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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의 약속
자녀와의 약속
  •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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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 교육 칼럼니스트, 대전용전초등학교 교장

경중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소중하지 않은 약속은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약속은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신과의 약속도 있다. 자신과의 약속을 다짐이라고도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그렇게 되면 믿지 못하게 된다. 타인과의 약속이 중요한 것은 논할 필요도 없겠지만, 가족과의 약속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약속은 보통 타인과 하기 전에 가족 간에 먼저 하게 된다. 가족은 가정이라는 기초적이면서 가장 작은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키지 않게 되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가족끼리 믿지 못하게 되고,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간에도 약속은 꼭 지키게 하고,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되는 약속은 하지 않도록 한다. 

약속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강요된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 의지를 빈약하게 하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강요당하는 사람은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저항하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키라고 하는 약속은 지양해야 한다. 자녀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 주고, 자녀가 부모의 의사도 존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부모가 자녀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한 약속은 서로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신뢰하게 되고, 존중과 사랑이 싹트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가 깨지고, 서로가 불신하게 되면 존중과 사랑이 싹트지 않을 것이다. 아주 사소하게 생각되는 약속일지라도 반드시 지키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다 보면 사람들은 신뢰하게 될 것이고, 인생에 있어 신뢰보다 값지고 소중한 재산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피아노를 배우도록 했다. 그리고 아들과 약속을 했고, 꼭 지키도록 했다. 약속의 내용은 학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매일 10번씩 치는 것이었다. 아들은 오른손으로 칠 때는 왼손가락으로 10번을 세면서 치고, 왼손으로 칠 때는 오른손으로 세면서 치더니, 양손으로 칠 때는 바둑알 10개를 의자에 놓고, 한 번 칠 때마다 바둑알 1개씩 옆으로 옮겨 놓으면서 쳤다.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는 10번 치는 시간이 불과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10번 치는 시간은 늘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경부터는 10번 치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걸리게 되었다. 손가락 연습하는 하농 연습곡, 피아노 명곡집, 모차르트 곡, 베토벤 곡, 슈베르트 곡 등 5권 정도를 연습해야 했으니, 시간이 그렇게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별 불평 없이 10번씩 치는 약속을 지켰다. 친척 집에 갈 때도 피아노 교본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서 쳤다. 친척한테는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을 했고, 친척들은 아들의 피아노 실력에 감탄하며 칭찬해 주었으며, 아들도 칭찬 받으면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10번씩 복습한 효과는 대단히 컸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악보를 보는 등의 활동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중력과 인내력,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의식 등이 내면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성취감도 느끼며 자신감도 생겨났을 것이다. 매일 10번씩 복습하다보니,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두 배 정도 진도가 빨랐다. 피아노 학원 연합회 등에서 개최하는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학원 자체 발표회에서도 학부모들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5학년 말에 아들에게 피아노 강습을 계속 받을 것인지, 그만 둘 것인지 결정하라고 했더니, 그만 두고 싶다고 하여 6학년이 되면서 피아노 강습은 마감하게 되었다. 

이 외에 식사 하는 시간, 텔레비전 보는 시간, 컴퓨터 하는 시간 등을 정해 놓고, 지키도록 하였다. 교통 규칙 지키기, 식당이나 백화점, 영화관 등의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하기, 차례 지키기 등 사회생활에서의 약속도 지키도록 수시로 지도하였다. 유치원 때부터 피아노 10번 치기 약속을 7년 동안 지켜서 그랬는지, 다른 약속도 잘 지켰다고 생각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하루 생활계획표를 작성하여 지키도록 하였는데, 70% 이상은 지켰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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