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9 아나카우 해변의 고기잡이 화가들

마다가스카르에서 바오밥 나무 다음으로 인상적인 볼거리는 톨리아 인근 아나카우란 어촌 마을의 예술적인 돛단배가 있는 풍경이었다. 이곳에 가려면 왔던 길을 되짚어 안치라베로 돌아와서 다른 방향으로 피아란초아와 톨리아까지 3일 정도의 먼 길을 가야 한다. 안치라베가 우리의 대전 정도에 있다고 치면, 모론다바는 광주, 톨리아는 부산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론다바에서 바로 톨리아로 가는 도로가 없어 안치라베로 돌아와 가야만 하는 것이다. 10월 20일 아침 모론다바를 출발, 다시 긴 여정에 오른다.

아프리칸 스타일
아프리칸 스타일

도중에 점심 식사를 할 식당이 없어 한 민가에 들어가 부탁하여 라면을 끓여 먹으며 잠시 마을을 둘러 본다. 우리는 저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해 여기 저기 기웃대며 사진을 담는데, 저들 또한 모처럼 만나는 외국인들 모습이 신기한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이 사람들 차림새도 참 화려하다. 울긋불긋 원색의 옷들을 즐겨 입는데, 의외로 검은 피부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일행 중 한 명이 가져간 드론을 띄우자 남녀 노소 모든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드론에 집중된다.

드론에 시선 집중된 마을사람들
드론에 시선 집중된 마을 사람들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많이 눈에 띈다. 출생율 저하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 우리 어릴 적 고향 마을에서도 저렇게 엄마들이 주위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곤 했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현지 가이드를 통해 젖 먹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하고 부탁하니 크게 스스럼 없이 집으로 들어가 응해 준다. 우리 나라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진을 담고 약간의 사례를 하였다.

젖먹이는 아기엄마
젖먹이는 아기엄마

안치라베에서 1박 후 21일 피아란초아에 도착해 가볍게 시내를 둘러본다.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는 소박하고 아담한 도시 풍경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곳곳에 보랏빛 자카란다꽃이 아름답다. 시내가 조망되는 전망대가 있는 언덕에 오르니 커다란 성모상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모습이 얼핏 남자처럼 보일 정도로 너무 조악하다. 거룩한 성모님의 모습을 어찌 이리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을까?

아나카우 해변의 돛단배
아나카우 해변의 돛단배

22일 오후 톨리아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25일까지 머물며 여유롭게 아나카우 해변을 비롯한 어촌 마을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많은 사진을 담았다. 아나카우의 돛단배들은 참으로 예술적이었다. 고단한 어부의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임에도 어쩌면 이리도 세련된 심미안을 지녔는지, 헤진 돛을 다른 여러 가지 색의 천으로 덧대어 꿰맨 것이 타고난 천재적 예술가의 솜씨다. 바람을 안은 아름다운 돛단배들이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떠다니는 풍경은 천국에 와있는 듯, 동화 속의 세상인 듯 환상적이다. 카메라가 향하는 모든 곳이 다 그림엽서다.

아나카우 해변의 돛단배
아나카우 해변의 돛단배

한 곳을 바라보니 아빠의 예쁜 돛단배 곁에서 작은 장남감 돛배를 가지고 노는 소년의 모습이 눈에 띄어 서둘러 달려가 사진에 담는다. 아빠와 같은 씩씩한 어부가 되어 더 먼 바다를 누빌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사진에 ‘소년과 바다’라는 제목을 붙여 다음 동호회 사진전에 전시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해변 마을이나 동력을 이용한 선박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 바람을 이용하는 작은 배들이니 당연히 먼 바다로 나가기는 어렵고 연안의 가까운 곳에서 잡을 텐데도, 돌아오는 배들에는 엄청나게 큰 가오리나 장어 등 다양한 생선들이 실려 있다. 주변 바다에 어족 자원이 무척 풍부해, 어부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까닭에 잡힌 생선은 오래 보관하지 못하여 당일 바로 판매, 소비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러니 음식점에 특정 생선 요리를 예약할 수도 없단다. 그 날 들어온 생선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영업 끝이다.

생선을 나르는 아나카우 해변의 어부들
잡은 생선을 나르는 아나카우 해변의 어부들

이른 아침 제법 큰 고깃배들이 들어온다는 어느 해변에 나가니 물 빠진 갯벌이 무척 넓어서 배들은 멀리 바다에 있고, 소 달구지 들이 배와 육지 사이를 오가며 잡아온 생선들을 운반하고 있다. 질퍽거리는 갯벌을 그냥 돌아 다닐 수 없어 우리 일행도 흥정 끝에 몇 대의 소 달구지를 나누어 타고 갯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구경하고 사진을 담았다. 걷지 않아 편하기는 한데 생선을 실어 나르던 수레라서 오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비린내가 심해 썩 기분 내키지는 않았다.
또 휴양객이 많은 백사장과 거리에 나이든 백인 남자와 젊은 흑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커플이 종종 눈에 띄는데,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대부분 프랑스의 은퇴 세대 노인들이라고 한다. 사별하거나 이혼한 이들이 본국에서 보다 적은 돈으로도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고, 이곳의 젊은 여성들은 약간의 경제적인 원조를 받아 친정집 식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이런 커플들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결혼 신고 후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 사망 후 프랑스로부터 유족 연금이 아이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향후 이들의 생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한다.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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