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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인사청문 파동, 그 후] 한국 사회, 어디로 가는가
[조국 인사청문 파동, 그 후] 한국 사회, 어디로 가는가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09.15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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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충돌
조국 법무장관 임명하던 날
조국 법무장관 임명하던 날

'조국 사태'는 8.9개각 발표 이래 꼭 한달동안 온 나라를 두 패로 쫙 갈라놓으며 대 혼란 속으로 내달았다. 오죽하면,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쇼크도 '조국 사태'에 의해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을까. 대통령은 숙고 끝에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고, 그 후폭풍은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추석 민심을 타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검찰의 '조국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조국 파장'은 제2라운드를 맞을 기세다. '조국 사태' 전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 검찰개혁, 그리고 정치개혁까지 가려면

2016년 요원의 불길같이 타올랐던 촛불 민심의 요체는 "이게 나라냐"였다. 그 요구의 핵은 '국가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정치개혁과 선거제 개혁은 그 각론이었고, 나머지 사회에 온존하던 모든 적폐들은 이를 통해 모두 해소될 줄로 알았다. 그 촛불 민심을 정확히 파고들었던 것은 민주계였다. 일패도지하고 있던 문재인 후보는 조국 등 민주계 앙가주망 인사들을 포함해 당시 야권 인사들에 업혀 손쉽게 정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드루킹' 조작팀이 가세했었다는 것은 그후에 드러난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에 반해 이번에 조국 사태의 단초는 국민들의 정서법을 건드린 부분이 가장 뼈아팠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강남 좌파'의 부도덕과 일탈, 의혹만으로 한정할 성질은 아니라는 점이다. 20대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쳐 기득권세력에 대한 울분을 분출시켯다는 점이고, 불공정 불의에 대한 불만이 극대화된 것이고, 그로 인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등, 공정, 정의'가 조종을 울렸다는 점은 정권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내용이다.

더 안좋은 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할 중도 심판 세력이 크게 줄고 극단적인 진영대립으로 갈라치게 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진영논리에 매몰돼 정치적 패싸움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너도 나도 패싸움 진영에 매몰되다보니 양측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심판을 해야 할 층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도 된다. 내 진영이면 설령 잘못이 있어도 눈감으려하고, 상대 진영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잘못도 용납치 않은 채 할퀴고 짓밟으려는 자세뿐이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제가 그만큼 줄었다는 애기다.

■ 우리사회 평등 종정 정의 실종 대표적 사례 '오명'

이 얘기는 절대적 부도덕성도 오로지 진영의 논리에 함몰되고, 진영에 찬성하는 것은 선이고, 반대하는 쪽은 그 무엇이든 악이란 이분법 논리에 빠지고 만다는 얘기다. 이번 조국 사태 속에 가까스로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계쪽 인사청문위원 가운데 금태섭 위원이 자기 진영의 조국 후보자에 대해 현재 사회 일반에서 일고 있는 반론과 문제점을 지적하자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곤혹을 겪었던 점이 그 한예다. 진정한 적폐를 도려내야 함에도 내 진영의 적폐는 적폐로 지목하지 않으려 하고, 오로지 상대 진영의 적폐에는 용서가 없다. 분노와 증오가 이글거리지만 진영을 분명히 구분해서다. 우리 사회 도덕성의 붕괴를 가속화시킨 점은 이번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사회병리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조국 후보자
조국 후보자

이같은 현상은 국가 최고 지도자라 할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당시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을 강하게 질타하는 국민들의 지적은 의도적이라 할 정도로 외면한 채 해외 순방길에 '교육제도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달라'는 식으로 비켜가는듯한 대응을 내놨다. 그에 따라 여권의 인사들이 잇따라 엉뚱한 소리를 내놓더니 여당은 본격적으로 조국 감싸기에 열을 올리는 모드로 전환돼갔다.

