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어문 지고, 심리 뜨고"
자연계 "소프트웨어 웃고, 정보통신 울고"

지난 10년 동안 대학 입시의 변화 만큼 전공계열의 인기도 성쇠를 거듭했다. 취업률에 민감한 대학들이 어떤 학과를 밀고 있는지 아는 것도 수험생들의 진학 로드맵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진학사TV]
지난 10년 동안 대학 입시의 변화 만큼 전공계열의 인기도 성쇠를 거듭했다. 취업률에 민감한 대학들이 어떤 학과를 밀고 있는지 아는 것도 수험생들의 진학 로드맵에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진학사TV]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평범한 진리다.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늘 있고, 항상 중요한 키워드다. 변화 속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요소를 찾는 일도 꾸준히 진화했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의 4년제 대학 전공별 모집정원과 입학자 수의 변화는 눈여겨 볼 만하다.

김진환 콩코디아국제대학 진로진학센터장(전 성균관대 입학상담관)은 "정부의 교육통계서비스를 살펴보면 2020년과 2010년 일반대학 및 교육대, 산업대 등의 전체 대학 입학정원은 3만 520명이 감소했고, 입학자는 3만 1561명이 줄었다"며 "이런 상황속에 대학들이 어떤 전공을 늘리고, 줄여왔는지를 아는 것은 대학 진학과 입시에서 성적 만큼 중요한 변수이자 상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전공계열별 모집정원과 입학자수는 취업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
지난 10년 동안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전공계열별 모집정원과 입학자수는 취업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

■ 2022 VS 2010, 대학 입학자수 늘어난 학과는?

지난 2019년 졸업생을 기준으로 전체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3.3%였다. 취업률은 대학의 위상을 결정짓고, 고교생들의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2020년과 2010년의 전공계열별 입학자수 추이도 취업률과 무관하지 않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20년과 2010년 4년제 대학(일반대학·교육대·산업대)의 입학자 수를 비교한 결과, 취업률 84.4%와 67.0%인 의약계열과 공학계열은 입학자수가 10년 사이 7107명, 3895명씩 증가한 반면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55.6%), 사회계열(61.4%), 자연계열(59.7%), 예체능계열(62.5%), 교육계열(47.3%) 등은 입학자 수가 1만184명, 1만5376명, 7772명, 6315명, 2916명씩 줄었다.

소계열 전공별(121개 분류) 분석에서 1000명 이상 증가한 곳은 '공학계열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공'으로 조사됐다. 학과수는 74개에서 168개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입학자수는 1374명에서 5503명으로 4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무려 326.2%의 증가율이다.

의약계열에서 간호학 전공도 학과수 132개에서 143개로 증가했고, 입학자수는 6902명에서 1만800명으로 3898명이나 늘었다. 증가율은 56.5%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최근들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학마다 해당 전공을 신설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소프트웨어공학 입학정원과 입학자수도 급등했다"며 "간호학과 역시 의료·보건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해 대학별로 해당 학과 증원이나 신설이 연달아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전공은 대체로 입학자수가 감소한 가운데 심리학 전공이 학과수 41개에서 85개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입학자수는 1130명에서 2187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점이 주목된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거나 스트레스, 갈등 증가, 기업의 소비자 심리 파악 등 심리학 전문가 수요가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전공계열에서 1000명 이상 입학자수가 증가한 학과는 응용소프트웨어공학, 간호학에 이어 교양공학, 의학, 항공학, 화학공학, 재활학, 심리학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  2022 VS 2010, 대학 입학자수 줄어든 학과는?

십 년 동안 학과의 몸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전공계열도 있다.

공학계열 정보·통신공학 전공은 소계열 전공별로 1000명 이상 감소한 대표적인 학과다. 지난 십 년 새 학과수는 386개에서 273개로 줄고, 입학자수는 1만 2329명에서 771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감소율 40.8%다.

인문계열에서는 영미어·문학 전공이 학과수 266개에서 210개로 감소, 입학자수 8297명에서 5043명으로 감소하는 등 덩치가 작아졌다. 감소율은 39.2%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컴퓨터‧통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전공 신설이나 증원의 형태로 유사 전공인 정보·통신공학의 입학 정원을 흡수했다"며 "어문계열의 취업률(56.2%)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해당 전공 수요가 줄었고, 학과 통폐합이나 모집정원 감소로 입학정원의 규모가 축소돼 온 추세를 알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1000명 이상 줄어든 전공계열은 정보·통신공학, 영미어·문학에 이어 경영학, 교양자연과학, 체육, 교양경상학, 법학, 가족·사회·복지학, 일본어·문학, 무역·유통학, 중국어·문학, 교양사회과학, 토목공학, 종교학, 행정학, 초등교육학, 환경학, 생물학 등이 꼽힌다.

■ 대학들이 '미는 학과' 뭐가 있나

인서울에 도전하는 수험생이라면 향후 취업을 고려한 진학 설계가 필수다.

인서울 주요 대학별로 주목할 학과는 단연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는 지난 2011년 신설됐고, 2020년 입학정원은 150명이다. 중앙대는 2014년 소프트웨어전공을 신설해 2018년 소프트웨어학부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 150명의 입학정원을 운영한다. 경희대, 광운대, 국민대, 명지대, 상명대, 서경대, 서울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등도 소프트웨어학과 전공이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에서는 경북대 소프트웨어학과(2015년 신설), 전남대 소프트웨어공학과(2011년 신설), 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2010년 신설), 충북대 소프트웨어학과(2011년 신설) 등이 있다.

서울대는 유사 전공으로 컴퓨터공학부가 있고, 고려대는 컴퓨터학과, 연세대는 컴퓨터과학과, 한양대는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서울시립대는 컴퓨터과학부를 운영 중이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IT 관련 첨단학과 신설 붐도 주목할 만 하다.

주요 대학별로는 고려대 데이터과학과(2021 신설, 모집정원 30명), 서울시립 인공지능학과(2021 신설, 모집정원 30명), 한양대 심리뇌과학과(2021 신설, 모집정원 40명) 등이 있다. 산학연계에 따른 계약학과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2021 신설, 모집인원 50명), 고려대 반도체공학과(2021 신설, 모집인원 30명) 등이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는 충남대 인공지능학과(2021 신설, 모집인원 40명), 전남대 인공지능학부(2021 신설, 모집인원 100명) 등이 있다.

올해는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동국대 AI융합학부 등이 신설된다. 

와이튜브 서지원 대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난 2021학년도 대입에서 신입생 모집에 타격을 받은 지방 소재 대학들은 미래의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원,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4차 산업혁명 등 수요가 늘고 있는 AI,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신설이나 증원에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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