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7-21 21:04 (일)
내 자녀의 진로 지도
내 자녀의 진로 지도
  •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2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대전용전초등학교 교장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1위로 골인하여 금메달을 따면 영웅이 된다. 수 억 명이 TV중계로 지켜보고, 수 만 명이 메인 스타디움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영광의 1위로 골인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그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라면 어떨까? 아니 내 자녀라면 어떨까?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자녀를 그렇게 만들고 싶은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자녀는 심장이 좋지 않아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다. 그렇지만 자녀가 심장병 환자라는 것은 까마득히 잊은 채, 오직 1위로 골인하는 영광의 장면만을 머릿속에 그리며, 자녀를 올림픽 마라톤 선수로 만들어 금메달을 따게 하려는 부모가 있다면 어떨까? 부모와 자녀는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되고, 자녀는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마라톤 선수 생활을 하다가 심장병으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 

자녀의 진면목을 잘 파악해야 한다. 부모만큼 자녀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늘 옆에서 함께하며 지켜보았기 때문에, 기질이 어떤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진단을 했으면 알맞게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을 무시하고 환상만을 좇는 처방은 서로에게 불행하다. 축구에 소질이 있는 자녀를 야구 선수로 만들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모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야구 실력이 향상되겠는가? 부모와 자녀 간에 불신이 쌓이게 될 것이고, 원만한 부자 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전적으로 지능지수를 믿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비교적 객관적으로 개발된 표준화 검사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지능지수가 낮은데,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세상은 지능지수 높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지능지수가 높다면, 세상은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확률적으로 정상 분포곡선을 이룬다. 자녀는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어떤 요인에 의해 정상 분포곡선의 어떤 위치를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위치에 속한 사람들은 역할이 다를 뿐이다. 어떤 역할이 더 훌륭하고, 어떤 역할은 비천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하지 않는가? 다만 꾸준한 노력에 의해 역할이 바뀔 수가 있다. 그것은 부모의 노력이 아니라, 자녀의 노력인 것이다. 
자녀가 못하는 것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자녀에게 숨어 있는 영재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부모의 관심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하는 것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처방인 것이다. 

자녀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부모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자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다. 일찍 피는 꽃도 있고, 늦게 피는 꽃도 있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지고, 늦게 피는 꽃은 늦게 진다. 일찍 정상에 오르면 일찍 내려와야 한다. 빠르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대기만성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아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없었고,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아들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전적으로 아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부모가 아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아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아들은 일찍 진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몰입한 것은 없다. 피아노를 7년 동안 치면서 주위에서 잘 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의 길로 가지 않았다. 또한 학교 공부에 매달리지 않도록 했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등 소위 주지교과라고 하는 과목의 평균 점수가 90점 이상만 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아들에게도 이해를 시켰다. 90점 이상만 되면 구지 학교 공부에 매달리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도록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체육 활동을 하면서 운동 감각을 향상시켰을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년부터는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부품을 뜯어 조립도를 보고 조립하여 제품을 완성하였는데, 로봇이나 배 등을 만들었다. 외국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항공사에서 항공기 부품과 조립도를 주어서 아들에게 주었더니, 2~3시간 쉬지도 않고, 조립하여 항공기를 완성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항공과 관련된 꿈을 키웠는지 모르겠다.  

자녀가 올백을 맞으면 핸드폰을 바꿔주겠다거나, 외국 여행을 보내 주겠다고, 또는 반에서 1등을 하면 MP3를 사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부모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외적 강화를 통해서 자녀를 자극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올백이 과연 필요하면서 중요할까? 올백을 맞기 위해서는 학교 공부에만 전념하게 될 것이고,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할 수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진로 탐색이 필요한 시기에 학교 공부에만 전념하게 되면, 정말 필요한 많은 것을 얻지 못할 수가 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