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맥심코리아 대표 등 증인 출석...비방의 목적 두고 검찰-피고인 대립 첨예

서울북부지방법원 702호 대법정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서울북부지방법원 702호 대법정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으로 추정된다는 아이디가 유명 잡지의 표지를 인터넷게시판에 올려 화제가된다는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무죄를 판결했다.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위반으로 기소된 인터넷신문기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의에 따라 이같이 판결했다.

이날 사건은 인터넷신문 기자가 익명게시판에서 일어났던 ‘조국 추정 아이디’의 과거 게시물 작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해 1월 30일 보도했는데, 당시 이 논란은 해당 아이디가 '나만보기'표시가 된 페이스북 글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같은해 8월 조 전 장관이 ‘하나하나 따박따박’이라며 고소함에 따라 검찰이 비방의 목적이 있다며 기소해 진행되던 도중 국민참여재판으로 전환됐다. 해당 아이디는 검찰의 사실조회에 따라 조 전 장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선정절차 등 오전 9시30분부터 진행됐으나, 배심원 평의 등이 길어지면서 다음 날 새벽 1시 20분에 결론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당시 실제로 결과에 의하면, 조국 아이디로 볼 여지가 있는 아이디로 표지사진이 게시됐고, 논란이 있던 사정 비춰보면 기사 자체를 허위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그런 기사로 조국이 ‘MmYy’아이디를 사용해서 표지사진을 업로드 한 사실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실을 암시했는지, 공적인물의 공적관심사에 대해서 암시에 의한 사실적시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봐야한다”며 “기사의 문헌과 제반 사정으로 봤을 때, 조국이 아이디를 사용해서 남성잡지 사진을 업로드한 것으로 암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당시 피해자의 지위를 볼 때,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상 보도”vs “미필적 고의” 첨예한 대립

검찰 측은 피고인의 기사 작성이 비방의 목적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피해자(조국)에게 최종 확인을 하지 않았고, 커뮤니티에도 피해자가 게시글을 썼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라며 “사실조회를 해보니 게시글을 작성했던 아이디  ‘MmYy’는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사이트 가입사실이 없고, 기사에서 특정한 글을 게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게재한 기사에는 바바라팔빈의 사진을 업로드했고, 맞춤법도 틀렸다고 했다”며 “한국기자협회의 언론윤리헌장에는 진실추구, 투명하고 책임있는 보도, 인권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도록 한다. 이 사건은 진실한 게 맞느냐”라고 배심원들에게 물었다.

법정에 출석하는 조국 전 장관을 촬영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법원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조 전 장관은 증인지원서비스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증인신문 후에도 법원 일반 통행로가 아닌, 법관 복도를 통해 빠져나갔다.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법정에 출석하는 조국 전 장관을 촬영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법원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조 전 장관은 증인지원서비스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증인신문 후에도 법원 일반 통행로가 아닌, 법관 복도를 통해 빠져나갔다.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또 “내 아들과 딸, 친구가 교수이거나 공인인데 인터넷에는 내 아들이 쓰는 추정의 아이디라고 떠돌았다고 치자. 이걸 기사화하고 우리한테는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이미 기사를 본 사람들로부터 소문이 난다”며 “정정보도나 수정한다고 해도 누가 그 기사를 보겠느냐. 무서운 무기”라고 감성에 호소를 했다. 이어 “보편적 양형이 징역 8월에서 2년 6월까지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 측 김소연 변호사는 “사극의 유명 대사 중에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는데, 왜 홍시 맛이 나느냐고 물으시니, 홍시 맛이 난다고 할 수 밖에 없다’는 대목이 있다”며 “검찰은 피고인이 하지도 않은 행위를 열거하며 기사에 나오지 않은 성적취향이나 조국이 올렸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부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2년 전 40대 평범한 가장이 좁은 문을 나가려다가 문틈을 비켜 물건을 치우듯 가로 막고 있는 여자를 치웠는데, 여성은 ‘엉덩이를 만졌다. 나를 노래방도우미 취급했다’라고 시비가 붙었고, CCTV(폐쇄회로)까지 분석했는데 엉덩이를 치는 장면이 없었음에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는 등 한 가정이 재판 받는 내내 고통받고 있다”며 “요즘은 성인지감수성이 유행이다. ‘내가 기분 나쁘면 넌 처벌 받아야 돼’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피고인들을 대리하면서 참으로 암담하다”라고 감정 호소로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소문을 보도하지 않았다. 각 언론의 기사에 가십처럼 젊은 층들이 많이 다니는 게시판에서 일어난 현상을 그대로 보도했다”며 “조국 잠금표시 된 페이스북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고, 과거에는 조국을 옹호하는 글이나, 윤석열을 향해 ‘윤짜장’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글, 문재인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 조국백서 구입을 인증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1박 2일 동안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적인물에 대해서 고소인이 보여준 이중적 태도에 따라 댓글에는 ‘조국이 그러고도 남을 사람 아니야?’라고 했다. 있는 현상 그대로를 보도했다”라고 무죄를 강조했다.

