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방야구장 분쟁 민원 ‘고무줄 잣대’…동호인들 “원칙 없이 민-민 갈등만 키워” 불만

충남 아산시의 배방야구장을 둘러싼 야구동호인들의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시의 행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배방야구장 전경.

[충청헤럴드 아산=안성원 기자] 충남 아산시 야구동호인들이 ‘갈매체육공원야구장(이하 배방야구장)’ 사용방식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의 행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민-민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8일 아산시와 야구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배방읍 세교리에 면적 6620㎡ 규모로 조성된 배방야구장은 아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야구협회)로 위탁관리가 넘어가면서 개장 초기부터 사용해 오던 배방야구연합회(이하 배방연합)와 사용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야구협회는 통합체육회 규정에 따라 산하 읍면동 지회로 가입해 활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결산, 야구장운영 등 전반에 걸쳐 야구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배방연합은 야구협회의 요구가 과다하다며 단독 운영을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배방연합은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모금한 회비로 시설물을 구축하고 구장을 관리해 온 상황에서 운영·관리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구협회는 배방야구장의 시설이 하천법에 위배되며 법적근거 없이 배방연합회가 시 소유인 배방야구장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양 측이 배방야구장을 놓고 분쟁하는 과정에서 시 행정이 중심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방야구장 사태가 장기화 되자 시가 중재안으로 꺼낸 카드는 ‘추첨제’였다. 원칙적으로는 배방연합의 무단점유 소지가 있지만, ‘시의 체육시설물 이용권은 모든 시민에게 있다’는 논리를 적용해 양쪽 모두 공평하게 추첨을 통해 사용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야구협회는 갖고 있던 위탁관리 권한을 포기했고 유소년팀, 야구협회 소속 클럽, 시 대표 등 10여 개의 팀이 추첨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배방연합은 참여하지 않았다. 시가 자신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첨제를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 진행된 추첨제는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 4~5월 추첨을 통해 사용권을 얻은 팀과 배방야구장을 점유하고 있던 배방연합 간 마찰이 발생했고 경찰까지 2~3차례 출동했다. 그럼에도 추첨에 참여했던 팀은 2~3시간 기다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의 중재안을 따른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했고, 지키지 않은 배방연합은 사용권을 행사한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시의 해법도 걱정스럽다. 시는 배방야구장 사태를 계기로, 내년부터 배방야구장을 포함한 전체 하천변 야구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내륙에 있는 한마음구장만 유료로 전환해 운영키로 했다. 

시, 내년부터 하천변 야구장 무료개방…분쟁소지, 관리부실 모두 걱정

배방야구장 경기 모습. 

하지만 지금처럼 시의 중재안도 유명무실이 된데다, 무단점유 여부에 대한 행정적 판단과 조치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 운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때문에 야구동호인들은 시가 당장의 민원을 잠재우는데 급급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행정적 원칙을 제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시설 관리 인력과 예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초 시가 야구협회에 위탁관리를 맡긴 데에는 야구장을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역량 탓이 컸다. 명확한 기준과 원칙 없이 개방하다 각종 분쟁과 시설관리 부실 사태가 벌어질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구협회 관계자는 “시가 누가 옳은지를 판단할 수 없다면 최소한 원칙은 지켜야 할 것 아니냐. 행정의 중재안을 따른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 전면 개방한다고 한들, 누가 따르겠는가. 오히려 분쟁의 소지만 키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AI(조류독감) 우려로 천변구장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시의 요청에 따라 협회장기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그런데 배방연합은 배방야구장에서 경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방관하고 있다”며 “왜 협회만 피해를 봐야 하는가. 누가 봐도 잘못된 행정 아니냐”고 분개했다.

그렇다고 배방연합이 시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배방연합 관계자는 “시청 전임자가 배방연합회를 배제한 상태에서 사용권 결정방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거라 했는데 우리 동의도 없이 추첨제를 일방적으로 실시했다”며 “다른 천변구장도 많은데 배방야구장만 추첨제로 하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시유지에서 개인 교습을 진행하는 팀도 있다. 체육행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럼에도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배방연합의 무단점유가 위법적인 소지가 있는 건 안다. 하지만 경찰도 공무집행방해로 법적 처분하기엔 요건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강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배방야구장 사용을 지켜보는 것은 올해까지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아산시는 4개 천변 야구장 무료개방을 위해 관리예산으로 잔디정비기계 1500만 원, 인건비 2000만 원 등을 내년도 본예산에 세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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