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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한의 직언직설] 공시생과 공무원의 현실
[윤기한의 직언직설] 공시생과 공무원의 현실
  • 윤기한 논설고문
  • 승인 2020.01.26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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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요즘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공무원 열풍’은 정부가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에 따라 공무원 지망생이 부쩍 많아지며 생긴 것이다. 그래서 유행된 말이 곧 ‘공시생’이다. 이 말은 ‘공무원 임용 시험 준비생’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만큼이나 시험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비교적 안정된 직업이라고 하는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시생의 현실은 무척 고달프고 힘이 든다. 행정, 소방, 법원, 경찰 등의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1997년 우리나라에 IMF 경제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생겨났다.

최근에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관문, 비정규직 확산, 조기 퇴직 등으로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져가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10년 전에 정부가 공무원 시험 응시생 상한 연령을 전격적으로 폐지하면서 응시생연령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몇 년 전에 1,529명 모집에 142,732명이 출원해 93.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은 당시로서는 평균 경쟁률에서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기에 고시(考試)에 못지않은 ‘좁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다가 ‘공무원 시험 외로워, 내 인생 쓰레기’라고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공시생의 비극이 생기는 게 또한 현실이다.

어느 매스컴이 공무원의 안이한 근무태도를 폭로하는 ‘공무원 공화국’시리즈를 내보냈다. 여기에 수없이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정권 유지, 아니 정권 연장에 눈이 멀어 공무원증원에 급급한 정부를 비난 비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희한하고 엉뚱한 ‘철밥통’ 공무원 조직을 까놓고 욕하는 댓글부터 갖가지 오염 투성이 공무원의 근무실태를 고발하는 댓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고 담당 기자가 고백하고 있다. 출근해서 신문부터 읽는 데 두어 시간을 보내고 그 뒤에 우물쭈물하면서 캐비넷에서 서류뭉치를 꺼내는 시간도 적잖게 걸린다는 게 오전 근무시간의 현실이라고 고발한 댓글도 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공무원의 근무실태는 더 가관이었다. 국립대학의 행정직 공무원은 굉장히 한가롭다. 일반 행정관서인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 같은 곳에서는 민원이 폭주하는 경우가 있어도 자리가 비어 있는 부서가 적지 않은 것을 자주 보았던 입장에서 대학의 행정실은 민원이나 위급상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양상이라서 행정공무원들의 근무상황이 매우 어설프게 느껴졌다. 오전 9시에 출근한 7급 공무원이 한 시간 뒤에 유성의 어느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고 있는 경우를 목격하니 내 자신이 되레 무안해지고 말았다. 자기 업무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닐진대 한참 열심히 일할 시간에 목욕탕에 있는 공무원의 배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웃기도 민망하지 않은가.

한가하거나 감시가 소흘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중에는 술 마시러나가서 돌아오지 않거나 몇 시간에 걸쳐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댓글내용은 그래도 약과에 드는 편이다. 근무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관람하는 ‘딴 짓’을 버젓이 감행하는 공무원은 가슴에 철판을 깔았는지 궁금하다. 그런 공무원일수록 출장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수당을 빼먹는 부정행위를 예사롭게 자행하는 것이 습성으로 정착해 있기도 하다. 야근수당의 부정직한 출금조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먹는 능구렁이 공무원은 얌체 인간으로 간주하고 마는 게 공무원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못 먹는 놈이 바보라고 큰소리하는 공무원이 여기저기 둘러 앉아 있는 게 정말 불쌍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진귀하고도 염치없는 공무원 사회의 악폐, 적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넘쳐나는 청년실직자나 구직자를 선거의 표심으로 치부해서 자꾸만 공무원의 숫자를 늘리고 있는 정부의 무모하고 오만한 세금 깎아 먹기식 정책의 현실이 무섭고 안타깝다. 이 못된 정부 차원의 현실 자체가 젊은이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지 짐작하기 쉬운 퀴즈인 것이다. 가령 상수도관리를 담당한 현장 사무실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오는 수도요금 조정신청자가 한 달에 한 사람 꼴도 안 된다. 나머지 시간에는 담당 공무원이 손톱 깎기 작업이나 휴대폰 앱 이것저것을 열어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는 게 근무 일과인 것이다. 그러하니 대충대충 일을 해도 잘려나갈 턱이 없다니 공무원의 낙원을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대한민국 공무원의 나태하고 자만하는 근무현실이 고시생을 양산하는 원천이 되는 현실을 부끄러워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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