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시장, KAIST 총장 취임식 '불참' 뒤늦게 알려져
비서실 등 의전부서, 애먼 '충남대 파견직원'에 책임 전가

대전시청 전경.
대전시청 전경.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 지난 3월 KAIST 총장 취임식에 허태정 대전시장이 참석하지 못한 일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충남대 파견 근무자가 '의전실수' 책임을 지고 대학에 복귀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허 시장이 KAIST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시 의전부서간의 소통부재에서 벌어진 일인데 외부기관인 충남대에서 파견나온 근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다가 '긁어서 부스럼 만든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전 실수' 책임을 지고 충남대에 복귀한 파견 근무자 A씨는 대전시의 행태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대전시 청년정책과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며 "KAIST 총장 취임식 관련 전화를 받고 시 의전부서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지만 참석 여부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며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대전시 관계자들이 갑자기 취임식 의전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책임소재를 따졌고, 일방적으로 나를 충남대로 복귀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장 충남대 공무원들이 불쾌감을 토로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남대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대전시 청년정책과에 파견된 충남대 직원이 허태정 시장의 KAIST 총장 취임식 참석 여부 전화를 받고 비서실에 해당 사실을 전달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대전시 내부의 문제 아니냐"며 "시장의 의전은 비서실 등 소관 부서의 고유업무인데, 외부기관에서 파견나온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직원이 예정된 파견 근무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복귀하면서 당사자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앞으로 대학 내부 인사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대전시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감추려고 남의 기관 직원에게 뒤집어 씌운 모양새도 흉하고, 충남대 전체를 모욕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측은 지자체와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RIS)사업 관련자가 필요해서 해당 직원을 단순교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취임식과 관련해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대전시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RIS)사업을 추진하면서 충남대와 인사교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와 관련한 사람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은 본인이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시의 해명에 대해 충남대 측은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대전시가 RIS 관련자를 원해서 A씨를 복귀시켰다면 왜 같은 예술대학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데려갔느냐는 것이다.

충남대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애초에 RIS 관련 직원이 필요했다면 A씨가 파견나갈 때부터 이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며 "이번에 충남대에서 파견나간 사람도 A씨와 자리만 맞바꾼 셈이어서 대전시의 해명은 어불성설이고, 이제라도 대전시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A씨에 대한 복귀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전시 인사혁신담당 관계자는 "대전시와 충남대의 계획인사교류는 지방공무원법 제 30조의2(인사교류)및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5(인사교류)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며 "파견 직원과 관련한 절차가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A씨의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대전시 의전부서와 인사부서의 입장과는 달리 해당 내용이 시청 안팎에 알려지면서 대전시청 직원들도 창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직원은 "시청 직원도 아닌 파견 직원이 시장의 의전 일정에 실수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는 일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충남대 측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억울함이 있는지, 대전시 내부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의전 부서의 실수 등이 있었는지를 살펴서 불필요한 기관 끼리의 불협화음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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