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이 바라는 ‘학생중심 교육현장’
“교육에 진보·보수 없다”…행복교육지구 ‘획기적 모델’ 자신
‘4차산업혁명’ 시대 대비한 참학력, 인성교육 집중

‘학생중심의 교육현장’ 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충청헤럴드>와 만난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학생들의 밝아진 표정”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한다. 충남도교육청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첫 임기를 돌아본 김 교육감은 “가장 고마운 것은 초·중·고 학생들의 표정이 환해졌다는 것”이라며 “영국의 교육자이자 사상가인 닐은 ‘한 학교의 성공과 실패는 아이들 표정에 있다’고 했다. 학교를 빨리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 충남교육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신이 든다”고 환한 웃음을 보인다.

지난 4년 충남교육은 혁신학교, 행복교육지구의 확대, 천안고입평준화 도입, 대한민국브랜드대상의 공공교육부문 수상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충남도교육청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청렴도 최하위’의 오명을 벗어던진 것 또한 김 교육감이 자부심을 느끼는 결실이다.

반면 힘든 점도 적지 않았다. ‘1세대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임기 초부터 그에게 씌어졌던 ‘좌편향’ 프레임과 박근혜 정부에서의 견제. 특히 지난해 충남도의회로부터 사업비 123억 원이 삭감됐던 암담함. 잠시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인터뷰 내내 잃지 않았던 특유의 미소에 그늘이 지나갔다.

올해 충남교육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참교육’과 ‘인성교육’에 방점을 뒀다. 단순히 ‘학력’과 ‘예의바른 아이’를 키우는 교육이 아니다. 스스로 필요한 공부를 찾고, 사회성뿐 아니라 자연과도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포부다. 

아직은 쉽게 와 닿지 않는 청사진 같다. 그렇지만 충남교육의 지난 4년을 봤을 땐, 머지않아 실체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다음은 김지철 교육감과의 인터뷰 전문.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지난 4년 충남도교육청은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이라는 교육지표를 내세웠다. 교육현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고, 2만 8천여 교직원의 자부심 높아졌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충남 전체학교 750여 곳 중 90%에 달하는 650여 학교를 방문했다. 거기서 만난 학생과 조리종사원, 행정실과 교무실의 교직원 등 충남교육가족의 표정과 당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동안의 사업은 대부분은 교직원이 합심해 학교를 어떻게 혁신하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해줄까 하는 것에 지향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도입 2년차를 맞이하는 천안고입평준화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아주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안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혁신학교도 74개로 늘면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순기능 보다는 부작용만 컸던 학교 평가를 없애고 불필요한 잡무를 줄이면서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온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직 측면에서 보자면,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고 인사이동이나 명절 때 관행이던 선물 주고받기 금지, 투명한 인사 등을 통해 비리 교육청이라는 과거 불명예를 완전히 벗어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거듭났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또한 성과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올해 충남도교육청의 역점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가?

▲올해 목표는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점을 참학력과 인성교육에 뒀다. 참학력의 기본은 기초학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최소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 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 책임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다. 인성교육도 강화하겠다. 단순히 웃어른에게 인사를 잘하는 착한 학생의 범위를 뛰어넘어 타인과 공동체는 물론이고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을 기르는데 집중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방향은?

▲시대마다, 개인마다 요구하는 학력관은 다르다. 과거 고도 압축 성장 시기에는 교과지식이나 경쟁을 통한 성적 중심 교육이 필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물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주류를 지배하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 전달과 암기위주의 학력을 뛰어넘는, 삶과 연결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창의·융합적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부응하는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교육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고, 마을교육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소프트웨어 교육도 강화한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지난해 대한민국브랜드 대상에서 공공교육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어떤 상인가?

▲지난해 12월 20일 사단법인 대한민국 브랜드 협회에서 주최한 2017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에서 공공브랜드 교육대상 수상했다. 주최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공공교육 분야에서 브랜드의 가치, 고객서비스, 인지도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한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 슬로건이 대외적으로 평가를 받았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 상은 제가 받은 상이라기보다는 교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다. 감사하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충남 행복교육지구가 7곳에서 9개 지구로 확대됐다. 사업의 성과는?

▲충남 행복교육지구는 2016년 3개의 시범지구로 시작해 2017년 7개로 확대했고 올해 9개 지구로 늘릴 계획이다. 행복교육지구란 교육청과 시·군 자치단체가 협력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통해 민‧관‧학 협업모델 구축하고 교육을 통해 지역이 발전하는 획기적인 실험모델이다.

현재 7개 행복교육지구에서 아산 시민참여학교, 당진 창의체험학교, 논산 학교밖 행복마을학교 등 39개의 마을학교를 운영 중이며, 239명의 마을교사가 참여하는 등 ‘학교속 마을, 마을 속 학교’를 실현하고 있다. 향후 추가되는 2개의 시·군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올해 교육청 예산 중 123억 원이 충남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면서 도의회 대응력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책은? 

▲지난 연말 도의회에서 올해 예산 123억이 삭감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도 않았고, 내년 살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4차 산업혁명 대비 미래교육과 농산어촌 마을교육, 혁신학교 운영,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자유학기제 확대 등 꼭 필요한 예산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입과 대입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진로 상담활동 예산,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찜통교실이나 비새는 교실을 고치기 위한 예산 등이 삭감된 것은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대규모로 삭감된 현재 예산을 그대로 가지고 1년을 간다는 것은 정상적인 충남교육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크다. 우선 상반기에 최대한 확보된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향후 추경 등을 통해서 필요예산을 확보하여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

-1세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자 충남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나에게는) 충남 최초 진보교육감 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다. 그런데 교육에 무슨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필요하겠는가. 대한민국 교육이 과거 승자독식의 성과위주, 경쟁중심 패러다임에서 협력하고 상생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충실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것이 진보라면 나는 진보 교육감이었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진보와 보수의 틀에 가두어놓고 2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려던 외부의 시도가 있긴 했지만 도민들과 선생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한 혁신교육에 힘을 보태 주셨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충남교육을 무사히 이끌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성원해주신 도민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지난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 조치는 세계기준에 맞추어 볼 때 타당하지 않은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원단체는 각자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차별과 낙인, 갈등의 시대를 잠재우고 협력과 희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은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

또 교원평가와 차등성과급 등의 제도 역시 장점 보다는 비교육적인 단점이 더 많다. 다행히 새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개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교육감 1기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취임선서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현실의 한계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취임 초기부터 박근혜 정부가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을 도교육청에 전가하는 바람에 학교 교육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정부와 갈등관계가 지속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지난 4년 내내 도의회와 원만한 협조체제가 마련되지 않아 핵심 예산들이 삭감되면서 혁신교육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점, 교육가족 여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당초 기대 보다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는 시민단체나 도민들의 질타를 들을 때마다 제도적 한계와 현실사이에서 힘들었다. 그래도 안정감을 갖추고 흔들림 없이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을 완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본다. 

충청남도 교육청 전경
충청남도 교육청 전경

-새학기가 시작됐다. 충남교육 가족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그동안 충남교육을 믿고 지지해준 210만 도민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교육의 출발점을 학생에게, 도착점을 행복에 두고 노력했고,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살피려 최선을 다했다. 올해도 미래역량을 갖춘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새해 모든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을 실현하는 길에 도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경우는 릴레이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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