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3 17:42 (수)
부부는 닮는다
부부는 닮는다
  • 이은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6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이은학 칼럼니스트, 전)대전교육정보원장

한국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서양으로 입양되었다가 부모를 찾기 위하여 모국인 한국에 왔다. 친부모가 한국인이었음에도 외모는 서양인에 가까워 보였다. 매일 되풀이 되는 먹는 음식이나 생활 습관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가치관도 한국 문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판단을 해본다.

필자에게는 위로 형 둘, 누나 하나, 아래로는 남동생 한명 있는데 함께 모여 식사할 때 보면 좋아하는 것, 그러니까 식성이 비슷하다. 덜 익은 김치보다는 금방 만들어낸 겉절이나 아니면 아주 숙성된 김치를 좋아하고, 밥보다는 칼국수나 수제비 같은 면을 즐겨 먹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생활습관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식성뿐만 아니라 말투나 행동에서도 형제간에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형제간에도 이렇거늘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 사이야 어떻겠는가?

 필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을 큰 형수님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큰 형수님은 반찬을 만들 때 화학조미료를 많이 사용했다. 그런 상황으로 화학조미료를 즐겨 먹다보니 결혼하고 나서도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맛이 없어서 잘 먹지 않았다. 사실 결혼하기 전만 해도 화학조미료가 무슨 건강에 좋은 보약이나 되는 것으로 알고 먹었다. 결혼으로 만난 아내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대신에 멸치, 건새우, 다시마, 양파, 파뿌리 등을 달여 국물을 내어서 음식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반찬에 계속 입을 맞추다 보니 지금은 화학조미료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을 느끼게 되었고,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쉽지만은 않았다. 결혼 초기에는 잘 숙성된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화학조미료를 듬뿍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은 기본이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아내의 반찬에 맛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렇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나를 보고 아내는 신기하게 생각하였고 화학조미료 사용을 나도 모르게 조금씩 줄여온 아내 덕으로 지금은 우리가족 모두 화학조미료를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부부는 서로 닮아가는 모양이다. 부부가 100% 다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부부라는 연으로 서로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조금씩 양보하고 맞추어 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닮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금슬 좋게 생활한 부부일수록 닮은 점이 더욱 많다고 한다. 즐겨 먹는 음식이나 취미는 말할 것도 없고 말투나 얼굴모양까지도 비슷해진다. 매일 같은 음식과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닮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부간에 닮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도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남녀 각 11명에게 부부 160쌍의 사진을 뒤섞은 뒤 인상이 닮은 남녀들을 고르라고 했더니 서로 닮은 것으로 지목된 남녀 가운데 부부 관계가 사실인 것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고 한다. 매일 보는 부부는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생활하며 조금씩 조금씩 평생동안 닮아가는 것이 부부인 모양이다.

1996년 프랑스를 여행한 적이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돈을 받고 연필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가 있었다. 일행 중 여자 하나가 초상화를 부탁하였다. 우리끼리는 얼굴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데 그 화가는 동양인 모두가 그 사람이 그 사람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결국에는 도저히 그릴 수 없다면서 포기하였던 일이 생각난다. 매일 보았던 서양인만 생각하다가 동양인을 대하자니 그 특징이 잘 와 닿지 않은 모양이다. 이처럼 같은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다보면 서로가 닮아가는 모양이다. 물론 DNA의 영향이 절대적이겠지만 같은 음식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부는 촌수도 없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가 부부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닮지 않으려고 해도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닮았다는 것은 닮은 만큼 재미있게 잘 살아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얼굴은 마음을 닮아간다는 말도 있다. 악에 받혀 부부싸움을 한 사람의 입김을 모아 독극물 실험을 했더니 놀랍게도 코브라 독보다 강한 맹독성 물질이 나왔다는 것을 어느 책에선가 읽어 본 기억이 떠오른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반대로 즐겁게 웃고 난 사람의 뇌를 조사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웬만한 독성은 다 중화시키고, 웬만한 암세포 까지도 죽일 수 있는 호르몬을 다량 분비시켰다는 보고서는 우리들이 왜 즐겁게 살아야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 다.

 일상생활을 통해서 억제, 불안, 미움, 공포, 스트레스 등이 뭉쳐서 눌려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는 순간, 그것은 엄청난 양의 독으로 뿜어져 나온단다. 그 독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즐겁게 생활하는 것과 웃음이라고 한다. ‘네가 웃으면 세상도 함께 웃는다. 그러나 네가 울면 너는 혼자다.’라는 말이 있다. 잔잔한 미소와 웃음 가득한 사람의 얼굴은 편해 보인다. 인자해 보인다. 그늘진 구석이 없다. 건강해 보인다. 웃음으로 암을 치료하였다는 방송을 보며 웃음의 효과와 위력은 현대 의학도 넘어서는 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내가 웃으면 전 세계의 에너지가 나에게 흘러오는 느낌을 받는다. 전 세계가 나에게 웃음을 보낸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는 웃음 가득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상대방에게 더 많은 배려로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하나로 모아진다. 그렇기에 부부는 닮는다. 부부가 많이 닮았다는 것은 그만큼 잘 맞추려 노력하면서 잘 살아 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서슴없이 말하는 것 또한 부부를 더 닮게 한다고 한다. 오늘도 더욱 사랑하는 부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마음이 하나가 아니고서는 결코 얼굴도 닮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