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후아유] 조종현 송남중 운영위원장…“충남도교육청 희망고문 그만, 결단 내려야”

<충청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산지역 고교평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조종현 송남중 운영위원장.

[충청헤럴드 아산=안성원 기자] “지금 건강을 위해 필요한 몸에 좋은 음식이 눈 앞에 있는데 이걸 기다렸다 먹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올해 실시하려던 아산지역 고교평준화(교육감 고입전형) 도입 여론조사를 연기하려 하는 충남도교육청을 향해 조종현 송남중 운영위원장(51)이 던진 말이다.

당초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교육감전형 도입을 위한 타당성 연구용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올해 실시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여기서 찬성률이 65%를 넘으면 2021년부터 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4일 도교육청은 아산지역 학부모들에게 돌연 여론조사가 어렵다고 통보해 온다. 사전 자체조사에서 65%를 넘기기 어렵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감전형 도입을 위해 지난 6월 23일부터 배방지역에서 홍보캠페인을 벌여오던 송악3개학교(송남초, 거산초, 송남중) 아버지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송악3개교 아버지회를 비롯해 교육감전형 도입을 추진하고 시민모임 아산고교평준화시민연대(이하 고평연대)는 오는 20일 김지철 교육감과 담판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고평연대와 아버지회는 더 이상 교육감전형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지난 14일 <충청헤럴드>와 만난 조종현 위원장 역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열린 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선 교육감전형을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조 위원장은 과거 35년 전 고입에 실패하며 좌절을 겪은 바 있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아픔을 송악지역에서 초·중등 혁신교육을 받은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아가 아산지역 모든 학생들에게서 조금이나마 ‘입시’의 압박을 늦추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드러내며 아산지역 교육감전형 전격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위원장이 아버지회를 통해 교육감전형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의 1문1답]

-송악3개학교 아버지회가 교육감전형 홍보활동에 나선 계기가 궁금하다.

“아산지역 교육감전형 도입을 위해 지난 5년 간 고평연대가 온양온천역 앞에서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그런데 지난해 도교육청이 연구용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올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65% 이상 찬성률이 나올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6월부터 인구가 많은 배방지역에서 홍보전을 펼치게 됐다.”

-아산지역에 교육감전형이 도입돼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2014년 아산시 고입에서 무려 81명의 학생들이 탈락해 천안 동부지역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이후로 교육감전형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성적순이 아니라 가까운 학교, 가고 싶은 학교를 지방에 따라 갈 수 있는 방법이 교육감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송악지역은 작은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진행된 거산초의 열린교육과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된 송남초의 아이들이 입시를 위한 학업에 매몰되지 않고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송남중 역시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받으면서 조금씩 열린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중학교부터 입시의 벽을 마주하면서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혹시 고등학교를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에 어쩔 수 없이 입시체제로 들어간다. 이것을 조금이나마 늦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위원장은 어차피 대입 입시체제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늦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교육감전형의 즉각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고입이 평준화 된다고 한들, 대입에서 입시의 경쟁에 부딪히게 된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입시 스트레스는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초·중등 때부터 옆을 막아놓고 앞만 보게 한 다음 입시공부만 시킨다면, 원하는 대학에 간다한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를 못한다. 입시교육의 전형적인 폐단이다. 따라서 대입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본격적인 대입준비 시기 전까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시야를 넓히고 고민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을 받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본다.”

-혹시, 본인이 입시스트레스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지.

“35년 전 나름 공부를 꽤 하는 편이라 아산에서 대전지역 고교를 진학하려다 떨어진 적이 있다. 이런 아픔을 굳이 아이들에게까지 줄 필요가 있겠는가. 고1인 큰애는 송악에서 초·중등을 다니면서 일찌감치 웹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원했고, 원하는 경기지역의 기숙형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멀리 보내는 마음이 편친 않지만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니 응원하고 믿고 있다. 초등 6학년인 둘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놀고 싶은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한다. 최근엔 축구를 열심히 하더니 요즘엔 시들해졌다. 어른들은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건 어른들도 하기 어렵다. 또 진득하게 무언 가를 하려면 그걸 찾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입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하는 이유다.”

-교육감전형, 그러니까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예전에 천안지역 교육감전형 도입 때 반대하던 도의원들이 주장했던 것이 ‘하향평준화’였다. 이런 비하를 피하기 위해 요즘엔 명칭도 ‘선택배정제’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모순적이다. 그럼 아산지역은 그동안 학교장전형으로 고입 시험을 고수해온 결과가 어땠는가. 타 지역보다 명문대 진학생이 많았는가? 그렇지 않다. 우수인재를 빼앗긴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평준화가 자리 잡은 천안은 이른바 ‘꼴통학교’로 불리던 외각 지역의 학교도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않게 됐다. '명문'을 운운하며 하향평준화라고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럼 여론조사에서 65%를 넘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연구용역 연구진이 간담회에서 아산시민의 인식변화를 이야기 한 게 있다. 예전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엔 모르겠다는 중도층의 비율이 훨씬 많아졌다는 거였다. 즉, 이들은 반대에서 찬성쪽으로 이동했다는 의미고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찬성으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3개 문항(찬성, 중도, 반대)이 아니라 찬·반 2개 문항으로 질문한다면 65%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방지역에서 진행해 오던 송악3개학교 아버지회의 홍보전은 '인식개선'에서 '즉각 실시'로 바뀌었다.

-만일 도교육청이 끝내 연기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진보교육감 체제가 1기를 지나 2기 2년차다. 그럼 그동안 뭘 했나 묻고 싶다. 나름 한다고 했다지만 사실 올해의 경우 교육감전형 도입을 위한 노력은 ‘개점휴업’이었다. 지금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다리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는 희망고문이다. 이렇게 살 순 없으니 당장 실시하도록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인 논리나 교육적, 경제적 논리를 떠나서 당장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이걸 미뤄야 하는가.

여건이 덜 됐다고 미룬다면 내년엔 꼭 될 거라는 보장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100년지 대계를 위해 늦출 일이 아니다. 송악3개교 아버지회는 교육감전형에 대한 ‘인식개선’이 아니라 ‘즉각 실시’를 촉구하는 여론전으로 전환했다. 또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20일 담판 이후 도교육청의 변화가 없다면 고평연대와 함께 대대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