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등 국회 계류 중인 5개 어린이안전법 찬성률 공개…유족들 공동 국민청원
전체 국회의원 동의율 31%, 대전·충남·세종지역 20명 국회의원 찬성률 35% 불과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모습. [이명수 국회의원 페이스북]

[충청헤럴드 아산=안성원 기자] 충남 아산에서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9살 아이의 이름을 따서 발의된 ‘민식이법’. 민식이의 부모가 올린 국민청원이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지만 청원인 20만 명을 넘지 못하면서 청와대 답변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민식이법’ 처럼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태호·유찬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등 5개 법안이 국회에 표류 중이다. 

2016년 4월에 발의된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무려 3년이 넘게 계류 중이다. 지난 2016년 4월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한 어린이집 앞에서 차량사고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5살 해인이의 이름을 딴 법안으로, 13세 미만 어린이가 질병·사고·재해로 응급환자가 된 경우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한음이법’ 역시 3년이 넘게 계류 중이다. 해인이의 사고가 난 2016년 4월, 미토콘트리아 근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9살 한음이(뇌병변1급 장애)는 광주시의 특수학교 통학차량 안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68일 만에 숨을 거뒀다. 한음이 법은 어린이 통학버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통학버스 동승자의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2년이 넘게 계류 중인 ‘하준이법’은 2017년도 서울랜드 주차장에서 경사로에 미끄러진 차량과 추돌하며 세상을 떠난 5살 하준이의 이름을 땄다. 이 법은ㅇ 차량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 및 주의 안내 표지 설치를 의무화 하고 기계식 주차장에만 적용되던 ‘사고보고 및 사고조사 의무’를 전체 주차장으로 확대하는 주차장법 개정안이다.

올해 5월 발의된 ‘태호-유찬이법’은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유소년 축구클럽 차량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태호와 유찬이의 이름이 담긴 도로교통법·체육시설법 개정안이다. 체육시설 차량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고, 체육시설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고지 방법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법안에 이름이 담긴 아이들의 부모들이 지난 11일자로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 다시 청원을 올렸다.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이하 아이들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14일 오후 4시 현재 1만1480명이 동의한 상태다. 

국민청원 속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이번 청원도 이전처럼 20만 명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 이라는 관망이 나오고 있다.

5개 아이들법, 다음달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  ‘자동폐기’

5개 아이들법에 담긴 내용은 모두 당연한 조항을 담고 있다. 어떤 상황이나 사고에서 어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이 돼서 찬반이 엇갈리거나, 막대한 예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10일, 이들 5개 아이들법도 자동폐기 된다. 

아이들법의 표류는 국회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실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공개한 아이들법의 찬성률은 절반도 못 된다. ‘정치하는엄마들’이 10월 25일부터 11월 7일까지 18일 동안 20대 국회의원 296명에게 동의서를 전달한 결과 92명이 동의, 동의율 31.08%라는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128명 중 63명(당내동의율 49%) ▲자유한국당 109명 중 7명(6%) ▲바른미래당 27명 중 4명(15%) ▲무소속 18명 중 7명(동의율 39%) ▲정의당 6명 전원 동의(100%) ▲민주평화당은 5명 중 3명(60%) ▲민중당 1명 전원 동의(당내동의율 100%) ▲우리공화당 2명 중 0명(0%) 등이었다.

그럼 대전·충남·세종지역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20명(대전 8명, 충남 11명, 세종 1명)의 국회의원 중 동의를 표명한 의원은 성일종, 이명수(이상 한국당), 강훈식, 어기구, 윤일규, 이규희, 박범계 의원(이상 민주당) 등 7명이었다. 

동의율은 35%로 전체 국회의원 중 동의율 보다 약간 높았다. 그나마 ‘민식이법’ 사고가 발생한 아산지역과 인접한 천안·아산·당진 지역은 박완주 의원만 뺀 5명이 모두 동의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과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시을)·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아산시갑),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아이들법 부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 내에 ‘어린이법’을 통과시켜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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