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국당, 흥정카드 거론에 비난 여론…지역 정가까지 ‘네탓 공방’ 확산

3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남의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충청헤럴드 내포=안성원 기자] 전 국민의 눈물로 국회통과를 목전에 뒀던 ‘민식이법’이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의 격랑에 휩쓸리며 정쟁 도구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정가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충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명선 의원(당진2)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제1야당은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국민의 아픔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민식 군 엄마 박초희 씨는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민식이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며 “40만 명 이상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박 씨의 호소로 민식이법은 지난달 말 법사위 심사를 통과했고 정부도 관련 예산 1000억 원을 긴급 편성해 스쿨존에 무인카메라 8800대, 신호등 1만1260개 설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제1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하게 됐다”며 “제1야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미상정을 조건으로 민식이법 통과를 요구하는 등 아이들의 목숨과 안전을 정치 흥정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국회를 마비시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식이법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법으로 그 어떤 것과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제1야당은 아이들의 안전과 인질로 흥정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인질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오히려 여당이 패스트트랙의 통과를 위해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고,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거부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특히, 국회사태가 발발한 지난달 29일 전면에 나섰던 민식이법의 대표발의자 강훈식 의원(민주당·아산을)은 무면허 운전 등 도로교통법 위반 이력이 드러나며 “민식이법을 대표발의할 자격이 되느냐”는 반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당, 강훈식 의원 무면허 운전 경력 공격’…충남도의회 민주당 “한국당 통과 협력” 촉구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식이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9살 고(<strong>故)</strong> 김민식 군의 부모와 강훈식 국회의원(오른쪽)<br>
지난달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식이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9살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와 강훈식 국회의원(오른쪽)

자유한국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은 2일자 논평을 통해 “지난달 29일 민주당의 본회의 거부로 민식이법 통과가 연기되자, 민식이법 발의자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야당을 향해 ‘국회의원 한 번 더 되려고 대한민국 아이들 죽여도 괜찮은가?’라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며 “그런데 강 의원이 ‘무면허 운전’ 등으로 두 차례나 교통관련 법규 위반 전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2003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 2011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장 부대변인은 또 “강 의원의 전과가 사실이라면, 자신이 위반한 법률만 골라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낸 것이다. 심지어 12대 중과실 사고 시 무기징역까지 부여한다는 민식이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한다면 강 의원도 지금 국회 대신 감옥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강 의원은 더 이상 위선의 눈물을 흘리지 말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당초 쟁점 법안이 아니었던 민식이법이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네탓 공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역풍이 감지되고 있다. 

스쿨존 안전대책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가 하면, 이를 넘어 법안에서 제시한 처벌이 과하다는 반대기류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던진 박초희 씨의 SNS계정이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로 문을 닫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총선을 앞둔 지역민심은 차가워지고 있다.

아산시민 A씨(40)는 “설마설마 했는데 민식이법이 이런 식으로 정쟁에 휘말리게 될지는 몰랐다. 솔직히 한국당이나 민주당 모두 자당의 이익을 위해 민식이법을 내세우고 있지 않느냐”며 “다음 총선에서 누굴 찍겠다는 생각보다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스쿨존에 신호등,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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