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8 13:25 (수)
충남도, 한화토탈 사태로 떠안게 된 ‘3가지 숙제’
충남도, 한화토탈 사태로 떠안게 된 ‘3가지 숙제’
  • 안성원 기자
  • 승인 2019.05.23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측 늑장보고 ‘은폐의혹’, 노조파업 미숙련 인력 투입, 공장증축 외자유치 차질
나소열 충남도문화체육부지사(오른쪽 두번째)가 21일 한화토탈 사고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충청헤럴드=내포 안성원 기자]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지난 17일과 18일 잇따라 유증기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충남도가 다방면에서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1600명(22일 기준)이 넘는 주민이 병원 치료를 받는 상황이 될 때까지 늑장대응을 했다는 질타는 물론 화학물질 취급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실태 감독, 공장 증축 외자유치 성패까지 숙제로 떠안게 됐다.

먼저, 현장의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대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7일 발생한 유증기 유출은 스틸렌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가 과열돼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탱크로 폼 소화약제를 주입하던 중 폭발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화토탈은 사고내용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사고사실을 접해야 할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1차사고 소식을 한화토탈이 아닌 노동자로부터 신고를 받았고, 2차 사고의 경우 아예 접수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화학사고 발생 시 즉각 신고토록 돼있다. 다만 화학사고와 안전사고를 구분 짓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판단은 여지가 남아있다. 한화토탈 측은 유해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이 고농축 된 것이기 때문에 화학사고가 아닌 안전사고로 판단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2일 김용찬 충남도 행정부지사(가운데)가 서산의료원에서 치료 중인 주민들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은폐 의혹’까지 번지고 있는 늑장신고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실 한화토탈은 이미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지난 2월 EVA공장에서 압출기 드럼 해체작업 노동자 9명이 화염 사고를 당했고, 4월 26일에도 나프타분해공정(NCC) 내 메탄가스 드럼(용량 4600리터) 정기보수 중 잔류가스가 폭발하기도 했다. 

또 한화토탈 대산공장은 지난 3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련 경고를 받아오기도 했다. 2016년과 2017년 ‘대기배출시설 변경신고 미이행’, 2018년 ‘방지시설에 딸린 기계기구류 훼손방치’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과연 한화포탈이 이번 사고에 얼마나 성실히 대응했을지 의심이 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이 정황상 한화토탈 측의 위법행위에 대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전권이 충남도와 서산시가 아닌 환경부에 있다는 점.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 사건 이후 화학물질 관리사고에 대한 권한은 환경부가 갖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사업장의 위법행위로 인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엔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하소연한다.

화학사고 지자체 권한 미비…불안한 안전관리 속 공장증축 우려

나소열 도 문화체육부지사 역시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화학물질 관리 사고에 대한 권한과 역할을 중앙부처가 갖고 있어 지자체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면서 “환경부의 권한 일부를 이양 받아 안전하게 지역민을 지킬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금강유역환경청, 서산시, 지역 환경단체 등과 이번 유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특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사고 지역 대기 오염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행정력을 집중해 나아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화토탈 2차사고 모습. [노조 제공]

아울러 한화토탈 근로자들의 실태파악과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도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한화토탈 근로자들은 사고 발생 전인 15일, 이미 정기 보수기간동안 처우개선을 위한 파업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멈춰 있는 대부분의 공장에 미숙련 대체인력을 투입해 가동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한화토탈노조는 “연이은 사고의 책임은 한화토탈이 미숙련자 및 불법대체근로를 동원해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한데 있다”며 “안전한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 것이 사고 발생의 핵심적 원인이다. 사측이 명백하게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화토탈 대산공장 증축 계획에 대한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양승조 충남지사는 서산시와 함께 프랑스 토탈사와 대산공장에 5년간 5억 달러를 들여 5만700㎡ 규모의 잔여부지에 공장을 증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안전관리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증축은 자칫 도와 서산시의 ‘외자유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환경단체 역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한화토탈은 대산공장 증설계획을 즉시 철회하고 주민들과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담보 되지 않은 공장재가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충남도와 환경부는 이번 유증기 유출사고를 통해 배출된 오염물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기업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