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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변하는 얼굴
마음따라 변하는 얼굴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1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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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70년대 80년대 유행했던 대중가요에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란 대목이 있었다. 세상이 너무나 외모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더 중요한 부분인 마음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꽃과 여자를 많이 비교한다. 꽃 중에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으며 필자가 좋아하는 양귀비, 벚꽃, 장미를 생각해 본다.

20대의 양귀비는 40대의 안록산을 수양아들로 삼았다. 그렇게 아꼈던 안록산이 난을 일으키자 현종과 함께 피난하던 양귀비는 격노한 백성들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마감한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황후이며 최고의 미인으로 후세에 기억되고 있는 사람이다. 절세의 미모를 지녔던 양귀비에 비길 만큼 아름답기 때문에 ‘양귀비’라는 꽃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곡물과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한테 빼앗긴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헤매다가 이 꽃을 꺾어 스스로 위안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양귀비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꽃이며 시골 사람들에게는 이 양귀비를 배 아플 때 잘 낫는 특효약으로 알고 재배하여 먹기도 하였다. 물론 양귀비는 마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아주 위험한 식물이어서 나라에서는 재배를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여 단속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벚꽃 피는 시기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그 화사한 벚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며, 질 때의 모습 또한 초라하기 짝이 없다. 화사한 만큼 초라함이 따르고 화사함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

꽃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장미는 그 아름다움과 향기가 다른 꽃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예리하며 강한 가시 때문에 함부로 만질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장미의 가시에 대한 페르시아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 연꽃이 화왕(花王)인 시절, 연꽃이 밤에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을 지켜주지 않자, 꽃들이 신에게 호소하였단다. 그래서 신은 흰 장미를 만들어 가시를 무기로 주었다. 그런데 흰 장미의 아름다움에 끌린 나이팅게일이 흰 장미를 안으려다 그 가시에 찔려 죽게 되었고 그 피가 흰 장미를 적셔 붉은 장미가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장미와 여성은 아름답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장미의 꽃말은 ‘애정’,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 등이 있지만, 다른 꽃말로 ‘밀회(密會)의 비밀’도 있다. 로마신화에서 사랑의 신 주피터가 어머니인 비너스의 로맨스를 말하지 말아 달라고 침묵의 신인 하포크라테스에게 부탁하였다. 침묵의 신은 그렇게 하겠다는 응답으로 장미를 보냈다. 그 후 장미는 밀회의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 되었다. 그래서 로마시대 연회석 천장에는 말조심하라는 표시로 장미를 조각했으며, 16세기 중엽 교회의 참회실에 장미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장미에 얽힌 이야기를 보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꽃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이면서도 그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쉽게 시들지도 않는다. 어쩌면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5,000년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는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지만 1,000여 차례의 외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낸 위대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온 꽃이다. 축하해 주는 화환에 꽂히지도 않고, 방안의 꽃병에도 꽂히지 않는 꽃이지만 보면 볼수록 은은함과 수수함이 묻어나는 꽃이다. 일본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무궁화가 지닌 상징과 가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많은 남자가 관심을 가지고 온갖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접근한다. 그러니 팔자가 사나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인박명’ 이라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겠나? 그냥 떠도는 말이 아닌 근거가 있는 말일게다. 미인으로 좋은 점도 많지만,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인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겪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미인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유혹에 빠져 남들이 겪지 않는 고통을 겪는 사람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인간 본연의 모습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이 기준이 되니 진실한 사랑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중요한데 마음을 보지 않고 물질적인 것을 보고 맺어지기 때문에 그 사랑이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식는다.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젊어서는 그렇게 아름답던 사람이 늙으면서 초라해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젊을 때는 평범했던 사람이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신은 인간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 얼굴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을 곱게 가져야 하는 모양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하지 못할 끔찍한 일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모두 좋지 않은 생각에서 나온 일이다. 그러기에 마음을 잘 먹어야 한다. 외모를 예쁘게 꾸미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보이지 않는 내면 즉, 마음씨를 예쁘게 꾸미는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것이 곧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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