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 정동길의 '현재와 미래' 3] 대전시 공동체정책과 이희정 마을협력팀장 인터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대전역 정동길에서 진행됐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가 2년을 채우며, 올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청년 작가들의 노력으로 매춘과 폭력이 난무했던 정동길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음지에 움츠려있던 소외계층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무궁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종료를 맞는 시점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대전시 공동체정책과 이희정 마을협력팀장은 '무궁화 프로젝트'가 정동길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생력을 키웠다며 이제는 환경개선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이하 무궁화프로젝트)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원도심의 슬럼화가 뚜렷한 대전역 정동길을 변화시키려는 작업이었지만, '마을과 사람이 미술이다'라는 주제로 주민들의 내면에 감동을 주는데 주력했다. 이로 인해 동네의 분위기까지 변화시키는 게 주안점이었다.

주거환경 개선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일반적인 원도심 활성화 사업들과 무궁화프로젝트가 차별화 되는 점이다. 실제로 사업이 시행된 2년 동안 대전역 정동길의 범죄율과 성매매 행위는 확연히 줄었다. 지금은 벤치마킹하려는 타 시·도도 늘고 있다.

대전시공공미술연구원과 함께 이번 사업의 ‘공적영역의 축’을 담당한 대전시 공동체정책과 이희정 마을협력팀장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이 팀장은 무궁화 프로젝트에 대해 “시민주도형의 사업으로서 주민 스스로 자생력을 키웠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과거 일정기간 보조금만 지급하고 끝났던 사업이 그야말로 ‘후진국형’ 복지라면, 이번 무궁화 프로젝트는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선진국형’ 복지사업이라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형’ 복지사업이라는 시의 명분은 ‘보조금 연장’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궁화프로젝트의 목적이 ‘자생력 강화’였던 만큼, 협동조합까지 만들어진 지금은 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 팀장은 “그동안 마을의 정신을 바꿨다면, 이제는 몸체를 바꿀 시기”라며 앞으로의 사업방향을 ‘환경개선’으로 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이희정 팀장과의 1문1답]

-시 입장에서 무궁화 프로젝트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정동길 내에 CCTV를 설치했다는 것을 큰 성과로 꼽는다. 사실 동네 특성상 주민들이 CCTV 설치를 크게 반대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이 입주하고 동네 분위기가 바뀌면서 주민들도 CCTV 설치에 대해 점점 동의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동네 골목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는 범죄율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까지 해제됐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공방에서 작가와 주민이 함께 작품을 만들다보면 재료비나 관리비가 들어간다. 공공기관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수치를 결과물로 원한다. 그런데 예산 투입은 있는데 뚜렷한 성과물이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다소 있었다. 

무궁화 프로젝트의 경우는 ‘사람 중심’의 사업으로 주민의 심리가 변하는 과정 그 자체가 결과다. 입주 작가들의 노력으로 세상과 단절됐던 주민들을 사회 속으로 불러 모은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무궁화 프로젝트는 '마을과 사람이 미술이다'라는 주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작업’이었다. 처음에 설정한 사업 목적 또한 가시적인 수치 성과가 아닌 주민의 내면에 감동을 주고 동네의 분위기를 변화시켜나가자는데 주안점을 뒀다.
무궁화 프로젝트는 '마을과 사람이 미술이다'라는 주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작업’이었다. 처음에 설정한 사업 목적 또한 가시적인 수치 성과가 아닌 주민의 내면에 감동을 주고 동네의 분위기를 변화시켜나가자는데 주안점을 뒀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성과를 확인하긴 어렵다는 뜻인가.

“처음에는 그랬다. 주민들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내용을 수치로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최근 범죄율 20% 감소와 여성단체 등의 조사에서 성매매 행위도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봐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충분히 잘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서 대전공공미술연구원과 입주 작가들은 지원을 연장하거나 유사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동길은 시민주도형으로 발전돼야 하고 애초 사업 목표도 주민 자생력 강화였다. 단순히 정부 보조금만으로 동네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후진국형 방식’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입주 작가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주민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년 동안 사업을 통해 주민과 작가의 괴리감을 없앴고, 이들이 협력해 수익구조까지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온 것이다.

시는 작가들에게 지출됐던 보조비를 내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대신 내년에는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동네의 생활환경을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의 사업이 마을의 정신을 바꾸는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몸체를 개선하는 셈이다. 공동화장실이나 주민 커뮤니티 공간, 지붕과 담장 교체 등 주로 주민 공동시설을 개선할 예정이다.”

-공동시설 개선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입장은 어떤가.

“주민들과 작가들도 이 같은 개선 사업을 반기는 눈치다. 동네 외관이 변하면 외부 방문객은 더 늘 것이고 이것은 프리마켓이나 야시장을 활성화 해 공방의 수익창출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동구청은 최근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오래된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 전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공공미술연구원에 주민 공유 공간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볼 것을 권유한 적이 있다. 일부 주민들이 여관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나온 의견이다.

하지만 진정한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볼 때 (동구청의) 외부 투자자 유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부 투자유치는 결국 수익이 외부로 유출 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그 수익이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대전시의 도시 재생사업 목적에 위배된다. ‘주민 주도형 복지’라는 큰 골자는 원도심 재생 사업에서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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