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촛불혁명은 진화한다

(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 사진은 이미지용임) [사진=강재규 기자]
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 [사진=강재규 기자]

'조국 사태'는 8.9개각 발표 이래 꼭 한달동안 온 나라를 두 패로 쫙 갈라놓으며 대 혼란 속으로 내달았다. 오죽하면,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쇼크도 '조국 사태'에 의해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을까. 대통령은 숙고 끝에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고, 그 후폭풍은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추석 민심을 타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검찰의 '조국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조국 파장'은 제2라운드를 맞을 기세다. '조국 사태' 전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 검찰개혁론에 대한 의문부호

'조국 사태'의 근본은 조국 일가의 부패상 이전에, 조국의 이중 인격과 위선적 행동에 대한 공분이고, 그 해소를 위한 출구로 다시금 촛불을 생각하는 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헌데, 최근 조국 수사가 본격화하는 동시에 조국 장관의 취임 이후 서둘러 성과를 내고 개혁의 명분을 살리기 위한 조금함이 맞물림녀서 아주 묘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조국 사태에 분개하는 소위 SKY대학에서 총학 주도가 아닌 일반 학생 주도의 동시 촛불집회가 엊그제 펼쳐졌던 것은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고, 뒤에서는 편법을 일삼는 조국 교수는 법무장관의 자격이 없다"는 규탄이었고, 조국 장관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였다. '기회와 과정, 결과의 공정'을 훼손한 데 대한 규탄 그 자체였다.

눈에 띄는 곳은 연세대 집회였다. 조국 장관 자신은 서울법대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출신이고, 조국 딸이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에 휩싸여있는 반면, 연세대 촛불집회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정 위에 세운 개혁은 몰락한다. 부정한 장관이 외치는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조 장관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 장관이 국민을 우롱했고, 우롱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3개 대학 공동성명이 채택됐는데, 여기에는 "현 정부가 보여주는 부패와 위선은 지난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국민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더 깊이 후벼파고 있다"며 '정부가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이 상처는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순수한 청년들이 나서야 할 때"라며 "각 대학 단위가 아닌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전국대학생 연합촛불집회를 전국 대학생들에게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젊은 청년들의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고 사회정의를 희구하는 지성의 면면이 읽혀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촛불혁명의 위임은 어디까지

그런데 비슷한 시각, 조국 장관이 취임의 명분으로 내건, '검찰개혁'에 시민들이 나서 촛불집회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살아있는 권력 1호'에 대한 물러설 수 없는 수사를 펼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아래 조국 일가에 대한 속전속결 수사가 펼쳐지고 있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검찰청사 앞에서다. 대학교수들의 검찰개혁 촉구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주관단체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다. 조 장관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검찰이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공수처를 설치하라"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과거 유신정권이나 신군부시절같았으면, 왠지 '관제데모'같은 냄새가 물씬 풍긴다 했을 법하다.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는 것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란 평가를 하는 쪽이 있는 가하면 스스로 검찰을 흔들어 검찰을 개혁하라고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이들의 주장이 가관이다. 이들은 서명운동 발의문에서 “법무부 장관 취임과 관계된 마녀사냥이 한 달 보름 동안 삼천리강산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촛불혁명의 위임 아래 출범한 개혁정부의 미래를 좌초시키려는, 이른바 수구기득권 세력의 총동원령이 개시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공수처설치를 촉구하는 시위 [사진=국회기자단]
공수처설치를 촉구하는 시위 [사진=국회기자단]

한번 냉정히 따져 보자. 검찰을 건드리고 흔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시작인가, 검찰을 정치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검찰중립이며 검찰개혁인가. 더욱이, 촛불혁명의 위임이 개혁정부를 부인할 수 없으나, 개혁정부 구성원 각각의 부패와 위선까지 양도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일이다.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음흉한 의도가 배어있는 것이라면 그건 다른 문제다. 정말 공수처 설치를 원하거든, 좀전에 검찰의 공보준칙 개정안 곧 피의사실공표에 관한 훈령 개정안을 '조국 수사가 끝난 뒤'로 한발 물러났듯이, 이 역시 조국 의혹 사건 법원 최종 판결 뒤로 함이 옳지 않은가. 그래야 검찰의 수사, 기소, 영장청구권 독점을 개선하는 검찰 경찰 수사권 조정 얘기가 보다 설득력있지 않겠는가 하는 소리가 많다.

■ 정파의 편의에따라 춤추는 촛불

게다가 공수처 얘기가 처음 나왔던 문재인 정권 출발 때부터 갖는 의문은 이런거였다. 즉, 공수처가 굳이 검찰의 권능만을 제어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고위 공직자는 물론, 눈에 가시같은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는다는 미명아래 공수처를 설치했다고 치자, 그 공수처가,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라면 다시금 무소불능의 권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공수처법에서 규정하는 고위공무원의 범위에,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헌재소장·재판관,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을 비롯해 각 정부부처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과 검찰 총장·검사, 장성급(전직에 한함)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이런 인사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일부 야권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포정치 시대의 개막'으로 보는 이유다.

어쨌든, 우리 사회의 적폐를 밝히고, 무너뜨리기 위해 들었던 '촛불'은 더 이상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자 전가의 보도는 아닌 모양새로 변해가고 있다. 지지성향에 따라 촛불의 의미는 달라지고 있고, 여야 각 당은 저마다 다른 의미의 촛불을 들고 오늘도 서울 광화문 광장을, 혹은 대학 캠퍼스를 비추며 규탄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에 항거하며 들었던 촛불혁명의 다변화다. 어제의 촛불과 오늘의 촛불이 달리 의미한다. 그저 이념과 정파의 편의에 따라 촛불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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