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조국 법무장관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첫날,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 발언대에 나와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재규 기자]
지난 26일 조국 법무장관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첫날,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 발언대에 나와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재규 기자]

[충청헤럴드 국회 = 강재규 기자]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 이후 가진 첫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전에서 암초를 만났다.

그간 그가 해온 모든 행보와 언행, 의혹 사건들을 덮고도 남을 '폭탄급 발언'으로 정국이 더욱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27일 정가와 검찰 안팎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달 27일 조 장관 의혹과 관련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 10여곳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한달째를 맞아 새로운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중대한 문제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강제수사 개시 이후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기소, 자택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계속됐지만 조 장관은 취임한 뒤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등 조직을 구성하고 두차례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검찰개혁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던 차였다.

하지만 취임 후 처음으로 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수사팀 소속 부부장검사와 통화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 장관으로서는 사태를 되돌리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답하던 과정에서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수사팀 부부장검사와 통화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조 장관과 법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오전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위해 조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찾아갔다.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조 장관에게 전화를 했고, 조 장관은 '수사관들에게 협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압수수색이 시작된 뒤 충격으로 쓰러져 119를 부르려던 상황에서, 다시 조 장관과 전화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정 교수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건강이 염려됐고, 정 교수의 전화기를 건네받은 수사팀 관계자에게 "(배우자의) 건강 상태가 너무 안좋은 것 같으니 놀라지 않게 압수수색을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분히 수사외압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야권은 이날 대정부질문 이후 즉각 '탄핵' 소추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조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장관으로서 압수수색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다"라며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다. 이것은 인륜의 문제"라고 '수사외압' 비판을 반박했다.

하지만 통화내용에 관한 검찰의 설명은 이와 결이 다르다. 조 장관은 전화를 건네 받은 뒤 "장관입니다"라며 본인의 직책을 밝혔고, 이에 검사는 "특수2부 OOO입니다"라며 소속과 성명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께서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여러번 했다"며 "전화를 받은 검사는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하겠다고 응대를 수회 했고, 그런 과정에서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당시 이뤄진 조 장관과 통화 내용으로 상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제껏 어떤 정치인사라고 해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당시 반발을 할지언정, 외부 전화로 검찰 수사팀장에게 압수수색과 관련해 말을 한 예는 흔치 않은 일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사건 본질을 수사압력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게 대검 입장"이라며 "수사팀 관계자들이 고의적으로 야당 의원들에게 유출했을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수사 외압'으로 규정하고 탄핵을 거론하며 조 장관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탄핵소추안이 재적 의원 절반의 찬성표를 받아 본회의를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인 가운데 통화의 부적절성을 부각하며 조 장관을 압박하려는 모양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오늘 직권남용에 대한 형사고발을 한 뒤 탄핵 추진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를 근거로 삼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조 장관) 본인은 부탁이라고 표현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본인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현장 검사에게 하는 부탁은 압력이고 부당한 요구"라며 "문재인 정권이 결자해지를 못 하면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 힘으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조 장관과 검사의 통화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을 '야당과 검찰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맞서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검사와 정쟁야당의 검은 내통 가능성이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식으로 요구한다. 야당과 내통하는 정치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 사법처리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의 골은 국무위원 탄핵과 국조 등을 거치면서 야권의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고, 이는 다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에 관한 논의 자체에 대한 무산을 구체화할 공산도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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