐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도리어 우리측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자중 자숙하라"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우리로서는 더욱 복잡한 함수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북 관계를 복원하면서 북-미간 대화테이블을 시기조정하며 풀어가면 될 것을 다자체제에서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북중러 연대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 뒤 비핵화 조건으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맞물리게 된다.

북한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여전히 '제재 완화·해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북한이 최악의 경우, 미국과의 협상이 지리멸렬한다고 하더라도 비핵화 협상의 프레임을 '체제보장'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 동북아 균형자 내지는 북핵 조정자론을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내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행보를 눈으로 보면서도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공연히 미국에 제재 완화를 관철시키는 데 집중했다가 한미동맹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북한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

도리어 남측엔 날을 세운채 중·러와 연대를 시도하는 북한의 최근 태도로 말미암아 국내 야권으로부터 '외교참사'라는 등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다. 북만 바라보다가 '외교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가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사태에 대해 다시 불씨를 지필 대화채널을 가동하면서 6자회담 축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북미간 특유의 힘겨루기 틈바구니에 끼인 채 북핵사태 해결에 대한 국내외 회의론을 가속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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