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5 세상 최고의 오지, 다나킬 평원

소금 캐러번과 에르타알레 화산이 있는 에티오피아의 다나킬 평원은 남다른 모험이나 사진 촬영 등 특별한 목적의 여행객들이나 간혹 찾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기대와 설렘도 컸던 한편 걱정도 많았다. 묵을 호텔이나 식당은커녕 전기도, 수도도 없고, 화장실도 따로 없는 등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며칠을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구정 연휴를 며칠 앞둔 2016년 2월 4일 인천 공항을 출발, 홍콩을 경유한 오랜 비행 끝에 아디스아바바(새로운 꽃이란 의미) 볼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인연이 있는 나라로, 새로이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람들이 정겹게 다가왔다.
첫날은 시내의 고고학 박물관, 시장, 외곽의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 언덕을 둘러 보며 가볍게 몸을 푼다. 이곳은 인류의 가장 오랜 거주 지역으로 알려져 박물관에는 루시라는 별명이 붙은 화석을 비롯하여 현생 인류의 조상에 해당하는 고대 인간의 유해가 발굴, 전시되어 있다. 산에서는 엄청난 무게의 나뭇짐을 지고 맨발로 내려오는 여인들을 만났다. 오지일수록, 사는 형편이 어려울수록 남자보다는 여인들의 삶이 더욱 고단해 보인다.

아디스아바바의 나뭇군 여인
아디스아바바의 나뭇군 여인

2월 6일 아침 국내선으로 메켈레 행, 몇 대의 지프로 갈아타고 다나킬의 관문인 하메델라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우리 일행의 차량 지붕 위와 트렁크에는 여행 가방 이외에도 3일 동안 우리가 쓸 물과 부식, 집기 등 많은 짐들이 실려 있었다. 4년 전에는 비포장으로 하루 종일 걸렸다던 길이 이제 포장되어, 훨씬 편하고 이르게 점심 무렵쯤 도착하였다.

소금 캐러번
소금 캐러번

다나킬은 해수면보다 130m 낮은 지역으로, 본래 바다였다가 화산 폭발로 바다와 분리된 후 오랜 시간 증발하여 광활한 소금 사막이 된 곳이다. 화산 지대인 데다 적도 부근이니 한낮에는 기온이 보통 섭씨 40도 이상, 심할 경우 63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 지역 상당수의 아파르족들은 햇볕을 피할 그늘 한 점, 풀 한 포기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소금을 캐고, 다듬어 낙타와 나귀 등에 실어 나르며 고생스럽게 생계를 이어간다. 낙타들은 보통 하나에 5kg인 소금 벽돌 18 내지 24개, 약 90 내지 120kg의 짐을 진다고 한다. 이렇게 혹독한 고생을 치르며 캐낸 소금을 짐승들의 등에 싣고 인근 다른 도시로 며칠씩 노숙을 하면서 걸어 가서 팔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삶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가축들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소금 캐러번의 행렬이 구경꾼인 우리에게는 형언하기 어려운 장관인 것이다.

소금 캐러번
소금 캐러번

숙소에서 한낮의 더위를 피해 몇 시간 쉰 다음 일몰이 가까운 시간에 고대하던 소금 캐러번 행렬을 보기 위해 나섰다. 운 좋게도 평원 일부에 물이 고여 호수가 된 곳이 있어서 우리는 까마득히 멀리 점점이 보이던 소금 캐러번 행렬이 물을 가르며 끝없이 다가오는 그 장관을 감격에 겨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색다른 풍광을 회상하면 아직도 가슴이 마냥 두근댄다. 

소금 캐러번
소금 캐러번

형편이 열악하리라는 것은 이미 각오했음에도 막상 도착해 우리 숙소를 보았을 때는 ‘아,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하는 심정이었다. 나무 줄기를 엮고 낡은 천 조각들을 대충 둘러친 맨 흙바닥의 오두막에 간이 침대가 전부였다. 섭씨 40도가 넘는 낮의 더위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아 후끈한 움막 속을 피해 침대를 마당으로 끌어내어 홑이불만 덮고 누우니, 하늘엔 별이 쏟아질 듯 초롱초롱하다. ‘이건 7성급 호텔이 아니라 밀리언 스타급 호텔이구먼’하며 실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현지 가이드 아베베의 최선의 배려로 중간에 한 번 한 대야씩의 물로 간단히 몸을 씻고, 이동식 간이 화장실을 쓸 수 있었던 점이다. 또 동반한 요리사 아주머니 마스카람은 3일간 매 끼니에 한번도 같은 요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맛있고 다양한 식사를 하게 해 주었다. 다나킬에서 이 정도의 대접을 받는 일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이는 묻는다. 편하고 좋은 여행지들도 많은데 왜 이런 고생을 자초하며 굳이 이런 오지를 여행하느냐고. 물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호텔에서 쉬며 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척박하고 험한 자연 환경 속에서, 강인하고 건강한 삶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는 일은 이런 오지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렵다. 그들의 삶은 불편하고 고생스럽지만, 그들의 마음과 영혼은 도시인들보다도 강하고 아름다우며, 순박하고 뜨겁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독특한 풍광과 전통이 도도한 물질 문명, 도시 문명의 흐름 앞에서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오지로의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곳 다나킬만 하더라도 이제 길이 포장되었으니, 길을 따라 밀려드는 편리한 외부 문명의 흐름에 밀려 낙타 소금 캐러번이 사라지고, 중장비로 소금을 캐내고 대형 트럭으로 운반하는 일이 언제 벌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 된다면 이런 낙타 행렬의 장관은 두 번 다시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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