조국 전 장관 “내가 쓴 글 아냐”...김소연 “100만 팔로워가 왜 좌표 찍었나”

증인으로 출석한 이 사건 고소인 조국 전 장관은 게시판 사이트 아이디 ‘MmYy’에 대해 “기사를 봤으나 나는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만보기로 저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다는 데 그 자체를 알지 못한다”라며 “통상 ‘나만보기’는 나만 보는 것이고 다른 사이트에도 올렸을 것 같지 않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만보기로 된 페이스북 글이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서울북부지법 702호 대법정. 20일 새벽 1시 20분에 최종 판결이 났다.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서울북부지법 702호 대법정. 20일 새벽 1시 20분에 최종 판결이 났다.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조 전 장관은 해당 기사로 자신이 명예훼손이 된 부분에 대해 “첫째, 민정수석 재직시절에 청와대 안에서 근무시간에 반나사진을 올리고 있었다는 것은 사적인 것으로 공적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측면이 있다”며 “허위사실이 명백하고, 여배우의 반나체 사진을 올렸다는 것은 명예훼손 뿐 아니라, 문재인 청와대의 근무기강을 강력히 비방하는 것”이라고 따졌다.

조 전 장관은 김소연 변호사가 “공인으로 언론에 관심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재차 또는 3차에 걸쳐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면 대부분 기사화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본인이나 가족과 의견이나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판단이 들면 SNS에 올려서 설명하고 반대의견을 올리고 밝혀오지 않았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증인은 트위터 팔로워 100만 명이 넘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면 지지자 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국민들이 증인의 입장을 듣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런데 피고와 피고의 회사에 대해서 고소사실이나, 검찰송치 사실, 기소사실 등을 공개해 사실상 좌표를 찍어줘 피고를 괴롭히게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당사자에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좌표문제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고, “게시기사에는 단정돼 있지 않다”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추정이라고 쓴다고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다. 평균 일반인의 독해력으로 볼 때에 그렇게 읽힐 수 있다”고 자신의 피해가 명백함을 강조했다.

바바라팔빈의 사진 올린 게 명예훼손? 법정 증인 선 잡지사 대표

조국 추정 아이디로 유추됐던 MmYy가 과거에 유명 잡지인 맥심의 표지 사진을 게시판에 업로드했다는 부분이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맥심코리아’의 대표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맥심코리아 유승민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모델은 모든 미디어가 마찬가지겠지만 이슈가 되거나 유명한 사람을 섭외한다”고 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2015년 6월호 표지모델을 했던 강용석 변호사와 2019년 8월 표지모델이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전준영 천안함생존장예비역전우회장이 지난 7월 8일 맥심 표지를 공유한 페이스북 글을 제시하며 “이영비 편집장님 파이팅이라고 돼 있다”라며 이유를 묻자 “전준영 회장과의 인터뷰가 두 달 간 연재됐었다. 호국보훈의 달 특집으로 했고, 표지모델이 천안함 관련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했었다”라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은 잡지 자체가 성적대상화 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묻자, “저는 그것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원치 않는 대상을 성적대상화하면 안될 일”이라며 “페미니즘도 여성의 자유를 확장하는 방향이다. 인간은 이성에게 성적 대상이 되고자하는 자유가 있어야 되고, 그런 장 중의 하나가 맥심이라는 매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피고인 인터넷신문기자는 최후진술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들과는 달리 저는 충북의 시골에서 태어나 공부해 서울에서 대학을 마쳤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전경.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서울북부지방법원 전경. [충청헤럴드 김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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