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전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 법무법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전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 법무법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지난주 금요일 조선일보 최홍렬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조 변호사님, 지난 2월 7일 취재한 월요편지 10년에 대한 기사가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 게재됩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 관계로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처음 월요편지를 쓰신 것이 2008년 3월 24일이니 2018년 3월 17자 기사는 10년을 기념하는 기사가 될 것 같습니다."

최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제목은 ['행복편지'로 월요병을 날려주는 변호사]였습니다. 행복편지가 월요병을 날려줄 정도의 힘이 있지는 않겠지만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인생이나 행복과 관련된 글 한 편을 읽는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주 월요일마다 글을 쓰는 것이 부담되어 화요일이나 금요일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만 나름대로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월요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첫 부분은 월요편지를 인용하면서 시작됩니다.

["인생을 여행길이라고 생각하여도 좋고 아니면 저처럼 운명과의 복싱 경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 무엇일까' 늘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2016년 10월 10일)]

최 기자가 지금까지 쓴 507편의 월요편지 중 첫 번째로 인용한 대목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입니다. 저는 걸핏하면 인생이 뭘까 생각합니다. 주위에 불쑥 질문도 합니다. 사업가는 매 순간 자신의 사업에 대해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당연히 매 순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기사는 이어 월요편지 10년을 요약해 두었습니다.

[조근호(59) 법무법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는 2008년 3월 대전지검장 부임 직후부터 '조근호의 월요편지'라는 제목으로 후배 검사와 검찰 직원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그러다가 친구와 지인·의뢰인 등으로 확대돼 지금은 매주 5000여 명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다. 만 10년째 계속된 편지는 이번 주 507번째를 맞았다.]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한 것이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 것 같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500회 곱하기 2-3시간, 1000-1500시간쯤 될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인생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해 보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취는 무엇이든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반복하는 데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10년간 월요편지를 쓰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6시쯤 책상에 앉아 그 순간 떠오르는 주제를 가지고 2~3시간 동안 200자 원고지 10~20장 분량의 편지를 쓴다"고 했다.]

2018년 3월 19일 자 월요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오전 6시 45분입니다. 아침에 홀로 서재에서 글을 쓰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고 자료를 찾는 이 시간이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한 성현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 서재로 들어간다네. 일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지. 그리고 옛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의 정원으로 들어간다네. 그분들은 나를 정중히 맞아 주시고, 나는 옛 시대를 사셨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지."(2017년 3월 13일 자 월요편지에서)

최 기자의 기사는 계속됩니다.

[그의 편지를 관통하는 주제는 '행복'이다. "기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해피 찬스(happy chance)'를 외쳐보세요. 부족이나 결핍은 행복을 가져오는 전제조건입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내가 노력해 좋은 상황으로 바꾸면 행복을 경험할 수 있어요."]

행복으로만 이어지는 인생은 없습니다. 매주 월요편지를 쓴 저도 남에게 말 못한 고민과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타이릅니다. "찬스가 왔어 네가 능력을 발휘해 상황을 반전시킬. 그러면 행복해 질거야."

조선일보 기사가 난 토요일 오후 어떤 지인이 이런 카톡을 보내 주셨습니다. "조 변호사, 볼이 OB가 나길래 Happy chance 했더니 다음 홀에서 버디를 하네."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어떤 상황인지 아실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분이 공을 잘못 쳐서 벌타를 먹었는데 실망하지 않고 해피찬스를 외쳤더니 다음 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답글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론을 입증해 주셔서."

[그는 월요편지가 호응을 얻은 이유로 "사소한 일상과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스스로를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2011년 퇴임 후 로펌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법률사무소를 차리다 보니 '수퍼갑(甲)' 고검장에서 '을(乙)'로 추락을 실감했어요. 이 과정에서 실수하고 흔들리고 고민한 것을 그대로 편지에 담았어요. 자기 극복 과정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지요."]

월요편지를 쓰면서 될 수 있으면 디테일하게 쓰려고 합니다. 독일 건축가 Mies Van der Rohe는 God is in the details라고 했습니다. 직역하면 “신은 디테일에 있다”입니다. 저는 모든 것은 디테일에 달려있다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오늘 쓰는 월요편지에서도 조선일보 기사를 읽으며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적고 있습니다. 그래야 월요편지가 생명력을 가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생명력을 잃으면 더이상 쓰지 않을 것입니다.

[조 변호사는 "월요편지를 통해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남자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드려 '저 사람도 고민이 있고 약점이 있구나' 생각하며 삶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최 기자는 저와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이 말을 잘 적어 주었습니다.

월요편지는 잘난 척을 하려고 쓰는 글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드러내고 싶을 뿐입니다. 은퇴 후에 쓰는 자서전은 그 시점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따라서 관점이 60세 후반입니다. 그러나 저는 리얼타임 관점으로 한 개인의 삶을 적으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문득문득 제가 작가가 되어 조근호의 인생을 제삼자적 관점에서 적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월요편지 10주년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2018년 3월 17일 조근호는 신문기사를 펴들고 누구에겐가 이 기사를 읽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그리고 이어 아이들에게도 자랑을 하였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월요편지 10년에 대해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것이다. 지면 반 크기의 조선일보 기사보다 더한 사회적 인정이 어디에 있겠는가. 월요편지를 10년 썼지만 그는 여전히 속물이었다."

[ 10년간 매주 쓴 편지의 맨 마지막 문장은 항상 똑같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기사는 이렇게 끝나고 있습니다. 웃으며 시작하세요 라는 말은 불교의 화안시(和顔施), 즉 하루를 온화한 얼굴로 시작하여 남을 편안하게 해주자는 정신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제가 잘 안 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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