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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만드는 배움터지킴이
행복을 만드는 배움터지킴이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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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계족산 정기를 받아 선비정신이 살아 숨 쉬는 학교가 있다. ‘대전송촌중학교’ 필자가 그곳에서 지난 3월부터 배움터지킴이 활동을 하게 된 것 또한 필자의 천직이었던 교직인생의 팔자소관이라 생각하며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을 거쳐 대전교육정보원장까지 역임하고 나서 하필이면 배움터지킴이를 하고 있느냐는 지인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스런 가치관인 걸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43년간의 긴 여정이었던 교직활동을 마무리하고 퇴직 후 1년 동안은 집에서 휴식으로 지냈다. 앞으로의 여생을 의미 있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선택한 것이 대전송촌중학교 배움터지킴이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을 하면 할수록 후회는 없고 보람되고 행복 가득한 일이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한다. 학교장으로 근무할 때 곤란했던 일 중의 하나가 퇴직한 선배 교장으로부터 물품 구매를 요청받거나 청탁을 받았을 때인데 그때마다 ‘퇴직 후 교단에 남아있는 교직후배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속 깊이 그것도 여러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기에 학교현장을 상대로 하는 비교육적이며 탐욕스러운 퇴직 후의 활동은 절대 안 된다는 것에 자존심을 걸었다.

대전교육정보원장 퇴직 무렵, ○○회장을 맡아달라며 도움을 요청한 업체가 있었다. 말이 회장이지 학교를 상대로 하는 영업사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스스로의 다짐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퇴직 후에도 꽃처럼 피어나는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2세들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는 배움터지킴이와 학교현장을 후비고 다니며 후배교장선생님들을 어렵게 해야 실적이 올라가는 영업사원인 ○○회장! 필자의 선택은 주저함이 없이 배움터지킴이 쪽으로 향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닌 교육적으로 긍지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일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대전교육정보원장으로 근무하기 전에 대전송촌초등학교 교장으로 2년 6개월 근무했었기에 그 때는 초등학생 제자이었는데 중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으니 더욱 정을 느낄 수 있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학교교육현장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지만 개중에는 꿈 없이 방황하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 학교현장이다. 뭔가 나의 할 일을 찾아보던 중 40여 년간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책과 편지를 활용하여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3월, 4월, 5월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을 하였고, 6월부터 편지를 쓰게 되었다. 학생들의 바른 인성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초록담쟁이’라는 책을 편지와 함께 주었다. '초록담쟁이' 책은 배움터지킴이를 하며 받는 수당으로 구입하였다. 편지 내용도 생활지도가 필요한 학생이든, 모범생이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내용은 자제하여 쓰지 않았고 평소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점, 관찰한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이 가진 장점에 주목하여 편지를 써서 책 속에 붙여 책을 읽을 때마다 편지 내용을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말썽꾸러기들이 배움터지킴이인 필자를 감동시키기 시작했다. 평소 ‘경비 아저씨’로 부르던 아이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은 물론, 하지 말라고 말려도 짓굳게 하던 행동들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보고 편지 한 장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잘못된 행동을 배움터지킴이인 필자에게 보이면 피했던 학생들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신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하며 스스로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학생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전해 듣고 감사하다며 '지킴이선생님' 드시라며 음료수를 건네는 학부모를 대하노라면 크나큰 용기가 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이은학 선생님! 우선 책 정말 감사합니다. 편지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항상 인사 잘 받아 주시며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지각도 안 하도록 노력하며 더욱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은학 선생님 감사합니다. 날씨도 더워지는데 몸조심하세요. 대전송촌중학교 2019. 06. 14. 3학년 정○○ 올림’이라고 쓴, 하굣길에 가방 속에 넣어 두었던 손편지를 주는 학생을 대하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였다.
 
오늘도 책과 편지에 사랑을 담아 건강하게 성장하는 송촌중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내 준다.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성장해가는 꿈나무들을 보며 배움터지킴이 활동에서 보람과 행복 가득하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준 것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그러기에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행복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행복 나눔은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나의 행복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며 오늘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해법을 궁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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