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야구인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쓴소리
"한국 감독들 조직내 소통 부족하고, 공부 안해"

박용진 전 한화이글스 2군 감독.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한 것과 관련, 원로 야구인의 쓴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박용진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73)은 "롯데 허문회 감독의 낙마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운을 뗀후 "(한국 지도자들이)소통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한 감독 자리는 앞으로 외국인 차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감독은 1948년생으로 선린상고, 중앙대를 나와 아마추어와 실업(기업은행) 선수로 활약했고, 프로리그에서 한화와 삼성, LG, 태평양 등에서 2군 감독을 역임했다. KBO 경기감독관 1세대로 활동한 야구계의 산증인이다.

박 감독은 허문회 감독 경질 사태에 대해 한국 프로야구 지도자들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초등학교, 리틀 야구에서 중고, 대학을 거쳐 프로야구에 입문한 뒤 몇십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빠르면 30세 초에 지도자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또 코치 생활 십 몇 년 하다 감독으로 발탁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층의 사람과 접촉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동물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부모 아래서 보호 받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사회생활의 기초와 인과관계를 터득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조직 안에서 상하 관계, 수평관계를 통해 인간성을 형성하고,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인정받고, 존중 받으며 성장합니다. 이런 단계를 통해 성숙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지도자들의 성장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프로 지도자들, 특히 도중에 낙마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개 비슷합니다. 스타라는 온실에서 성장하고, 연약한 꽃인 상태에서 바깥에 나오면 모진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시들어버립니다. 온실 밖은 온실 안과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프로야구는 적자생존의 세계 아닙니까?" 

이번 롯데 허문회 감독의 낙마 과정에서도 단장과 감독이 서로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고 아우성 친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선수 하나 놓고 뭐가 중요하다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 생각이 최상이라고 우겨대다 한쪽이 먼저 망해서 집으로 간 꼴이 됐다는 것이다. 

"왜 소통이 안 되는 걸까요? 대화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기본으로 기저에 깔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백날 서로 맞대고 앉아 봤자 허사가 됩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시야가 좁아서 자기가 보는 면이 전부인 양 고집만 부린 겁니다. 인간은 자기 틀(SCHEMA)을 누구나 가지고 있죠. 그러나 철옹성 같은 요지부동의 틀은 안 됩니다."

박 감독은 이번 사태는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이 모두 사고가 유연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승-승적 사고가 서로 윈-윈이 되는 걸 왜 몰랐을까요? 승-패적 사고는 서로가 공멸하는 길입니다. 본인들이야 망해서 집으로 가든 말든 상관없지만 막대한 손실을 본 구단과 선수, 팬들은 어찌됩니까? 온실에서 자랐으면 책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지만 이것도 신통치가 않아서 결국 내공 부족으로 거대한 선수단을 이끌어가지 못한 겁니다. 도중에 하차하게 되는 것도 자명한 일이죠. KBO 리그도 40년이란 역사가 됐습니다. 실력 없이는 지도자로 한계가 있어요. 왜 외국인 지도자를 찾게 되는지를 우리 한국 야구계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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