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도의회 유병국 의장…“국민들 실망” 중앙정치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
내년 총선출마 “생각 없다” 일축…현역 패널티 ‘25%’, “국회의원 사다리 차기” 일갈

충남도의회 유병국 의장. 

[충청헤럴드 내포=안성원 기자] 듬직한 풍채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푸근한 얼굴. 지난 3일 <충청헤럴드>와 만난 충남도의회 유병국 의장(민주당·천안10)의 인상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섣부를 수 있지만, 유 의장의 경우 외모에서 느껴지는 품성이 의정활동 전반에 반영되는 듯하다. 

9대부터 11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한 유 의장은 여당 중 최다선이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3선 이상급의 중진의원들이 다수라다는 점에서 취임 전부터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1대의회가 1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사라졌다. 

앞서 언급한 듬직함과 푸근함을 바탕으로 선·후배 동료의원들의 원만한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갈등과 충돌을 피해 대화와 조율로 의회를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전국구 활약을 펼치며 광역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앙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거침이 없다. <충청헤럴드>와의 인터뷰 도중에도 여당의 현역페널티에 대한 진정성, 진영논리에 갇혀 갈등양상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국면에 대해 자성을 촉구했다. 내년 총선을 두고 중앙당이 발표한 ‘페널티 25%’에 대해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시·군행감에 대한 마찰, 인사청문회의 실효성 논란 등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압박에 직면한 상황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의장으로서 임기의 반을 돌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유 의장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지난 1년 어려웠던 순간 이상으로 보람과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진 난투극이 아닌, 대화와 조율로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에 대한 꿈도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다고 덤덤하게 밝힌다. 


[다음은 유 의장과의 1문 1답] 

- 11대 의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의장으로서 소감을 밝혀 달라.
“지난 1년 지방의회 위상정립과 역량강화를 위해 도정이 나아갈 방향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변화하는 시대 여건에 능동적 대응을 위해 ▲정책위원회 출범 ▲의회 제도개혁 TF 운영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예산담당관 신설 등 사무처 기구 확대 ▲의정모니터 운영 등을 추진했다.
 대외적으로도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지방자치법이 부활한 지 28년 만에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데 기여하고 주도적으로 개정안을 이끌어 왔다는 역할에 자부심이 있다. 지난 4월엔 전국 829명의 광역의원 중 700명 이상이 참석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위한 대톤회를 열었고 최근에는 세종에서 충청권 4개 광역의회 토론회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 아직 1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제10대에 비해 의원 간 갈등상황이 적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모든 결정을 의원들에게 다 열어놓고 의사를 묻고 최대한 따르려 했다. 그렇게 의장단에서 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한 것이 마찰이 적었던 동력이었던 것 같다. 밀실에서 의장단과 수뇌부 몇 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안을 다 공개하고 같이 상의하고 모아진 의견을 따르려했다. 의장은 의원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것뿐이지 멋대로 하라고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을 이어가려 한다.”

- 제11대 의회가 기존 의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11대 의회는 여성의원 8명, 척수장애 의원 2명, 정의당 의원 1명 등 각계각층을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징으로는 의원 평균 연령이 40대로 젊은 편이며 전체 42명 중 29명이 초선으로 전체 69%를 차지하고 있다. 도정과 교육행정 전반에 걸친 철저한 자료 분석은 물론 의정활동의 기본인 회의 참석률은 99.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총 8회 129일간의 회기 동안 331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도민 권익 보호를 위한 조례 178건이 제‧개정됐다. 이중 의원발의가 106건을 차지하는 등 활발한 입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의정토론회‧연수와 의원 연구모임 등을 통해 지역 현안의 돌파구를 찾고 있으며 도민의 참뜻을 헤아릴 수 있도록 의원 모두가 활기찬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 인사청문회의 경우 효용성 논란도 나왔다. 혹여 보완방안이 있는지 말해 달라. 
“능력과 자질을 겸비하고 유능한 공공기관장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임용의 투명성 확보와 도민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볼 때 꼭 필요한 제도다. 짧은 인사 청문 준비과정에서 도덕성 검증 등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비점을 보완해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 애초에 협의할 때 시작은 7개 기관으로 하되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꼭 청문회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부오 협의해 확대하는 안을 검토할 것이다. 중앙도 그렇고 의회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도 인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아직 안 돼 있지만 향후에는 의회의 결정이 강제화 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 지난해 시·군행정사무감사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올해 재추진 여부를 밝혀 달라.
“올해도 15개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도의회에서 도지사가 시장·군수에게 위임 또는 위탁한 사무를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주 작은 예산이더라도 적정하게 쓰였는지 살펴보는 것은 도의회 본연의 의무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리서치 여론조사결과 도민 59%가 시군행정사무감사가 필요하다는데 찬성(반대 21.8%, 잘 모름 19.2%)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군의 거부로 감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안부가 시행령의 규정을 일단 삭제하고 위탁 사무 중 위법사안으로 판단되는 경우 도의회의 감사가 가능하게 하는 중재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고 시행방식을 검토해보겠다.”

