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사실상 중2 도입 불가, 보완책 필요”…학부모단체 “미룰 이유 없어. 당장 시행”

지난 19일 '아산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충남도교육청 앞에서 현 중학교 2학년부터 아산지역 고입 교육감전형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충청헤럴드 아산=안성원 기자] 김지철 충남도교감의 공약인 아산지역 고교 입시 교육감전형(고교평준화, 선택배정제) 도입이 늦어지면서 지역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2일 도교육청과 아산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고평연대) 등에 따르면, 교육감전형을 당초 현재 중2 학생들의 고입에 맞춰 2021년부터 도입하려 했지만 도교육청이 지난 4일 아산시교육지원청에서 가진 학부모간담회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에 고평연대 등 지역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본래 계획대로 2021년 도입을 위한 여론조사를 올해 안에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지난 19일 고평연대는 도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두 차례의 연구용역과 공청회, 정책설명회를 통해 아산지역 교육감전형 변경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럼에도 올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건, 주민 여론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긴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도교육청의 일방적인 발표에 분노를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평연대는 2021학년도에 반드시 교육감전형이 실현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매주 수요일 온양온천역과 각 중학교 앞에서 홍보, 선전전에 매진해 왔다”면서 “그러나 도교육청은 실시 시기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채 사전에 어떤 협의도 하지 않고 2020년 2월 말이나 돼야 종합계획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교육청이 65% 이상 찬성률을 확신하지 못하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지, 1·2차 연구용역 이후 교육감전형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과 판단 근거를 대지 못하고 의지가 분명하다는 답만 거듭하고 있다”며 “지난 8월~11월까지 관련 사업내용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추궁했다.

또 “올 상반기 설문조사에서 학생, 학부모들의 ‘교육감 전형에 대해 잘 모르겠다’ 답변이 50% 이상을 넘었다. 이는 홍보 선전전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진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하다 물리적 시간이 없다니, 이는 의지가 없거나 무능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10월 중순에만 여론조사를 진행했더라도 현 중2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감전형 실현이 가능했다. 현재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박차를 가한다면 빡빡하지만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지금이라도 여론조사를 즉각 시행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배방지역 고입수요 해소 가능시점 연계…현 초등 6학년 대상 될 듯

지난 2일 아산시 곡교천 일원 삼성나눔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아산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의 홍보전 모습. 

하지만, 도교육청은 아직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언급한 ‘여건’은 여론조사 결과와 고입 수요가 급증할 배방·탕정의 시설확충 등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뜻한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가 기준치인 찬성률 65% 이상이 나올지 미지수다. 실제로 올해 5월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 찬성률은 48%, 반대 16.8%, 보통 35.3%로 나왔다. 고평연대는 반대에 비해 보통 응답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찬·반으로 묻는다면 찬성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반면 도교육청은 아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방과 탕정 등 신도시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배방지역의 중3 졸업생을 고입 정원이 수용 가능하지만 2021년에는 고입정원이 부족해 시내권으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학생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게다가 배방은 대입 ‘농·어촌전형’이 가능한 지역인 만큼, 배방지역 학부모들이 교육감전형 도입으로 시내권 고교를 다녀야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게 도교육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교육감전형 도입 시점을 오는 2023년 탕정지역에 건립 예정인 고등학교 신축 시기와 연계하는 복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교육감전형 대상은 당초 중2에서 초등 6학년으로 내려가게 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도 아산지역에 교육감전형을 도입하려는 의지는 같다”면서 “다만 예상했던 것 보다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예견되는 변수들을 최대한 해소하려 한다”고 해명했다. 

계속해서 이 관계자는 “배방지역 고입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학교신설도 그 중 하나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검토계획을 늦어도 2월 말까지 도출할 계획”이라며 “교육감의 공약인 만큼 의지를 갖고 진행 중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간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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