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지금 가히 '밀레니얼세대' 잡기 전쟁을 시작한 양상이다.
정치권은 지금 가히 '밀레니얼세대' 잡기 전쟁을 시작한 양상이다.

80년~2000년 초반 태생한 20~30대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 자처
文 대통령 靑 직원들에 '90년생이 온다' 책 선물 이어 한국당 연찬회선 테마 강연

[충청헤럴드 서울=강재규 기자] 이른바 '밀레니얼세대'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그간 잘 보이지 않던 이 세대에 대해 우리 사회 많은 분야에서 비로소 '눈을 뜨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패션계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 주목하는 밀레니얼세대. 이들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최근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초순 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했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선물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책 선물과 함께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화들짝 놀랐을까? 자유한국당이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 주관으로 지난 27일, 28일 이틀간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경제 FIRST! 민생 FIRST!’ 2019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이 주제를 뽑아들었다. 고리타분한 '보수 꼴통' 이미지를 벗고 젊은 층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도전하지 않고서는 차기 총선에서의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여연이 이번 연찬회에서 내건 주제강연 제목은 '관점을 바꾸면, 표(票)가 보인다'였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매출 증가를 가져온 <구찌 그림자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는 "구찌는 권위를 버리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채택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세대별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즉, 19~29세 곧 이 밀레니얼세대와 30대에서의 지지율은 각각 7%, 8%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7%, 24%를 얻고 있어 한국당에 비해 각 2.4배, 3.0배 앞선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우리나라의 경우 1490만명, 전체 인구의 29% 가량을 차지한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말까지 태어난 'X세대'의 뒤를 이어 'Y세대'로도, 혹은 IT에 친숙하다 하여 '테크세대'로도 불린다.

밀레니얼세대란
밀레니얼세대란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취업난, 일자리 저하 등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로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개인적 삶을 중시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싸'보다는 '자발적 아싸'가 되길 자처하는 세대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10명중 8명이 SNS에서 활동해 자기 자신 또는 선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계층이다. 온라인 마케팅의 표적이되기도 한다.

이번에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조국 사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온갖 의혹에 휘말린, 10개가 넘는 고소고발사건으로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수사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조국 전 민정수석의 경우 서울대 교수시절부터 트윗터 등 SNS 활동공간을 점유하다시피하며 밀레니얼세대의 감성을 터치해왔으나 그가 그 당시 행한 각종 언행들로 인해 이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위기에 처한 상태다.

2030세대, 곧 이들 밀레니얼세대는 조 후보자가 과거 서울대 교수 시절에 썼던 책, 언론 기고 인터뷰, SNS 게시글과는 상반된 내용의 의혹과 논란이 터져나오자 "내가 알던 조국 맞나", "솔직하게 재수없다", "높은 도덕성과 언행일치를 강조해온 386진보 인사도 결국 50대 기득권과 다르지 않네"라는 비판을 쏟아놓는다.

서울대 2차 '조국 규탄' 촛불집회 [사진=YTN]
서울대 2차 '조국 규탄' 촛불집회 [사진=YTN]

무엇보다도 조 후보자의 딸(28)의 외고-고려대-의전원으로 이어지는 입시과정에서 필기시험 한번 없이 고속질주한 부분은 물론, 장학금 특혜 논란과 고등학생 시절 대학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에서는 분노한다. '신의 재주'라 불릴 만큼 그는 귀족진보의 특권이란 특권은 다 누리고, 원칙 대신 반칙에 능했다. 겉으로는 이 땅의 '흙수저'들을 어루만지는 듯 스펙쌓기를 비난하면서 밀레니얼들에게서 이름을 얻어왔다.

젊은 대학생들이 절망하는 것은 바로 그의 이러한 이중성과 가면이다. 도덕적 윤리적 우월의식으로 무장한 진보지식인의 민낯을 보면서, 그 가족의 금수저 스펙과 과도한 우월의식에 박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과 함께 내세운, 기회의 공평, 과정의 공정, 결과 정의가 헛말이 아니냐는데 회의감을 갖는다. '조국 STOP'이라고 외치며 다시금 촛불을 든 이유다.

조국 후보자와 동기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말한 것처럼, 시대가 바뀌었는데 자신들이 진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이고 시차 적응을 못 하는 화석화된 80년대 운동권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밀레니얼세대를 '선점'했다고 자부했던 진보쪽에서 화들짝 놀랐을 법하다. 보수쪽에서는 이 참에 새 영역인 '밀레니얼세대'층을 향한 약진에 서둘러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밀레니얼의 분노를 잠재워라' VS '밀레니얼을 더욱 분노케하라'.  과거 정치에서는 대표적인 무관심층으로 분류되었던 이들.  하지만 7개월여 남은 내년 4월 총선 승패의 키는 '밀레니얼세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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