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수군 주둔지 안흥진성 인접 신진도의 고가(古家) 벽지로 사용

태안 신진도의 한 고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수군 군적부 일부
태안 신진도의 한 고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수군 군적부 일부

[충청헤럴드 대전=박종명 기자]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에서 조선 후기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가 발견됐다.

주민 신고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견한 수군 군적부는 고가(古家)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였다. 

군적부는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水軍)과 보조 역할을 하는 보인(保人)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었다.

수군의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으로 당시의 당진 현감 직인과 수결(手決:자필 서명)이 확인됐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군적부를 분석한 결과 수군(水軍) 1인에 보인(保人) 1인으로 편성된 체제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로 평가했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하던 문서가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이 군적부의 용도가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미뤄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일반적인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어 모으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흥량(安興梁) 일대에 주둔했던 수군은 고려 후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던 왜구의 침입을 막고, 유사시에는 한양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군 역할을 했다.

수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험조처(물살이 빠르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인 안흥량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를 하는 것이었다.

군적부가 발견된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의 상량문(上樑文)에는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건축연대가 1843년으로 판단된다.

수군 군적부가 발견된 고가 모습
수군 군적부가 발견된 고가 모습

또 판독이 가능한 한시(漢詩) 3편도 함께 발견됐다. 이 시는 당시 조선 수군이거나 학식을 갖춘 당대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진도 수군진촌에 자리한 능허대(凌虛臺) 백운정(白雲亭)은 예로부터 ‘능허추월(凌虛秋月)’이라 하여 안흥팔경(安興八景)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중국의 능허대와 모습이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平薪鎭) 수군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번에 발견한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며 "수군이 주둔했던 현지에서 이름, 나이, 주소, 출생연도 등이 상세히 기재돼 조선 시대 수군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물은 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세미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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