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당사' 택한 한국당 "끝까지 싸울 것" vs 민주당 "최종 합의안 만들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이 29일 자정 무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을 확인하는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ytn화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이 29일 자정 무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을 확인하는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ytn화면)

[충청헤럴드=강재규 기자] 여야 4당-자유한국당간 극심한 대치를 벌여온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29, 30일 이틀간에 걸친 심야 강행처리 수순에 의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앞으로 최장 330일을 넘기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지는 절차만 남기게 됐다.

하지만 정가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온 여야 정치력 부재와 몸싸움, 막말과 고소고발전 보다도 더 심한 '330일간의 혼돈 정국'이 우려된다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사투에도 불구하고 4당이 자정을 10여분 앞두고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표결처리했다. 뒤이어 자정을 넘긴 시각에 정개특위도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원천봉쇄하자 4당은 문체위와 정무위 회의실로 표결장소를 기습적으로 이동, 표결처리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안건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간다.

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단계마다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즉, 각 특위에서 이른바 '안건 조정 제도'로 기간을 최장 90일 이내로 앞당길 수 있고, 의장 재량에 따라 60일로 정해진 본회의 부의 기간도 생략할 수 있다.

만약 330일을 다 채운다고 해도,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내년 3월 중순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 새로운 선거제에 의해 총선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현재로서는 정의당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한국당으로서는 가뜩이나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의석수가 늘어나게 되면 여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만으로도 왠만한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란 점을 의식, 극렬반대해온 입장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기습 통과 직후 '선거법, 공수처법 날치기.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공식 당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2중대, 3중대 정당들이 기어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조종을 울렸다"면서 "이들은 오늘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움으로써 야합, 꼼수, 불법의 종지부를 찍었다. 전 과정이 불법인 오늘 패스트트랙 폭거는 원천 무표임을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한국당은 이어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은 국회에서 각 정당들이 협의하고 또 협의하며 합의하고 또 합의하라는 것이고, 패스트트랙 역시 집권여당과 군소정당이 이익공동체로 뭉쳐 수적 우위를 무기로 제 1야당을 짓밟는 수단이 결코 아니다"며 "오늘 저들의 폭거는 제도를 악용한 참혹한 의회쿠데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그러면서 "오늘의 사태는 권력의 시녀 공수처를 만들어 청와대를 보위하는 검찰위의 검찰을 만들려는 더불어 민주당의 사법장악 플랜과, 선거법 날치기를 통해 어떻게든 밥그릇 늘여보려는 정당들의 철저한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선거제도를 공수처라는 괴물탄생을 위한 제물로 삼은 민주주의 능욕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한국당은 또 "위대한 대한민국의 명운을 두고 시대가 안긴 소명을 깊이 되새기며, 좌파독재를 타도하고 헌법을 수호해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초 합의안을 통과시킨 여야4당은 일제히 "패스트트랙 지정을 환영한다"면서 "정치개혁, 국회개혁, 사법개혁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개혁 정당의 난동 때문에 우리 국민을 위한 선거제 개편과 권력기관 개혁이 방해받을 수 없다"면서 패스트트랙 강행처리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향후 협상을 통해 여야 최종 합의안을 만들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여야 4당의 전격 합의로부터, 한국당의 극렬한 저항, 이 과정에서 빚어진 몸싸움과 야유, 고성과 막말, 고소 고발전, 그리고 마침내 기습 통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에겐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화와 협상은 완전히 실종되고, 정치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동물국회' 모습 그대로였다"는 지적과 한탄만 터져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제껏 일주일간의 격전 못지 않은 향후 '330일간의 혼돈 정국'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편, 여야4당이 29일 밤을 기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과 관련, 30일 오후부터 광화문 광장에 '천막당사'를 치고 장외투쟁 채비를 갖추고, "좌파독재 정치의 배후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광장에서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당시 당대표 시절, 여의도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를 꾸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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