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주민조례 추진 중, 도의회 기습상정”…도의회 “연구모임 등 먼저 시작”

1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충남도의회의 농민수당 조례 발의 철회를 요구하는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제정추진 운동본부' 기자회견 모습.

[충청헤럴드 내포=안성원 기자] 충남도의회가 농민수당 조례안과 관련, 주민발의를 준비해온 농민단체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당위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온 상황에서 도의회가 기습적으로 조례를 발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지역농민단체들로 구성된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제정추진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농민수당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운동본부는 지난 7월 25~10월 7일까지 2달여간 농민수당 조례의 주민발의를 위한 활동을 펼쳐 3만7000여 명의 청구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도의회에 주민발의 조례안을 부의한 지난달 29일, 도의회 방한일(예산1) 의원을 비롯해 김기영, 김복만, 김석곤, 김옥수, 이종화, 정광섭, 조길연 의원(이상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이선영 의원이 참여한 ‘충남도 농어민수당 지원 조례안’이 발의된다.

같은 ‘농민수당’ 지원을 위해 도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와 주민발의 조례 두 개가 동시에 상정된 것. 충남도의 농민수당 지급을 위한 법적 근거를 위해 마련된 두 조례는 근본적인 방향은 일치하다. 

다만 수당 지급방식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의 조례는 ‘농어가소득 기본조례 추진위’를 구성해 농어가 세대별로 지원하는 금액을 별도로 책정하도록 한 반면, 운동본부의 조례에는 농민에게 직접 20만 원씩 지원하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운동본부는 도의회가 주민이 발의한 농민수당 조례안을 무력화시키는 유사조례를 발의해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운동본부는 1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의원들이 농민수당 유사조례를 발의해 주민발의를 무력화시켰다”면서 “농민수당 주민발의 조례안이 의회에 부의되는 시기에 맞춰 한국당, 정의당 의원들이 유사조례를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민참여조례운동은 직접적 민주주의 실현 활동이며 행정안전부 매뉴얼에도 ‘주민조례입법 청구권을 존중해 유사한 조례를 자치단체가 발의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주민의 입법 청구권을 존중하라는 의미”라며 “주민들의 직접적인 민주주의 활동을 침해하고 민주적 질서를 위배하는 행위를 당장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원들에게 유사 조례 발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도의회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충남도의회 농민수당 조례를 주도한 방한일 도의원. [자료사진]

하지만 도의회는 운동본부 보다 농민수당 관련 활동을 먼저 시작한 점을 언급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입법권’에 충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례를 주도한 방한일 의원은 “지난해 말 임시회에서 충남도 농민조례 시행을 제안하는 5분발언을 시작으로 올해 초부터 충남형 농민수당제 도입을 위한 연구모임 등 지속적으로 입법 준비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며 “그들의 노력을 무력화 시킨다는 표현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또 “연구모임 당시 농민단체 관계자도 참여했었다. 그런데 주민발의를 따로 준비한 것”이라며 “예산군의 경우 군의원이 관련 조례를 준비하니까 운동본부에서 자신들이 먼저 시작했다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놓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논리라면 농민수당 조례활동을 먼저 시작한 도의회가 조례를 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어 “농민수당을 위해 노력한 도의원들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협력할 줄 알았는데, 행정부에 적용해야 할 행안부 매뉴얼을 무리하게 적용시키며 도의회를 비판하고 있다”며 “운동본부에 포함된 특정 정당(민중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예민해져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이 상황에서는 결국 내년 2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업경제환경위원회의에 두 조례안을 병합심의해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한국당이) 소수당인 입장에서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지만, 상임위의 최종 심사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운동본부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 충남도연합(준)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충남도본부 ▲가톨릭농민회 대전교구 ▲충남친환경농업협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세종충남본부 ▲민중당 충남도당 ▲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충남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당진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충남지부 ▲보령시민참여연대 ▲아산시민연대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산YMCA ▲예산참여자치시민연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서산풀뿌리시민연대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천안녹색소비자연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천안여성의전화 ▲천안여성회 ▲천안KYC ▲청양시민연대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천안학부모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홍성문화연대 ▲홍성YMCA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한살림 천안아산, 대전(부여 매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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