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0 만리타국에서 고향을 보다

10월 26일 이 나라에서도 더욱 오지에 속하는 톨리아에서 출발하여 전편에 말했듯이 왔던 길을 되돌려서 피아란초아(1박), 안치라베(1박)를 거쳐서 수도 타나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다.

마다가스카르 수도 타나
마다가스카르 수도 타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시아계의 혼혈로 약 2천 년 전부터 이곳에 살아왔다고 한다. 이주자 대부분은 말레이-폴리네시아 계열로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왔고, 동아프리카에서도 건너 왔다. 여기에 아랍인, 인도인, 포르투갈 상인, 유럽의 해적, 프랑스 개척민 등이 뒤섞여 오늘날의 18개 부족을 형성하였다. 이렇게 오래 다인종이 공존해온 까닭에 여타의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인종, 종교적인 갈등과 충돌이 별로 없이 비교적 안정된 사회를 유지해온 것이라 생각된다. 1895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는데, 1947년 3월 29일 우리의 3.1 운동과도 견줄 수 있는 대대적인 독립운동을 펼쳐 무려 8만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지혈사’에는 3.1 운동에는 약 202만이 참가해 7,509명이 사망하고, 15,000명이 부상당했다고 기록되었다. 이런 역사의 아픔을 공유한 것도 우리와 닮은 점 중의 하나다.

농촌 풍경
농촌 풍경

차창 너머로 너무도 눈에 익은 정겨운 농촌 풍경이 나타나 우리는 차를 세우고 달려가 구경했다. 구릉 지대에 좁다란 다랑논들이 연이어 있고, 그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흩어져 모내기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아시아계 이주민들로부터 유래된 것인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벼농사를 무척 많이 짓고,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연중 따뜻한 날씨니 2모작 내지 3모작을 한다고 한다.

농촌 풍경
농촌 풍경

그런데 경운기 등과 같은 농기계는 하나도 눈에 띄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 손에는 삽과 곡괭이, 소에 매단 쟁기 등의 재래식 농구만 들려 있을 뿐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나의 유년 시절 고향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눈에 선히 떠올랐다. 우리의 옛날 오두막 초가집과 흡사한 초라한 움막 같은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도 그렇고, 이 나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6-70년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우리는 머나먼 이국에서 잃어버렸던 우리의 고향을 되찾은 듯한 감동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또한 이 나라의 농산물은 농민들이 비싼 농약을 사서 칠 형편이 못되어 어쩔 수 없이 유기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농산물뿐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의 삶 자체가 유기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조금 부족한 듯 보이지만,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전통적인 생활 모습과 순수한 마음,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하는 공동체적 미풍양속을 지키며 행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그들이 순박하고 부지런함으로 더 큰 복을 받아 좀 더 잘 살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암부시트라 목각마을
암부시트라 목각마을

목각으로 유명하고, 예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 암부시트라라는 작은 도시에 들러 그들의 뛰어난 손재주도 느꼈다. 기후가 좋아 바나나와 망고 등 다양한 열대 과일들이 많았는데, 값이 엄청 착하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너무도 비싼 가격에 구입을 망설이던 애플 망고가 한 상자에 우리 돈 2,000원 정도이다. 여행 내내 우리는 망고를 수시로 사서 차에 싣고 다니며 싫도록 먹어댔다. 그 밖에도 냇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물놀이하고 빨래하는 모습, 계곡에서 모래를 일어 보석을 채취하는 모습, 안자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귀엽고 특이한 용모의 흰꼬리여우원숭이 등 재미있는 풍경들을 만났다.

황토 벽돌을 나르는 아이들
황토 벽돌을 나르는 아이들

또 어느 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선 듯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무거운 황토 벽돌을 이고 줄지어 고불고불 논두렁길을 지나 어딘가로 운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속에는 이제 겨우 예닐곱 살이 된 듯 싶은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대부분 맨발 차림이었다. 우리는 신기한 풍경에 좋아라 사진을 담기는 했지만, 제 몸무게보다 무거워 보이는 벽돌을 머리에 인 어린아이들을 보면 카메라를 들기가 미안할 만큼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저 과자와 사탕을 건네며 미안함과 아픈 마음을 달랠 뿐이다. 한국으로부터 준비해 간 과자 등은 며칠 사이 다 바닥이 나서 현지에서 다시 한 아름 구입하여야 할 만큼 이 나라는 참 어린아이들이 많기도 하다.
도시의 풍경도 우리의 옛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차와 인력거, 소 달구지 등이 많은 인파와 뒤섞여 혼잡한 거리들의 모습도, 새벽 3, 4시면 어둠 속에서 벌써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모습도 우리네 옛날 작은 지방 도시와 많이 닮아 있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도 사람을 위압하는 고층 건물은 눈에 띄지 않고, 오밀조밀하고 예쁜 집들과 곳곳에 만발해 있는 보랏빛 자카란다 꽃들이 정겨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늘에는 뭉게구름까지 둥실 떠서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밝은 미소를 띈 어린이
밝은 미소를 띈 어린이

바쁘고 팍팍한 삶에 지친 분들이 계시다면 마다가스카르로 여행하길 권하고 싶다. 멀고 험한 길에 몸은 좀 힘들겠지만, 까만 얼굴의 천사들, 귀엽고 순박한 어린이들의 별과 같은 눈동자를 마주치는 순간, 당신의 마음과 영혼은 평화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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