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비성골 발굴 유해 1구 유전자 분석에 성공, 가족에 인계
유족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한 이제야 풀어드려"

세종시가 14일 신원이 확인된 유해를 가족에게 인계하고 있다.
세종시가 14일 신원이 확인된 유해를 가족에게 인계하고 있다.

[충청헤럴드 대전=박종명 기자]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해가 70년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14일 세종시에 따르면 연기면 비성골에서 발굴한 6·25 민간인 희생자 유해 7구에 대한 유전자 분석에서 1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신원이 확인된 민간인 희생자는 고(故) 김부한 씨로 시는 이날 아들인 김영원씨에게 인계했다.

시는 지난 2018년 비성골에서 발굴된 민간인 희생자 추정 유해 7구에 대해 매년 위령제를 거행하는 한편 희생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신원을 확인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7구의 유해와 유족 2명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유해 1구와 유족 1명의 유전자가 99.999999999954% 일치하는 것 확인, 부자 관계를 확인했다.

유전자 감식 결과는 상염색체의 유전자형이 99.99% 이상 일치해야 법적으로 친자 관계가 성립된다.

이번 신원 확인은 오랜 시간 매립된 뼈에서 유전자 추출이 쉽지 않고, 민간인 희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는 유족이 많지 않은 가운데 민간인 희생자로는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어서 뜻깊게 여겨지고 있다.

신원이 확인된 고 김부한 씨는 지난 1950년 7월 8일 보도연맹사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된 관변단체이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과 경찰은 보도연맹원에 대해 무차별 검속·즉결 처분하면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유족 김영원 씨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이제야 풀어드린 것 같다”며 세종시와 세종시의회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 2018년 발굴 후 전동면 추모의 집에 안치돼 있던 고 김부한 씨의 유해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인계, 배우자가 매장돼 있는 전동면 공설묘지에 합장됐다.

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구 유해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대전시 동구가 건설을 추진 중인 한국전쟁 전국단위 위령시설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춘희 시장은 “유전자 분석으로 70년간 매장돼 있던 민간인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나머지 유해도 하루빨리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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