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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조선시대 얼마나 사고가 잦았길래?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조선시대 얼마나 사고가 잦았길래?
  • 박종명 기자
  • 승인 2020.07.23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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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재연구소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안흥량 관련 한시 발견
승정원일기 "10척 중 7, 8척 침몰" 기록
인간계화락(人間桂花落)
인간계화락(人間桂花落)

[충청헤럴드 대전=박종명 기자] 지난 6월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조선 수군의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에 이어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잦았던 안흥량과 관련된 한시가 발견됐다. 

23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태안 신진도 고가는 상량문에 적힌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으로 1843년에 건립됐다. 이 가옥은 대청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260평의 대지에 방 5칸, 광 6칸, 부엌 3칸, 소 외양간 1칸, 말 우리 등을 갖추고 있다. 광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뤄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의 건물로 추정된다. 

발견된 한시 중에는 안흥진 수군의 중요 임무 중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을 비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린 초서체(草書體)로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라고 적어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무량(無量)
무량(無量)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1667년인 현종 8년 윤 4월조)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사고가 많은 해역의 특성으로 인해 수군과 조운선을 관리하는 이 고가(古家)에서는 ‘無量壽閣’(무량수각: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라는 문구도 발견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태안 신진도 수군진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 문집과 문학 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4일 오후 1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대회에서 해당 유물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태안 신진도 고가 인근 초등학교 주변에 조선시대 건물로 추정되는 전통 기와집이 다수 남아있다는 증언을 토대로 수군진 관계 여부 확인을 위해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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