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전복 장면. (사진=ytn)
유람선 전복 장면. (사진=ytn)

[충청헤럴드=서울 강재규기자]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밤이 비극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지난 30일 새벽 4시 5분(한국시간), 현지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래, 온 국민은 충격에 가슴이 미어져간다.

'선박 사고'의 트라우마가 깊이 박혀있는 우리에겐 가슴 철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깊고 깊은 바다가 아닌, 15미터 깊이 안팎의 내륙 하천이란 점과 희생자 수가 조금은 적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

현지 시민들도 너도 나도, 푸른 도나우강 다리 위에서 강물을 향해 붉은 장미꽃을 하나 둘 던지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모습이다.

꼭 5년전인 2014년 4월 16일 그랬다. 전남 진도앞 뱅골만 세월호는 회오리 물살에 휩쓸려 그렇게 넘어갔다. 오랜 적폐의 결정판인 양, 우리의 민낯은 그렇게 드러나고야 말았다.

슬프도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노래는 더 이상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로만 들릴 수는 없게 됐다. 부다페스트의 황홀한 야경은 더 이상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슬픈 서정이 가득할 것이다.

소련 혁명군의 절거덕 거리는 군홧발과 탱크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 했기에, 이역 만리 떨어져 있어도, 강대국으로부터 억압받으며 이겨온 역사적 아픔이라고 하는 공감대가 자리하는 까닭에, 유럽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어느 나라보다 '한류'를 좋아했고, 유럽 남부의 터키에 이어 흡사 형제의나라인 양 동류의식을 가지며 반가와했던 나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추억이 더 이상 아름답지만은 못할 것이란 선입견도 몰려온다.

33명의 승객을 태우고 참극을 빚은 '허블레이니' 유람선.

31일 외교부는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12명의 국제재난구조대원들을 포함해 40여명을 현지로 급파, 현지 구조와 조사활동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모든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보도다. 현지 조사가 시작되면 사고 배경과 원인을 벗겨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많은 의문과 의혹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하루 종일 지휘하며 주문했듯 지금은 구조와 수색의 '속도'가 중요하고 시급하다. 외교부와 여행사 등의 협업에 힘입어, 피해자들의 신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지역에서 8명, 인천 6명 등 33명의 신원과 출신지가 밝혀지는 등 구조와 수색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70년된 노령선 유람선 '허블레이니'가 여전히 운항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크루즈 선박 '바이킹 시긴'이 충격 7초만에 유람선이 침몰할 수 있을까, 바이킹 시긴은 왜 뒤에서 충격했을까?

승객들은 하나같이 구명조끼를 착용안했다는 현지 목격자들의 증언인데,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한국인들에겐 좀처럼 해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평소에도 붐비는 야경 명소라 안전의식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여행사는 이러한 점을 왜 주지시키지 못했는지 등은 우선적인 구조활동에 이어 반드시 규명돼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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