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 정동길의 '현재와 미래' 4] 프로젝트 총괄 이상희 교수 “지속가능성” 강조

무궁화 프로젝트, 더 큰 사업을 위한 '마중물'
1월 1일부터 50억 예산 정동미 프로젝트 시작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대전역 정동길에서 진행됐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가 2년을 채우며, 올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청년 작가들의 노력으로 매춘과 폭력이 난무했던 정동길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음지에 움츠려있던 소외계층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무궁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종료를 맞는 시점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이번 무궁화 프로젝트 총괄 코디네이터이자 목원대 건축계획과 이상희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가 보여준 가능성을 두고 ‘도시 재생의 지속성’이라 설명했다.
이번 무궁화 프로젝트 총괄 코디네이터이자 목원대 건축계획과 이상희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가 보여준 가능성을 두고 ‘도시 재생의 지속성’이라 설명했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이하 무궁화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사업의 많은 잠재력을 보여준 성공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작은 변화가 향후 도시의 더 큰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에 대해 <충청헤럴드>와 만난 목원대 건축계획과 이상희 교수는 ‘도시 재생의 지속성’이라 정의했다. 그는 이번 무궁화 프로젝트의 총괄 코디네이터다.

보통 3~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의 경우 가장 시급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주민 의견 통합이다. 힘겹게 의견이 모아진다 해도 사업 말미에 합의점이 도출되면서 결국 사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시재생 담당자들의 흔한 고충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무궁화프로젝트는 총 16억 원의 비교적 적은 예산임에도 2년 만에 주민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차후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이 교수가 ‘무궁화 프로젝트를 두고 더 큰 사업을 위한 ‘마중물’ 사업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무궁화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과 동구청은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3월 국토교통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공모에 ‘정동길을 주제로 한 마을 환경 개선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이름하여 ‘정동미 프로젝트’. 

‘정’이 넘치고 ‘활기차고(動) 아름다운(美) 마을만들기에 착안한 이름이다. 총 50억 원의 예산으로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며, 동네의 낡은 주택과 담벼락 보수, 공공화장실 설치, 도시가스 설치 등 동네의 환경 개선에 역점을 두고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희 교수는 “국토부의 환경 개선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서 진행한 무궁화 프로젝트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도시 재생 사업이란 프로젝트 완료 후에도 마을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궁화 프로젝트는 끝난 게(end) 아니라 정동길에 새 사업을 이어준(and) 역할을 한 것이다.


[다음은 이상희 교수와의 1문 1답]

-도시 재생 총괄 코디네이터로 무궁화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평가해 보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사업을 어떻게 평가 하는지.

“사업 초부터 지금까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무궁화프로젝트를 평가해왔다. 여기서 지속가능성이란 무궁화 프로젝트 종료 후 마을의 발전 가능성을 말한다. 문화관광체육부 입장에서도 16억 예산으로 2년 간 진행한 작은 사업이지만 이후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위한 마중물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난 현재, 무궁화 프로젝트는 다음 사업을 위한 초석을 잘 다져줬다고 평가한다.”
 
-무궁화 프로젝트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타 시·도에 상당히 많이 회자되고 있다. 마을 커뮤니티 형성이나 범죄율 20% 감소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예전에는 도시재생사업을 도시 개발의 변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저 도시공학적 차원에서 도시의 외관만 바꾸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의 도시재생은 공학적 차원의 도시 구조 변형이 아닌 인문 사회 계열의 전문가도 함께 참여해, 도시 안의 사람과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궁화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도시 재생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무궁화 프로젝트가 성공사례로 남는 중요한 이유는 이후 다른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줬다는데 있다. 무궁화 프로젝트를 ‘마중물 사업’이라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동길에 자리한 이상희 교수의  근대 건축 연구 작업실 '아카이브'
정동길에 자리한 이상희 교수의 근대 건축 연구 작업실 '아카이브'

-어떤 면에서 무궁화 프로젝트가 마중물 사업이 될 수 있었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주민 합의다. 이 과정만으로 전체 사업기간을 다 소요할 때도 있다. 무궁화 프로젝트를 통해 50여 년 동안 폐쇄된 채 살았던 주민을 사회로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국내 3대 홍등가 중 하나였던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대하지 못했던 성과다. 주민화합만 잘 이뤄진다면, 도시의 외관을 변화시키는 일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무궁화 프로젝트 종료 후 어떤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가?

“정동미 프로젝트라는 사업인데, 기존 문화체육관광부와 진행했던 무궁화 프로젝트가 인문·사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받은 사업으로 마을의 시설물과 외관을 바꾸는 작업이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담벼락과 지붕을 보수하고 도시가스 공급과 공공화장실 설립 등 그동안 열악했던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무궁화 프로젝트는 동네 주민이 주체가 돼 자립성을 키우는 사업이었다. 정동미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에 초점을 맞춰진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네 주민과 입주 작가들의 적극적이 움직임을 유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을가꾸기 프로젝트’를 통해 동네 주민과 입주 작가들이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단장해나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할 것이다.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마을을 가꾸고 우리는 국토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이들의 인건비로 지급해 나가는 식으로 동네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대전의 도시재생, 앞으로 진행 방향을 제시 한다면?

“앞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그저 물리적으로 도시 외관을 바꾸는 것은 쉽다. 하지만 진정한 도시 재생을 이루려면 도시공학자와 건축가 외에도 인문학자와 사회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한다. 도시 외관에 앞서 사람과 문화를 먼저 바꾸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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