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괴정고 길대식 교사 “교권 해치는 자극적 언론보도 지양해야”

길대식 대전괴정고 영어 교사

[충청헤럴드=대전 허경륜 기자] 오늘(15일)은 스승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스승의 날’이다.

당초 5월 26일이었던 스승의 날은 지난 1965년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맞춰 '5월 15일'로 지정됐다.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이 기념일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풍속을 다지는 날로 이어져 오고 있다. 

‘스승’이란 의미와 존재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이 날을 두고 최근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감사의 표현으로 선물을 주고받던 풍속에 대한 부담감과 이를 향한 비판적인 시각 때문이다.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설문자료가 말하듯, 수업 방해 등 교사들의 생활지도체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교권침해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년 넘도록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길대식 대전괴정고 교사를 만나 과거(김영란 법 시행 이전)와는 달라진 ‘스승의 날’ 풍토와 함께 교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형식적인 행사 벗어난 지 오래...자발적 표현 문화 정착 중”

길 교사는 특히 학생들의 “선생님, 건강하세요” 또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새삼 갖게 된다고.

올해로 교직생활 27년차에 접어든 길대식 교사는 먼저 과거 스승의 날에 대한 기억을 꺼내 놨다. 과거 교직 경력 10년차 정도까지는 학교와 학생회 주관으로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고, ‘선생님께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등 이벤트와 체육대회를 통해 사제 간의 정을 나눴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때로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이를 통해 스승을 존경의 대상으로 사회적 풍토가 조성됐다는 게 길 교사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괴정고를 포함한 여러 학교들은 학교 주관으로 스승의 날 행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아침 조회 시간이나 교과 수업이 시작될 때 학급단위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나 포스트잇 쪽지 등을 모아 교사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그는 “(스승의 날이)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제자들이 직접 나서 감사를 표현하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면서도 “담임 교사 외에도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있는데, 이들이 관심 밖으로 벗어나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의 전후로 해서 제자들로부터 감사와 격려의 표현을 듣는데, 특히 “선생님, 건강하세요” 또는 “사랑해요”라는 말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새삼 갖게 된다고 한다.

“명칭 바꾸기론 교권 회복 어려워...자극적 언론 보도 자제해야” 

그는 “교육의 날 또는 교원의 날 등 명칭 변경만으로 교권 존중 풍토를 회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에 대한 신풍속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명칭을 ‘교육의 날’ 또는 ‘교원의 날’로 바꾸자는 여론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길 교사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교권존중 풍토 조성이 멈춰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운을 뗀 그는 “전국적으로 봤을 때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육의 날' 또는 '교원의 날' 등 명칭 변경만으로 교권 존중 풍토를 회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길 교사는 최근 가끔 교권을 실추시키는 교사 행동이나 학교에서 발생되는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킨 언론보도가 자극적으로 나가는 모습에도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소수 교사의 일탈된 행동을 가지고 교육계 전체를 매도하는 언론보도는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풍토를 만들수 있으며,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스승의 날이 단순히 (교사들이) 제자들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받기만 하는 날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선생님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날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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