그러자 조국 후보자 스스로도 도덕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언론과 청문위원들의 예봉을 모르쇠 전법으로 대부분 넘겼다. 전문성과 도덕성 청렴성을 갖춘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조금도 채울 길이 없었다. 법대교수출신이면 무조건적으로 공직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설령 전문성은 갖췄다고 봐도, 조직을 이끌수 있는 리더쉽은 다른 문제다. 더욱이 청렴성은 나라의 일을 맡아 행하는 것이니 제1요체라 하겠으나 '검찰에 물어보라'는 식이니 인사청문회가 끝나고서도 '맹탕청문회'란 비난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 진영논리 따른 집단 패싸움 '이제 그만'?

조국 장관에게 쏟아진 10건의 고소고발 의혹들중 일단 검찰에서 자녀입시문제로 상장이 위조 혐의로 부인 정경심씨가 기소가 되었으나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행 법적으로는 "부인과 딸에게 귀속된 위법사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공직자재산등록시만 보아도, 본인을 비롯해 배우자,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하게 하는 취지를 살펴봐도 가족 전체를 통해서 청렴도의 기준을 잰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장관 임명 후에 수사 속도를 더해가는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조 장관의 말바꾸기외에도 가족 공동체 개념에 비춰 관여했다는 취지로 검찰이 압박해가는데도 조 장관은 무조건 '부인이 한 일'일고만 하고서 빠져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단돈 1, 2천만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수십억원 전 재산보다 많은 돈을 약정하고, 실제로 십수억원을 불입하는 투자행위를 부인만 알아서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 것이었다.

게다가 인사청문회 근본취지가 검증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재고해보자는 것임에도, 임명권자는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없어도 재송부 요청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임명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그간 16명의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절차적 민주주의보다 더 무서운것은 정권의 권위요, 정권에 대한 신뢰다. 지난 정권의 촛불은 정권의 권위의 추락에 대한 국민의 보복이고, 국민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때 돌아오는 당위적 결과를 가르쳐준 엄중한 교훈이었다.

일각에서는, 조국 청문회가 역설적으로 진보라는 단어가 주는 착시현상을 교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금부터라도 단어에 현혹돼 진영논리에 빠지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병리현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과 다름아니다. 진보 중에도 (보수와 마찬가지로) 정의도 있고 불의도 있음을 이번에 깨닫게 됐다는 얘기다. 극단화한 진영논리로 상대 진영은 무조건 욕하고, 자기 진영은 무조건 옹호하는 후진적인 모습을 탈피해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은 또다른 교훈이다.

■ 윤석열 검찰이 주목 되는 이유

어쨌든 조국 후보자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됐고, 그와 동시에 검찰의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의 수사를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눈독들여 지켜보는 상황이다. 지난 시절, 무소불위의 권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검찰도 있었다. 이른바 정치검찰들의 소행이었다. 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일삼던 검찰도 있었다. 검찰개혁의 빌미를 제공했던 자들이었다. 대한민국 엘리트 그룹 검찰의 모두가 그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국 장관 임명의 대의적 명분도 오로지 검찰개혁이라고 부르짖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권력에 눈치 안보고 오직 국민의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 본연의 자세로, 정의의 칼을 빼들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이 주시하는 이유다. 과거 박근혜 이명박 두 정권을 넘어뜨린 '정권의 저승사자'라 불릴만한 닉네임을 얻은 윤 총장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

"'살아있는 권력도 눈치보지 말라'해놓고 검찰을 겁박하는 것인가" 라며 청와대나 여권이 검찰의 중립을 훼손할 만한 발언들이 나오는데 대해 야권에서 경고의 화살을 날리는 이유도 그런데 있다. 검찰개혁은 제도로 하는 것이지, 권력이 이래다 저래라 하는 것자체가 검찰의 정치화를 조장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법무장관 임명과 관련해서는, 장관 주변 내지는 장관 본인에 대한 조사를 아무런 제한 없이 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 검찰개혁은 이미 이룬 것이란 애기가 그래서 나온다. 정치 구호로서의 사회정의가 아닌, 진정한 사회 정의의 칼로서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비단 검찰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중대한 시험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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