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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한의 직언직설] 뜬금없는 짓 때문에
[윤기한의 직언직설] 뜬금없는 짓 때문에
  • 윤기한 논설고문
  • 승인 2020.09.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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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어지간히 시끄럽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판국에 의사들의 휴진 사태가 일어났다. 왜 하필이면 이 난국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가. 내둥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들고 나와 난리법석을 만들고 있다. 아무리 정책 추진이라고 해도 때를 잘 잡아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하거늘 국가의 정책이랍시고 뜬금없는 소리를 질러대다 보니 일이 엉망으로 꼬이고 말았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박쥐먹거리를 잘못 건드려 세상을 전염병진창으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19판국에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민주화운동이랍시고 대학생들이 주도하며 반정부 시위를 하던 당시에 들쭉날쭉 아무렇게나 내놔도 씨가 먹히던 세월에 힘깨나 썼던 조무래기 발상이 이번에도 기세를 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반정부 이슈가 될 만 한 건 무어든지 거저 이루어졌던 경험이 지금도 기를 꺾이지 않고 마구 덤벼드는 모양이다.

한 나라의 정책을 수립하려면 하고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따지고 살펴서 마침내 좋고 알맞은 것만을 골라 수용해야 한다. 그런 수렴과정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서 결정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엇 하나 숙의숙고한 과정이 별로 없이 즉흥적으로 또는 돌발적으로 일을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자주 눈에 띄어 왔지 않은가. 이번 일도 바로 그런 어리석고 멍청한 짓이 돼버리고 말았잖은가.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감행하자 허겁지겁 대화로 풀자느니 원점에서 재논의 하자느니 하면서 수습책을 들먹이느라 분주한 정부였다. 처음에는 진료거부를 법으로 다스리겠다,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등 공갈협박 같은 소리로 압박하다가 그 말이 씨가 먹히지 않자 결국은 총리라는 사람의 입에서 ‘단 한 사람의 희생’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애소에 호소를 늘어놓기까지 했다.

의사를 엘리트 중독자로 몰아가며 질타하던 사람들이 되레 험한 구설수에 몰리는 상황에 이르자 마침내 대화제의로 마무리하려고 애를 썼던 게 아닌가. 코로나19로 코가 열 자루나 빠져 있는 형국을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채 덤벙대며 진료거부라는 막장 터널에 갇히자 서둘러 발을 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게 바로 ‘뜬금없는 짓’으로 자승자박하는 꼬락서니를 연출한 게 아닌가. 생각이 모자라고 슬기가 없고 주책바가지 같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허우적거리니 그게 다름 아닌 ‘갑작스럽고 엉뚱한 병신 짓’이 아니고 뭔가.

그럭저럭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기왕에 내놓고 실랑이를 벌인 의대정원, 공공의대 문제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이 벌인 한 달여의 진료거부 등 집단행동이 일단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의협회장과 합의하고 ‘관련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까지 논의 중단, 그 뒤 협의체 구성과 법안 중심의 모든 가능성 재논의’라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역의제, 공공의대 설립 ‘법안 철회’ 등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진즉 어설프게 덤벼 든 인과응보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한 마디로 이 ‘뜬금없는 짓’이 정부의 체면만이 아니고 그 도도하고 독선적인 행태가 완전히 ‘멘붕’에 빠져버렸고 국가정책이라는 게 헌 신짝처럼 납작해져 버리고 말았잖은가. 설사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을망정 3년이나 연습과정을 경험했으면 이제 정신 차릴 만도 한데 아직도 비몽사몽 쥐어 잡은 정권의 마력에 휘둘리고 있는 꼴은 정말 볼썽 사납다. 부디 잘 경청하는 태도로 ‘구질구질한 전대협 찌꺼기 습성’일랑 버리고 용기와 관용과 협의를 마음에 새겨두고 공손한 예의를 지켜가며 정치, 아니 행정을 하도록 애 쓰기 바란다.

국민을 안전하고 안정하게 살아가게끔 열심히 생각하고 두루두루 살피는 슬기를 첫째 벼리로 삼아 모든 일을 꼼꼼히 챙기는 버릇을 기르게 할지어다. 걸핏하면 편 가르기 하는 언사나 메시지를 내놓아 ‘체통머리 없는 대통령’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뭐니 뭐니 해도 때와 자리를 훤칠하게 챙길 줄 아는 대통령이면 더더욱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아쉬운 현실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편 가르기를 따지는 경우 이것을 변명하는 문빠의 공세는 너무 잔혹하다. 법외노조인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대법원도 웃기는 처세를 했다고 빈정대는 사람이 많이 생기고 있다. 어쨌거나 의사대란이 좀 가라앉는 듯한 분위기는 환영할 일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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