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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의 시사칼럼] '조국 사태'에 대한 경우의 수
[강재규의 시사칼럼] '조국 사태'에 대한 경우의 수
  • 강재규 기자
  • 승인 2019.10.0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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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거리를 메운 조국 집회 인파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거리를 메운 조국 집회 인파

이른바 '조국 사태'가 꼬박 두달을 넘길 즈음이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 지명이래, 그의 찬반을 놓고 진영간 대립으로 확대, 거의 모든 국정 현안들을 삼키고 마는 '블랙홀'이 돼가고 있다. 조국 의혹을 싸고 하루가 다르게 터져나오는 의혹보도에 이어 이미 조국 인사청문 정국, 그리고 이를 지나 20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에서도 조국 격랑은 높아만갔다. 이런 추세라면, 2일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진영 격돌은 불가피하다. 조국 장관에 대한 퇴진 주장에 맞서, '조국 수호'를 외치는 친정부 '군사'들의 기습작전에 지난 주말에는 검찰청사가 있는 서울서초동 대로를 가득메워 '조국 수호=검찰 개혁'으로 맞불을 놓았다. 모르긴 몰라도, 조국 사태는 국정감사를 지나 연말까지 이어질 공산도 크다. 그러고 나서는 얼마 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총선 최대 이슈 또한 조국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이제는 '조국' 빼고는 어떤 정치적 이슈도 부차적인 것이된다. 적어도 조국 장관이 자리에 있는 한 그렇다.

'조국 사태'는 어찌보면 매직이다. 원인과 결과가 다르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다른 마술 말이다. 사태의 본질과 해법이 다르다. 진영의 논리와 가치의 본말이 다른데서 오는 기현상이다. 본래 '조국 정국'의 핵심은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의 의혹사건들이 '공정한가?'에 있지만, 사태의 결말은 '검찰개혁'으로 귀결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전조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부터 검찰을 윽박지르듯 하며 본질에 대한 왜곡(tortion)에 착수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보기 시작한다. 진영에서도 사회관계망과 유튜브 등 어마어마한 동원력을 앞세워 패가르기에 돌입한 상태다. 조국 사태의 귀결은 비단 '검찰 개혁'만은 아니다. 검찰 개혁은 조국 사태와 관계없이 역대 정권이 구호로 내세웠던 것이고, 이 정부가 아니면 차기, 그도 아니면 차차기 정권에서도 이뤄내야 할 부분에 불과하다.

언뜻 조국 사태의 결말은 대략 네개의 경우의 수를 갖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조국 사태 혹은 조국 의혹이, 확신도 있고 불법도 드러났을때, 확신은 있으나 불법은 드러나지 않을때, 확신은 없으나 불법은 드러났을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신도없고 불법도 없을 때로 분류된다고 하겠다. 확신은 없다는 쪽은 현 친정부 진보진영의 주장일테고, 확신이 있고 불법이 드러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조국 장관의 거취는 분명해지리라 본다. 하지만 확신은 있으되 불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태는 더욱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초고강도로 진행될 것은 자명한 것이고, 잠시 고개를 들려고 했던 진보의 분열은 다시 수면하에 가라앉게 된다. 그래서 어느새 '조국 사태'는 '공정한가?'에서 출발했던 것이 불법 여부로 치환되는 마술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첫번째 경우인, '확신도 있고 불법도 드러났을 때', 그리고 세번째의 경우인 '확신은 없으나 불법은 드러났을 때'는 진보의 분열은 가속화하게 된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개인자격으로, '조국 장관이 2년반 민정수석시절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했던  것이나, 정의당 탈당을 선언했다가 거둬들인 대표적인 진보 논객 진중권 교수 같은 이가 속출한다. 정의당 탈당계를 낸 인사들이 나온다는 얘기나, 참여연대에 냈던 돈을 돌려달라고 전화가 빗발쳤다는 얘기는 그 시발에 불과하다.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의 분열이 가속화했던 것처럼, 민주화운동 이후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진보진영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 역시 기득권으로 가득한 것을 직시하고서도 묵인하려는 자기위선이 거듭될 수록, 진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적폐에 눈감고, 조국에 입다문 진보그룹의 도덕적 기반이 붕괴될 수 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내부총질이 빈발한다는 것이고, 향후 오랜 역사기간 동안 그 상처가 치유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 도덕적 상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 세대로서는.

역사적으로, 보수든 진보든 균열과 붕괴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건강한 사회를 떠받치는 좌우의 날개가 꺾여 기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옳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의 분열을 원하는 쪽은 일부 극보수그룹이지 국민 대다수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점은, 현 정부에 표를 던진 사람이든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이건, 촛불항쟁의 정신을 이어 전면적 사회대개혁에 나서줄 그룹이 진보그룹인 줄 알았고, 그래서 신뢰를 보냈는데, 그 믿음에 균열이 오면서 그 믿음에 대한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에게 도덕적 혼란과 상대적 박탈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깨끗할 줄 알았던 진보그룹이 그간 한국사회에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에 똑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청년층과 민중의 분노와 환멸은 씻기 어렵다. 그래서 '조국 사태'는 청년층과 민중들이 하루 하루 겪는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구조, 소수 특권층이 구축한 캐슬을 타파하는 사회개혁의 시발점이자 역사적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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