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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시키는 게 죄인가” 한 학부모의 탄식 
“야구시키는 게 죄인가” 한 학부모의 탄식 
  • 안성원 기자
  • 승인 2019.05.3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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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충남야구협회 갈 길을 묻다"-1] 천안 B중 사태로 드러난 충남야구계 민낯
최근 충남야구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엘리트 체육의 한 축인 천안 B중학교 야구부 감독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들이 폭로되는가 하면, 충남야구협회는 집행부와 대의원들간의 갈등으로 총회조차 열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충청헤럴드>는 이같은 충남야구계의 현 실태를 점검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불거진 천안 B중학교 야구부 사태와 관련해 학부모 H씨가 의혹들을 폭로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자료사진]

[충청헤럴드=내포 안성원 기자] 최근 천안의 B중학교 야구부 K감독이 사퇴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인 사퇴이유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지만, 그 배경엔 그동안 무성했던 각종 의혹들이 표면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종 수정 7일 오후 3시 25분]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의혹들은 비단 B중학교 야구부와 K감독만을 향하지 않는다. 그것을 넘어 천안을 비롯한 충남지역 야구계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야구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군림해온 심판과 지도자들의 굳건한 ‘카르텔’을 가리키고 있었다.

<충청헤럴드>가 충남야구계에 돌았던 의혹들에 대해 사실임을 주장하는 학부모 H씨를 만나보았다. B중학교 야구부 학부모인 그는 운동부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고충과 함께 고질적인 병폐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보란 듯 학부모 앞에서 자행되는 ‘폭력’

H씨가 아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폭력’이었다. 아들이 초등 4학년 때 천안의 P유소년 야구단에 들어간다. 1년 반 정도 다니던 어느 날 H씨는 자신의 앞에서 아이를 향한 감독의 손찌검과 폭언을 목격한다. 감독이 정한 필리핀 동계훈련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직후였다.

그 뒤 청주의 리틀야구단으로 옮긴다. 3년여를 직접 운전하면서 청주를 오간 H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운동시키기 위해 2017년 다시 천안 B중 야구부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폭력’의 공포는 재현된다. 

당시 B중의 코치의 폭력적인 지도방식으로 아들이 겪은 가혹행위는 37번이나 된다. 게다가 해당 코치는 지난해 2학년 학생을 폭행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해당 학생이 후배를 때려 체벌을 가했다는 명목이었지만, 팔 골절상으로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건 분명 선을 넘은 폭력이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견책’에 그쳤다.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야구부 학부모회장이었다. 여기서 H씨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절대 ‘갑’일 수밖에 없는 야구 지도자들과 협회의 ‘권력’이었다. 

생탈권 쥔 ‘절대 갑’ 감독, 그 뒤에 ‘심판’과 ‘협회’

야구부의 감독은 선수들의 생탈권을 쥐고 있다. 포지션 선정과 출전기회는 물론, 상급 학교 야구부로의 진학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철저하게 ‘을’이다. 매월 야구부 운영비와 식사비용 및 격려금 명목으로 40~45만 원씩 갹출해갔다. 그 외에도 감독과 코치의 술과 밥은 물론, 명절휴가비와 상여금 등 수십만 원 씩을 부담해야 했다.

여기에 이미 9년간 근무해온 K감독의 권위는 공고했다. 금품제공은 당연한 관행이었고 대부분의 학부모 특히, 회장과 총무는 앞장서서 감독과 코치의 안위를 보살폈다. 매달 갹출된 회비의 사용출처는 그달 그달 폐기됐다. 그런 와중에 K감독이 도박을 즐겼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그 자금의 출처에 대한 추측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섭리에 반기를 든 H씨는 오히려 따돌림 당하거나 내부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B중학교와 충남야구협회에도 호소했지만 ‘다들 문제가 없는데 당신만 그래’라는 식의 핀잔만 되돌아 왔다. 그리고 그 파장은 아들에게 이어졌다. 

올해 3학년이 된 H씨의 아들은 B중학교 야구부 3학년 8명 중 유일하게 진학에 실패했다. 지난해 한화기 대회에서 수상한 우수투수상이 무색하다. 천안북일고뿐 아니라 공주고, 청주고 등 인근 다른 고교에서도 입학을 거부당했다. 절대 ‘갑’에게 항거함에 따른 혹독한 대가였다.

충남 야구계, 학연·지연으로 묶인 공고한 카르텔 

중학교 야구부 감독이 힘이 얼마나 되겠느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K감독은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통합명칭, 이하 충남야구협회)의 L부회장과 동향, 동문인 친구사이다. L부회장은 충남야구협회의 통합 이전부터 엘리트야구 전무이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30년간 협회의 실권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지역대회에 참여하는 심판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남 야구소프트볼협회 사무실 전경.

과거 L부회장은 2005년 전국소년체전 충남도 예선에서 승부조작 및 금품수수 의혹에 연루돼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법정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서 징계는 취소됐다. 이처럼 같이 운동을 했거나 동향, 학교 동문 등으로 구성된 협회와 심판에 대한 의혹은 지속돼 왔다. H씨가 이번 사태를 K감독만이 아닌 충남야구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씨는 “K감독의 횡포에 야구를 그만둔 학생도 상당수 된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인가. 지도자의 위치를 권력화 하고, ‘내 자식만 잘 되면 돼’라는 생각으로 눈감아 온 어른들이 ‘괴물’을 만들었다”며 “야구를 시키는 학부모는 도대체 무슨 죄냐. 아이를 볼모로 잡고 있는데 돈 싸들고 가지 않을 부모가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충남야구협회는 규정상 K감독에 대해 조사하고 대한야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안 하고 있다. K감독이 그만 뒀다고 끝난 게 아니다. 충남야구협회, 교육계, 체육회 등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곧 도교육청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려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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