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정치의 역사앞에 소멸될 위기... 30일 퇴진파 마침내 '비상행동' 꾸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충청헤럴드 국회 = 강재규 기자] '조국 전쟁'의 포성이 갈수록 진동하며 여야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여야 지지세력간 장외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덮고 있다. 그야말로 '조국 블랙홀'로 급속히 빨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의석 28석의 바른미래당이 수개월째 심각한 내홍을 앓으며 급기야 분당 일보직전까지 간 상황이다.

한때 제3지대 정치를 표방, 보수와 진보 양강의 정당구조 속에 협치를 실현하며 중간지대 여론을 수렴하는 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출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속에 치러진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각각의 대선후보를 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정국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낼 것으로 일각에서는 전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한국정치권의 원내 제3당의 지위를 당당히 점하던 이 당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한 지붕 두가족' 신세를 지나 분당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국회 내 정당의 대표적인 회의체가 당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 그리고 의원총회 정도라고 할 때, 당 대표를 중심한 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시각에 다른 방에서는 원내대책회의나 의총이 열리는 것은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돼버렸다.

소수의 당 최고위원회의가 불참 의원들로 인해 당연히 쪼그러드는 반면, 의총이나 원내대책회의가 더 큰 회의체로 비쳐진다. 서로가 얼굴을 돌린 채, 비난과 손가락질은 하루도 멈출 날이 없었다. 이제 완전히 '각 방'을 쓰는 식이다.

■ 한때 각각 대권주자 낸 정당간 합당

지금의 제3당 '바른미래당'은 앞서 설명했던 대로 지난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출발했다. 2016년 2월 창당한 국민의당과 2017년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이 합당, 2018년 2월 13일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하여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창당하였고, 바른정당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을 계기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창당하였다.

바른미래당 비상 의총
바른미래당 비상 의총

하지만 창당이래 끊임없이 괴롭혀온 당 정체성 논란은 현재까지도 언제고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하지만 명백히 당헌과 정각정책이 존재하고,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라고 하는 대의를 표방함에도, 그보다는 국민적 지지가 크게 오르지 못한 채 군소 정당과 별반 다를게 없는 '한자릿수 중반 전후' 지지율이 이들의 발목을 잡곤 해왔음이 사실이다.

내홍의 빌미가 된 건, 지난해 9월 취임한 손 대표가 지난 4월 중순, 퇴진 압박에 몰리자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히면서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의원 등 바른정당 계열 의원들을 중심으로 커진 사퇴 요구를 '조건부 사퇴'로 피해가려는 의도가 도리어 화를 키웠다.

손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때까지는 제3지대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당의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 저는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내홍으로 비화하고 있는 지도부 곧 손학규 대표가 약속한 '추석전 지지율 10%' 약속은 이미 물건너가면서 지도부 신임문제로 발전해온 상황이다. 이른바 손 대표를 정점으로 한 당권파와 이에 맞선 비당권파 또는 퇴진파는 얼굴을 마주보는 회의 중에도 상대진영을 향해 얼굴붉힐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 4월 유치원3법, 공수처 설치법, 선거법개정안 등 3대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한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라고 하는 달콤함에 거대 야당을 제외한 여야 3당 합당에 합의하면서 공동의 전선을 형성하기도 했으나, 이후 구회 파행과 조국정국이 엄습하면서 사실상 3법 연대의 고리는 많이 허문 상태다. 그럴 수록 제3당의 결속력은 급속히 붕괴하였고, 대표 퇴진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흔히 말하는, '남보다 못한 가족'같은 신세한탄 뿐이었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당을 떠나라고는 할 지언정 스스로 탈당을 결행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엄연히 선관위 국고지원문제와 재산 분할 문제가 남아있는 문제때문이었다.

■ 기존 손학규 대표 체제와 최고위와 유승민 대표 체제의 비상행동으로 양분

30일, 바른미래당은 결국 확실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당의 창당주역인 유승민 전 대표가 이날 퇴진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기로 하면서 바른미래당은 기존 손학규 대표 체제와 최고위와 유승민 대표 체제의 비상행동으로 양분됐다.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이날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바로 옆 회의실에서 '비상의원회의'를 연 지 불과 수십분만이었다. 지난 27일에 이어 두번째로 손 대표 체제를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오 원내대표는 비상의원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대표를 맡아 이끌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겨냥 "남 탓만 하며 책임을 안 지는 여당을 비판하고 미래를 책임진다고 약속해 봐야 설득력이 없다"며 "당의 통합과 개혁을 방해하는 지도부를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만이라도 당을 살리고 정치 혁신을 하기 위한 비상행동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비상행동 대표
유승민 비상행동 대표

특히 이날 회의에는 현재 바른미래당에 활동하고 있는 의원 24인 중 12명이 참석하면서 손 대표 등 10명이 참석한 최고위원회와 대비를 이뤘다. 최고위 회의에 참석한 현역의원은 채이배 정책위의장과 임재훈 사무총장 등 2명이다.

이 '비상행동'이 내세우는 슬로건 역시, 창당 정신에 맞는 '개혁적 중도보수'의 가치를 다시 찾겠다 천명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국 대처와 당 혁신 방향에 대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가고 이를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정치 결사체가 갈 길은 멀고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 마저도 소멸하고 만다면, 양강 구도속에 이들이 강하게 부딪치는 한국 정치사에서 제3지대론 정치학은 당분간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바른미래당의 분열이 단순 세포분열일지, 한국당과의 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일지, 아니면 진정한 제3지대로 가는 여정의 출발점일 것인지 잠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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