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충남야구협회 갈 길을 묻다"-1]…엘리트 체육 기득권과 신진 생활체육계 ‘파열음’ 

최근 충남야구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엘리트 체육의 한 축인 천안 B중학교 야구부 감독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들이 폭로되는가 하면, 충남야구협회는 집행부와 대의원들간의 갈등으로 총회조차 열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충청헤럴드>는 이같은 충남야구계의 현 실태를 점검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가 통합이후 기존 엘리트체육 집행부와 생활체육 시군협회장들의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생활체육측은 집행부의 전횡을 주장하는 반면, 집행부는 협회 흔들기라고 맞서고 있다.

앞서 본보는 천안 B중 야구부 K감독의 사퇴의 건과 관련된 의혹(5월 31일자 <“야구시키는 게 죄인가” 한 학부모의 탄식> 보도)들을 짚어보았다. 그리고 K감독 외에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충남야구협회)와 학교 야구부를 향한 학부모들의 불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불신의 목소리는 통합 이후 협회에 합류한 생활체육 야구인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충남야구협회가 통합된 이후에도 기존의 운영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중 사태처럼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는 지역 야구계와 충남야구협회의 구조가 불신과 적폐를 양산한다는 것. 반대로 기존에 충남야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쪽에서는 ‘실권을 잡기 위한 협회 흔들기’라고 맞서면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여기서 먼저 충남야구협회가 통합이후 겪고 있는 진통의 배경을 알아보자. 정부는 지난 2016년 선진형 스포츠 시스템 도입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추진했다. 충남야구계도 엘리트야구와 소프트볼, 생활체육 야구인들이 '통합 충남야구협회' 아래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향적인 통합정책은 1대1 구도가 아니라, 전문 체육인 영역인 엘리트체육에 생활체육이 흡수된 형태로 귀결됐고, 충남야구협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엘리트체육의 집행부가 통합 충남야구협회에서도 역할을 이어갔고, 생활체육 야구인들에게는 상대적인 ‘기득권’이 됐다. 이는 엘리트체육의 집행부와 반대파 생활체육 협회장간 대립으로 비화된다.  

양 측의 대립이 표면으로 불거진 건 두 개의 통합합의서가 나오면서부터다. 엘리트·소프트볼과 생활체육 측이 서로 ‘진본’임을 주장하며 법적 공방에 들어간 것. 이후부터 집행부와 반대파 생활체육 협회장(이하 반대파)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5일부터 개최 중인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 야구대회 모습. 구급차 등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할 응급의료 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제보사진]

반대파…엘리트 체육 집행부 '기득권', 편파적 전횡

반대파에 따르면, 집행부는 정관을 무시하며 임의대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통합당시 당연직 대의원이던 15개 시·군 생활체육 협회장들 외에 운동부 학교장(감독·코치)을 정관 개정 없이 포함시키려 하다 반대파의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집행부는 반대파들이 시·군별 통합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법적인 허점을 역이용해 대의원자격을 박탈한다. 최근에는 기존 생활체육 협회장이 아닌 동호인 10개 시·군과 초·중·고 운동부 지도자 10명 등 20명의 대의원을 새로 구성했다. 반대파로선 집행부가 성공적으로 반대세력을 제거하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갈등상황을 정리를 해줘야 할 협회장은 개인사업 사정을 내세우며 한발 물러나 있고 모든 전권을 실무부회장인 L씨가 휘두르고 있다. 엘리트체육 때부터 무려 30년간 실권을 장악한 인물이다. 천안 B중학교 K감독과 동향, 동문이기도 하다. 

L씨는 정관에도 없는 ‘실무부회장’을 사용했고, 충남야구협회 산하 생활체육팀장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태안군 도민체전에서는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은 감독관을 섭외하고, 천안시 야구팀의 부정선수 출전을 계기로 수년간 선수출신 부정선수 출전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생활체육 측의 업무를 점담하는 팀장은 반대파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8개월간 수동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해고당해야 했다.

또 지난해 공주에서 열린 박찬호기 대회에서는 충남야구협회 사무국장과 함께 감독관으로 참여해 수당을 수령했다. 사무국장의 경우 협회에서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수급에 해당된다. L씨 역시 월급은 없지만 실무부회장으로서 활동비 1200만 원이 지급된다. 지난 5일부터 천안 북일고에서 개최 중인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 현장에서는 응급의료법상 의무사항인 구급차 등 응급의료진도 배치하지 않는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반대파는 이같은 정황들이 충남도체육회 규약 9조의 ‘관리단체’ 지정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도체육회 규약 9조에는 ▲체육회 규약의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종목 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 ▲국제 체육기구와의 분쟁 ▲종목단체 관련 각종 분쟁 ▲재정악화 등 사유로 정상적인 사업수행 불가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될 경우 도체육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도체육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집행부가 통합 이후 미숙함을 보이긴 했지만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종목들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쳤고 겨우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반대파의 요구처럼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의 가맹단체가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게 도체육회의 입장이다. 반대파로선 이처럼 미온적인 도체육회의 태도도 못마땅하다.

새 대의원 구성을 공지하는 충남야구소프트볼협회의 공문.

L실무부회장…"30년 협회 인생, 떳떳했으니 가능한 것" 반박

반면 집행부, 그 중에서도 L씨는 반대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최근 <충청헤럴드>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반대파의 지적에 일일이 해명했다.

박찬호기 대회 '감독관 수당 수령'은 공주시체육회가 받아도 된다고 했고, 태안 도민체전에서 미자격 감독관을 선임한 것도 태안군체육회가 먼저 요청했다. ‘실무부회장’이라는 명칭도 대한야구협회에서 이용되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고, 최근 구성된 대의원을 통해 개정한 정관을 대한야구협회에 승인요청한 상황이라고 L씨는 설명했다.

K감독 사태에 관해서는 “일체 연루될 일이 없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K감독이 그만 두게 된 것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동안 친구라는 이유로 근거도 없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고 강변했다. 반대파의 대의원 자격 상실에 대해서는 “5월 한 달간 세 차례나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같이 끌어안고 가려 했지만 끝까지 협조하지 않는 걸 어떻게 하냐”고 항변한다.

끝으로 L씨는 “30년간 협회에 몸담았으니 오래되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엉망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겠는가. 전권을 휘두른다거나 전횡하고 있다는 건 모함”이라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만두더라도 나를 향한 의혹을 해소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제 충남야구협회의 내홍은 법적인 정당성, 대의명분을 떠나 격한 감정대립으로 빠져들은 상황이다. 지역 야구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태로 학생 선수들과 야구 동호인들이 불이익을 겪는 건 아닐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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