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지역을 살리는 엄마들 모임’ 임혜숙 대표…“전문가 아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
17일 ‘가지맘’ 민간보육시설 차별 해소 기자회견…충남지역 5530명 엄마들 서명으로 동참 

'가정과 지역을 살리는 엄마들의 모임' 임혜숙 대표. 

[충청헤럴드 내포=안성원 기자] “양승조 충남도지사님께 차별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공평한 보육환경에서 양질의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17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가정과 지역을 살리는 엄마들의 모임(이하 가지맘)’ 임혜숙(41) 대표 등 회원 10여 명의 목소리다. 이들은 지역의 엄마들 5530명의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아이와 가정을 돌보는 엄마와 주부로서의 역할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연대와 참여를 통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결성한 단체인 가지맘. 이날 목소리를 높인 주제는 “공평한 보육환경에서 양질의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이들은 “어린이집 유아 1인당 하루 급간식비가 십 수년째 1745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지만, 충남도의 경우 유치원에 1700원을 더 지원하면서도 어린이집에는 추가 지원은 재정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충남도는 올해 전국 최초로 고교무상교육비와 무상급식비, 유치원 무상급식비 및 충남아기수당 등에 1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런데 더 시급한 민간보육시설 차액보육료 현실화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자꾸 미룬다면 일의 선후가 크게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유치원·어린이집 친환경 급식비 지원차별 해소 ▲내년 누리과정 차액보육료 지원금, 2019년 표준보육비용 수준 인상 ▲보육료 현실화 및 보육시설 환경개선, 보육교사 채용 확대 ▲놀이중심 누리과정 개편안에 적합한 교육과정 준비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충청헤럴드>가 ‘가지맘’ 임혜숙 대표를 만나 회견장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 대표는 “개인적인 모임에서 시작한 가지맘이 이토록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도 “우리는 비전문가지만, ‘수당’에 매몰된 저출산 극복 정책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고 확신을 보였다. 

또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멀어서 도청을 찾았다. 엄마들은 누가 담당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우리아이에 대한 ‘차별’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의지를 다졌다.

17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시설의 차별 해소를 촉구하고 있는 '가지맘' 회원들.

[다음은 일문일답]

-  ‘가지맘’은 민간 보육시설 차별해소를 위한 단체인가.
“아니다. 불과 올 여름에 아는 엄마들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제가 살고 있는 음봉 포스코아파트 동대표로서 어린이집을 국공립 시설로 바꾸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커지게 될 줄 몰랐다. 천안과 아산에 거주하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참여 중이며, 최근 SNS활동을 하면서 급속도로 활성화 됐다.”

- 지역에서 순수 학부모 단체가 이런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이다.
“사실, 난임이라서 어렵게 아이를 가졌고 지금 7살, 6살이다. 어렵게 가진 만큼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 뒤늦게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 가정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양육이 어렵다고 느껴졌고 전쟁이었다. 기관과 전문가를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제한적이다. 그런데 국공립시설의 문턱은 높기만 하고 사립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지만 국공립과 차별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아이가 차별을 받는다는데 화가 났고 팔을 걷어 부칠 수밖에 없었다.”

- 오늘 기자회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국공립과 민간보육기관 간의 차별지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목적이다. 우리 아이들은 보육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내라는 세금을 다 냈는데 왜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만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는 멀지만 충남도청은 가까워 찾게 됐다. 엄마들에게 중요한 건 관할 기관이 아니라 아이의 행복과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을 느끼고 있는지.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10.9%로 두 자리 수 인상됐지만 올해 0~2세 보육료는 6.3%, 3~5세 누리과정 지원금은 22만 원으로 7년째 동결된 상태다. 물가상승률이나 인건비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2013년 정부가 발표한 표준보육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육료 지원으로 인해 월급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민간어린이집 원장도 많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줄을 잇고 아이들의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초·중·고는 국공립과 사립을 구분해 지원하지 않으면서 왜 유치원과 어린이집만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 충남도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데.
“출산 관련된 정책이 너무 ‘수당’에 매몰돼 있다. 돈 10~20만 원 더 받는다고 아이를 낳는 부모는 없다. 보육환경이 개선되고 안정적이 돼야 셋째도 넷째도 낳을 수 있다. 초·중·고·대는 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되는데, 보육기관은 그렇지 않다. 민간시설에도 평등하게 지원이 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특성으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일정한 틀에서 여기를 보내나 저기를 보내나 다를 게 없다. 그들 안에서도 경쟁이 없다 보니 보육의 질 향상이 한계가 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다음 달 중으로 토크콘서트를 열고 이 문제를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려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정치권이나 자치단체장 등을 초청해 엄마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 시작은 개인적인 이유였지만 ‘가지맘’은 장기적으로 지역 엄마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길 바란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오늘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질문을 받자 머리가 하얘졌다.(웃음) 중요한 건 아이들이 교육의 출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집 주변에 가까이 있는 민간 보육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양질의 보육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보육뿐 아니라 지역의 초등학생들도 갈 곳이 없다. 부모들이 의지가 있어도 보다 시야를 넓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좀 더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만족할 순 없어도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든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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