- 관심 깊게 생각하는 충남도의 주요 현안과 대응계획은?
“도정 최대 현안인 혁신도시 지정이다. 충남도는 2004년 참여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관할 내 건설된다는 이유로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2012년 행복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가 분리 발족되면서 지난 5년간 충남의 인구는 13만 7000여 명이 줄었고 면적은 437㎢나 줄었다. 면적만 놓고 보면 광주광역시 하나가 사라진 규모다. 지역총생산 또한 25조 2073억 원이나 감소했다. 그동안 양승조 지사는 물론 각계에서 노력했지만 지난 7월 충남 혁신도시 추가 지정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지난달 꾸려진 ‘충남 혁신도시 범도민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서 이제는 정치권과 관 중심의 노력에 더해 민간 차원의 결집을 보여주려 한다. 이달 말까지 혁신도시 서명 운동 100만인 돌파를 목표로 전개하고 정부의 방어 논리를 허물 수 있는 새로운 논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간략히 소개해 달라.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17개 광역의회 간 연대를 통해 지방분권 개헌과 지방의회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국회와 정당, 정부 주요 인사와 간담회 등을 마련해 지방분권 관련법규 개선에 주력해 왔다. 그 결실 중 하나로 최근 발표된 지방자치법 주요 개정안 내용에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인 ‘인사권 독립’과 ‘정책보좌관제 도입’이 포함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성숙한 실현과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광역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2012년 발족한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는 시도지사 뿐 만 아니라 국회의원,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 의장, 교수와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을 아우르는 자치분권 협의기구다. 해마다 자치분권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과제를 정부에 건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임기 1년 동안 지방분권 추진과제를 연구‧발굴하고 정부와 국회 등에 지방분권 추진 관련 정책과제를 건의하겠다.”

- 정치인 ‘유병국’으로서 정치철학과 포부를 밝혀 달라.
“정치인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조정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견이 없을 순 없지만, 충돌을 가장 적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치를 보면 좌우, 보수·진보가 극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사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치인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지역에서는 중앙의 극단적인 모습을 답습하지 않고 갈등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칭기즈칸의 책사 야율초제가 한 “열 가지 이로움을 얻는 것은 한 가지 해로움을 제거한 만 못하다”는 말을 정치적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정치인들이 취하려 하는 마음에 몰두해 해악을 끼치는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상에서 그의 말은 고민할 가치가 있다. 결국 정치인의 조정자 역할과 일맥상통한다.”

- 내년 총선에서 천안지역 출마를 전망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은 의장으로서 임기가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내년 총선 출마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 다만 정당인으로서 당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역할이 줘진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현역 선출직 공직자들이 총선에 출마하기는 중앙당에서 ‘페널티 25%’를 결정한 조건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당의 명분은 재보궐 선거로 인한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상위법인 ‘당헌’에 명시했어야 하는데 ‘당규’로 정했다. 다음 지도부가 들어서면 얼마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국회진출을 막기 위한 '사다리 차기'식으로 세운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여러 경로로 항의했지만 바뀌진 않았다.” 

-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녀보면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올 추석엔 태풍 소식도 있는데 어려운 중에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덜 외롭고 힘든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과 함께 도의회도 집행부와 협의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촘촘한 ‘그물 복지망’을 확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충남도의 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 권익보호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따끔하게 충고해주시고 잘하는 점은 격려해주셨으면 한다. 도민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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