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후아유] 배달외식업연구소, 배달 앱 활용 노하우 공유…온라인서 1000여 명 참여
대형프랜차이즈보다 튀는 방법 찾기…광고 문구, 댓글까지 의논
양종훈 대표 “대전시 차원 배달외식 지원 정책 필요”

4년 전 개설된 배외연은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회원수는 1000명이며, 오프라인 모임 참석 회원 수는 30여 명이다.
4년 전 개설된 배외연은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회원수는 1000명이며, 오프라인 모임 참석 회원 수는 30여 명이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최근 배달 앱의 독점 가능성과 대형프랜차이즈에 유리한 시스템으로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역 소상공인들이 똘똘 뭉쳐 매출 상승의 신화를 만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전의 자영업자들이 치열한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배달외식업연구소(이하 배외연)이 그 주인공. 배외연은 ‘달봉이치킨’을 운영하고 있는 ㈜달봉엔터프라이즈의 양종훈 대표를 필두로 3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양 대표는 5년 전 ‘배달의민족’ 앱에서 댓글 이벤트와 참신한 광고 카피로 두 달 만에 3배의 매출 상승을 이룬 바 있다. 이 때문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강의를 펼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지역의 동종업계 소상공인들에게 공유하고자 4년 전 페이스북에 ‘배외연’ 페이지를 개설했다. 현재 페이지 가입자 수는 1000명에 달하며 오프라인 모임에는 30명이 참석하고 있다.  

모임 초반에는 양종훈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교육했지만 모임의 횟수가 더해지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SNS 마케팅이나 위생, 상권분석 등의 전문화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처음 모임에 참여한 달앤커피의 김은경 대표는 “최근에는 카페들도 배달을 해야만 경영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배달을 시작하면서 메뉴 세팅에서부터 마케팅까지 배외연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만족해 했다.

수제 햄버거 브랜드 델리랩, 한식브랜드 햇잎갈비, 스테이크 브랜드 스트릿테이블 등은 대전에서 작은 점포로 시작, 배달 앱에서 인기를 얻으며 전국에 1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외식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델리랩 박상민 대표는 성공 노하우에 대해 “배달 앱에서 고객의 리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고객의 반응을 주시하다 적재적소에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외연에서는 회원 간에 ‘배달앱 내에서의 마케팅 방법’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필수로 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자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독특하면서 부지런한’ 마케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배달외식연구소 새해 첫 모임이 있었다.(오른쪽 줄 첫 번째가 양종훈 대표)
22일 배달외식연구소 새해 첫 모임이 있었다.(오른쪽줄 여섯번째 검은색 상의 양종훈 대표)

국내 유명 배달 플랫폼의 경우 40여개의 대형 프랜차이즈가 주요 배너 광고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앱 본사가 개별 영세 사업자에게 고율의 수수료를 받은 후 이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보조금으로 몰아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에는 국내 배달 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앱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독점으로 인한 수수료 상승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 대표는 자영업자들에게 불리한 현실이지만 배외연 회원들은 ‘상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배달 앱에 올리는 점포 소개 카피에서부터 댓글 내용, 메뉴 구성까지 논의해서 결정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회의를 해요. 다 같이 머리를 맞대다 보면 ‘빵’ 터지는 단어, 구절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배외연의 회원들처럼 힘을 모아 역경을 이겨내는 업체들도 있는 반면, 여전히 어두운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정부나 시 차원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정부나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형 배달 플랫폼’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공형 배달앱 플랫폼을 구축해 소상공인의 안정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일반인이 배달 앱을 개설하기에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역부족이기에 정부나 시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양 대표는 “배외연과 같은 모임이 활성화되고, 배달외식업에 대한 대전시의 지원이 강화된다면 지역경제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 자영업자들과 더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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