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지역화폐’ 2500억 발행...대덕구 자체 지역화폐 무용론, ‘서구·유성구 몰림 현상’ 우려
박정현 대덕구청장…"지역불균형 해소 등 지역화폐 원래 목적 중요” 반발

박정현 대덕구청장(좌측)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시의 지역화폐 발행'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좌측)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시의 지역화폐 발행'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충청헤럴드 대전=박성원 기자] 대전시가 25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예고하면서 대덕구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대전시와 대덕구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대덕구가 첫 시행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은 구민들과 대덕구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모두 88억 3100만 원 어치가 발행됐고, 이 가운데 60억 2400만 원 어치가 시장에서 사용됐다. 이에 대덕구는 장기적으로 500억 원까지 발행액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시가 이번 시책을 대전시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향을 밝히자 대덕구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대덕구는 대전시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면 소비가 기존 서구와 유성구로 몰리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 등 긍정적 반응이 나오자 대전시가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대덕구 관계자는 복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면 대덕구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서구와 유성구에 몰리는 현상이 굳어지고 경제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우리 구의 노력이 수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역시 1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시의 지역화폐 발행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청장은 “(대전시 지역화폐 정책 추진에 대해) 참 반가운 소식이고 기대가 크다”고 전제하며 “다만 대전시의 지역화폐 직접 발행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대덕e로움’을 사용하고 있는 대덕구 주민들의 걱정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역외소비를 줄이고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책의 목표가 있기에 이미 ‘지역화폐 정책’을 도입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화폐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대전시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상의 정책설계를 하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18일 정례기자브리핑 자리에서 25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18일 정례기자브리핑 자리에서 25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대전시는 내년 7월 2500억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키로 결정하고 발행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정례기자브리핑에서 “지역화폐 사업은 사실상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했던 사업이었다”면서 “광역시는 경제활동에 있어 구 역할이 구분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생활이 진행되고 있어, 구 단위 보다는 광역시단위로 지역화폐 운영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 분야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해 이 사업 추진하게 됐다”고 지역 화폐 도입을 사실화했다. 

이어 “(예산편성에) 원래 5000억 원이었는데, 중앙부처에서 반을 깎았다. 대전은 2500억 원에서 출발해도 무리가 없을 거라 본다”며 “직접적 혜택 대상은 소상공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의) 성공 추진을 위해 대전시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5개구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민간자생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소상공인을 통해 병행될 때 성공할 수 있기에 민선7기 치적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지역 경제사회공동체 틀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 수렴해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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