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민 천안발전연구원 사무국장

얼마 전 발생했던 천안B중 야구부 코치선수폭행 사건과 감독비리 사건으로 야구뿐 아니라 충남도내 축구·조정·육상·태권도·유도 등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지도자의 폭행 및 비위행위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어떤 학부모는 “당시 '시대가 그랬다.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지금까지도 미안함과 아픔만 남았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또 다른 학부모는 “여러 학부모가 보는 앞에서 아이를 폭행하는 지도자에 문제를 걸면, 운동계의 굳건한 '카르텔'에 진로가 막혀 운동을 포기하는 상황이 자명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때려달라고 요구했었다”며 자신의 무지함을 원망한다.

실제로 청주의 모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과거 전라도 지역에서 초등학생 제자에게 무참히 폭력을 휘두른 경력이 있었음에도 재임용됐다. 그만큼 카르텔은 굳건하다. 여기에, 지도자가 다른 욕구에 목적을 두고, 부모 앞에서 나이어린 자식에게 욕설, 가혹행위, 폭력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현장을 목격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참혹하다.

폭력권을 가진 권력자에게 부모가 굴종하는 모습을 나이어린 자식이 목도하는 순간이다. 그 선수가 성인이 됐을 때, 과거 폭행당했던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부모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부모자식 간에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모든 운동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특히, 충남도내 각종 운동부 지도자의 폭력과 비위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 십 년간 반복해 오며 여전히 근절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지도자와 학부모들간 갑·을 관계의 배경에는 ‘상급학교 진학권’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집단과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공동체의 그릇된 인식과, ‘내 자식만 명문학교,프로팀으로 진출하면 상관없다’는 일부 학부모의 모순적인 이기심은 ‘과잉 충성’으로 이어지고 지도자들을 제왕적 괴물로 키웠다. 이번 천안B중 야구부 폭력 사태와 비위행위가 바로 그러하다.

학부모는 자식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전전긍긍 했을 것이고, 학교과 교육청은 해당 사건을 인지했거나 보고 받았더라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내부에서 덮으려 했을 것이다. 만약 인지하지 못했다면, 관리소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제 이 지긋지긋한 학교 충남 운동부 폭력과 비위행위 악순환을 단절시키기 위해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운동부학생들의 매뉴얼 제정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에 나선다는 소식이 반갑다. 여기에는 운동부의 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학부모나 선수, 지도자의 공익성 제보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B중 야구부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상급학교 진학이 차단되는 우려에 아이를 볼모로 잡힌 학부모들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공익제보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행정기관 내 조직이 필요하다. 이처럼 폭력·부패 지도자를 선수·학부모가 견제·감시해 해당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 즉, '공익제보자보호'가 조례로 제정돼야 한다.

지역 상급학교 ‘진학권’을 우선 부여해주며, 배정받은 학교에서 졸업 할 때까지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는지 등에 지속적인 관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당장, B중 야구부 사태의 제보로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조례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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